화순 쌍봉사 돌아보기
전남 화순
화순이라는 고장을 찾는 가장 큰 이유
쌍봉사
그 곳에는 매번 보아도 아쉬운 철감국사부도가 있다
화순땅을 찾은지 오늘로 세 번째
당연한 듯 제일 먼저 찾은 곳
쌍봉사
조선시대에는 해남 대흥사의 말사였지만 지금은 순천 송광사의 말사인 곳
절집 뒤편 낮으막한 언덕에 모셔진 혜철국사의 부도
그 부도의 주인인 혜철국사의 도호가 쌍봉이었기에 쌍봉사라는 이름을 가진 절집
산문임을 알리는 일주문은 없는 쌍봉사
사자산 자락 한켠에 포근히 자리한 쌍봉사
막돌로 쌓은 담장이 그윽하다
해탈문으로 들어선다
해탈문으로 들어서면 깜짝 놀라게 된다
화려하고 장대한 커다란 삼층 전각
쌍봉사 대웅전
20년이 지났지만 단청은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엔 몰랐었다
그냥 이렇게 멋진 삼층 목탑형식의 대웅전이 특이하다고만 알았었다
그런데...
1984년 사월초파일 절집에 기도하러 왔던 이가 켜 놓은 촛불이 쓰러져
불에 타 버린 예전의 대웅전 건물
이 건물은 법주사 팔상전과 함께 우리 나라 목탑의 원형을 가늠하게 하는 귀중한 목조건축물이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단아한 모습의 대웅전
이 대웅전은 보물 제163호였었다
이제 쌍봉사 대웅전 건물은 더 이상 보물이 아니다
자꾸자꾸 비교가 된다
지금 쌍봉사의 대웅전 건물과...
그리고 가슴이 아프다
화마(火魔)가 삼켜버려 우리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는 것이 어찌 숭례문 뿐이랴...
*두장의 옛 사진은 문화재청 자료실에서 가져왔습니다*
난 자꾸 쌍봉사의 이 건물이 범종각이라는 착각을 한다
이 전각이 왜 범종각이라는 생각을 할까
그건 아마도 완주 송광사의 십자각이 떠오르기 때문일게다
완주 송광사의 십자각은 범종각이니까
아담하고 이쁘다
새색씨 같이...
쌍봉사 해탈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당우
어떤 용도로 쓰이는 건물인지는 몰라도 막돌담장이 어찌나 정겨운지
저 곳에서 하룻밤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절집마당에 있는 짤막한 돌기둥
당을 매달았던 당간지주라고 하기에는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다
하기사 당간지주는 산문의 입구에 있는 것이고 이 돌기둥은 절집 마당에 있으니 아마도 괘불대일 것이다
쌍봉사 극락전이 푸른비닐과 철제빔으로 둘러싸여 있다
단풍나무의 호위를 받고 있는 아주 단아한 전각인데...
잎떨어진 단풍나무의 시멘트로 반이나 채워진 줄기가 애처롭다
대웅전이 불길에 휩싸였을 때 불길이 극락전까지 번지는 것을 온 몸으로 막았다는 단풍나무
어떤이는 이 단풍나무를 보고 나무에도 분명 불성(佛性)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잎 푸르를 때는 몰랐던 그 화상의 자국이 지금에사 선명한 아픔으로 다가온다
쌍봉사를 처음 찾았을 때의 극락전 모습
거개의 절집에서 오랜세월 산문을 지킨 나무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나름대로 오랜 세월 살아 온 나무의 품격을 말 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무도 격이 다르다는 걸 알게 해준 쌍봉사의 단풍나무
제 수명만큼으로 오랜세월 버티어온 나무와 불성(佛性)을 가진 나무가 같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극락전 앞의 이 단풍나무가 대견하고 고맙다
지금 새로지은 대웅전으로 쓰이는 건물자리에 탑이 있었을 옛날에는
이 석축위에 원래의 대웅전이 있었으리라 추정된다고 한다
돌을 규격대로 반듯하게 잘라서 쌓는 요즘의 석축과는 달리 크기가 제각각인 돌을 쌓았다
예전에 쌓았던 돌담이 아름다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대웅전 뒤 왼편으로 이어진 대숲을 감돌아 어느만큼 비탈길을 올라가면
통일신라 시대뿐 아니라 우리 나라 전시대에 걸쳐 첫 손에 꼽히는 철감국사 부도가 있다
대나무 숲길은 언제나 청량하다
쌍봉사의 얼굴인 철감국사부도
균형잡힌 몸매와 각 부분의 조각을 살펴보노라면 그 정교하고 아름다움에 저절로 숨을 죽이게 된다
부도의 지붕돌은 팔각이며
낙수면이 묵직하게 흘러내렸으며 기왓골이 정연하다
기와 끝에는 암막새와 수막새 기와가 표현된 것이 너무도 사실적인데
암막새와 수막새를 자세히 사진에 담지 못해 아쉽다
부도의 하대석에 상단 8면에는
엎드리거나 고개를 젖혀 뒤를 돌아보거나 뒷발을 물고 있는 사자들이 생생하게 조각되어 있다
아직까지 사자상들의 다양한 모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무엇인가 물고 있는 사자의 표정이 재미있다
팔각을 이룬 부도 중대석의 각 모서리 사이 면의 안상 안에 새겨진 가릉빈가
가릉빈가는 불경에 나오는 상상의 새로써 극락정토에 살며,사람의 머리와 팔을 가졌고,새의 몸을 하고 있는데
자태와 소리가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부도의 몸돌에 새겨진 사천왕상
갑옷과 무기 등의 표현이 단순하지만 매우 사실적이다
부도의 팔각 몸돌 앞뒤에는 자물통이 달린 문을 새겼다
철감선사 부도비
비신은 없어지고 귀부위에 이수만 얹혀 있지만
전체적인 조형과 조각기법은 당대를 대표하는 우수작이다
많은 절집에서 보아온 부도비를 업고 있는 거북이의 표정들은 참 다양했다
철감선사부도비를 업고 있는 쌍봉사의 거북이는 힘차고 당당하다
각진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오른쪽 발은 살짝 앞으로 들어서 한 발 내디디려는 중이다
내가 철감선사부도를 꼼꼼히 살펴보는 동안 친구들은 지루했었나보다
남녘이라지만 아직은 차가운 바람에 동동걸음을 치며 나를 불러내린다
철감선사는 이 단정하고 조촐한 절집 쌍봉사에 머물면서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자산문의 기초를 마련하였고 쌍봉사는 사세가 가장 번창했다한다
그의 종풍을 이어받은 징효대사가 영월의 흥녕사(지금의 법흥사)에서 사자산문을 열었다
남도땅 화순 들녘 너른 논사이를 지나 한 굽이 돌아 들면 나지막한 산 아래 평지에,
꿈속에서처럼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나는 이색적인 절집 쌍봉사
느닷없이 불타버린 대웅전에 가슴미어지고,그 불이 절집 전체에 번지려는 것을 온몸으로 막아낸
화상의 상처는 지금껏 지니고 있지만 씩씩하고 당당한 단풍나무 두 그루와
먼 옛날 사자산문을 열었던 철감선사의 부도가 빛나는 禪香 그윽한 그런 쌍봉사
화순이란 고장을 생각하면 쌍봉사는 그렇게 나에게 다가올 것이다
언제나 처음처럼...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지음 '답사여행의 길잡이'를 참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