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여행 후기

괴산 돌아보기.괴산군 청안면

푸른새벽* 2008. 7. 18. 19:53

 

아침부터 돌아 보았던 괴산읍

제월대를 마지막으로 괴산읍내에서 찾아봐야겠다 작정했던 곳은 얼추 돌아본 것 같다

점심시간은 훌쩍 넘었는데...

다음의 답사처는 청천면으로 갈까 아니면 청안면으로 가야할까

 

청천면에서는 송시열유적과 만동묘,채운암과 지장리석불좌상 그리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삼송리소나무와 사담리 망개나무자생지를 돌아보려하고

청안면에서는

보안사삼층석탑과 보안사석조여래좌상,문당리성황당 그리고

청안향교와 사마소,청안동헌을 찾아보려 하니 어느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을까

친구의 의견을 물었다

 

어차피 도시락을 펼치려면 계곡이 좋으니 청천면으로 가잔다

청천면에는 화양계곡이 있다

찾아갈 청천면의 위치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했는데

어쩐일인지 네비게이션이 청천면의 모든 주소를 읽지 못한다

자꾸 에러가 나는 것이다

이상타 하며 네비게이션을 켰다껐다 하는 친구에게 미안한 맘이 들어

청천면은 다음으로 미루어도 상관없으니 청안면으로 가자 했다

 

청천면의 모든 주소를 읽지 못하던 친구의 네비게이션이 청안면은 말썽없이 찾아준다

네비게이션이 시킨대로 이 보안사탑이 있는 주소지에 왔을 때

보안사탑은 어느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보안사라는 절집은 저 만큼 떨어진 곳에 있는데 네비는 자꾸 이곳이 입력된 주소지라한다

"가끔 이렇게 네비가 엉뚱한 곳을 가리키기도 하더라고

내 것도 자주 그러데~"

느티나무가 있는 곳에서 다시 차를 돌려 보안사절집으로 갔다

조립식만 겨우 면한 절집 보안사 좁은 마당에도 탑은 없었다

 

보안사의 석조여래좌상이야  전각안에 모셔져 있을터이니 나중에 봐도 되는데...

 

보안사를 빙 돌아보아도 탑은 없었다

답사객들이 담아 온 보안사탑 사진에는 탑 주변으로 조립식건물이 보이고

여염집도 보였는데...

그렇다면 탑은 마을 안쪽에 있으려나~

 

작은 마을 이곳저곳을 땀흘리며 돌아다니다 어느집 마당에서 마늘을 까고 계신 할머니를 만나

물어보았다

"저~기 느티나무아래 정자 바로 옆에 있어~"

할머니가 가르쳐주신대로 정자나무 있는 곳으로 가보았더니...

처음 네비가 가르쳐준 장소였다

당연히 보안사 절집 마당에 있을거라 생각하고 네비를 타박하며 자동차를 돌렸던 바로 그 곳

그 곳에 탑이 있었다

 

 

철제그물 울타리 안에서 만난 탑

사진에서 보았던대로 보안사탑은 철제 울타리로 담장을 삼은 여염집 마당 조립식창고 건물 앞에 있었다

탑 주변엔 옥수수와 고추를 심은 작은밭이 있고 몇송이 도라지 꽃이 공양하듯 탑 주변을 돌아가며 피어있었다

이 탑은

첫 눈에 봐도 홀쭉~한 것이 고려탑이지 싶다

 

보안사 삼층석탑은

전체적인 조각 수법이 고려 중기 석탑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보물이다

탑의 1층 몸돌에 만들어진 작은 사각형의 감실(龕室)은 고려시대의 탑으로는

그 예가 드물다고 한다

  

보안사삼층석탑의 기단부는 네 장의 판석으로 되어 있다

기단부가 판석으로 되어 있는 탑의 내부에는

뱀이 우글거린다는 이야기를 어느책에선가 읽은 기억이 나서

자갈과 흙으로 채워졌을 그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궁금증이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정말로 뱀을 만나면 어쩌려구~

 

 

보안사 탑을 찾았으니

이 석조여래좌상은 느긋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나는 푸른색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렇지만 온통 푸른색 바탕에 금색으로 글씨를 가득 써 놓은 불상의 뒷벽은

생소하다 못해 괴이한 느낌까지 들게 한다

푸른 색도 때와 장소에 따라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이 불상은 고려후기 불상의 특징을 보이는 석불이라는데

개금이 너무 두꺼워 언뜻 석불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석불의 투박한 질감이 드러난다
중생들의 몸과 마음의 병을 고쳐준다는 약사여래시니

왼손에 든 저 푸른병 속에는 분명 만병통치약이 들었으리라

본래의 약합이나 약병은 아니겠지만...

 

보안사의 견공

답사객을 맞는 눈빛이 역시 순하다

 

 

보안사 마당 한켠에 덩굴을 뻗어올려 매달린 조롱박

이 조롱박이 여물면 절집에선 어떤 용도로 사용할 까

아마도 한 개쯤은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물을 마실 때 필요한 고맙고 이쁜 바가지가 되겠지

 

 

보안사의 석조여래를 만나고 다시 탑이 있는 곳으로 왔다

점심 때가 훨씬 지나 시장했고 다시 움직일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니  

이 근사한 나무아래 정자에서 도시락을 펼쳤다

반찬 세 가지 밖에 안되는 도시락이지만 맑은 국물도 있었고 아삭한 나물에 시원한 물도 준비한

친구의 정성이 담긴 도시락은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시장이 반찬이란 말은 해당사항이 결코 아니었다

 

후식으로 차가운 커피와 네모나게 썰어 담아 온 수박을 먹으며 점심식사를 끝냈다

그러고도 한참을 이 정자에 앉아 있었다

땀을 식히고

시장기를 해결하고

시원한 차를 마시며 다음의 답사처에 대해 다시 정리했다

 

아스라히 보이는 산등성이와 거기에 기댄 작은 마을 ,옥수수밭 사이의 근사한 탑,나무그늘 시원한 정자

그리고 친구... 

내 그리움을 찾아 나선 길에 동행하며

작은 것에도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는  친구와 함께 하는 오늘 이 시간이

먼 훗날  돌이켜볼 때마다 두고두고 흐뭇함으로 기억되리라

 

 시원한 바람이 있어 오랫동안 머물고 싶었던 보안사탑이 있는 청안면 효근리를 뒤로하고

다음의 답사처인 청안향교로 향했다

 

청안향교

잘 정돈된 청안향교의 진입로는 너무 잘 닦여 있어서 오히려 고즈넉한 맛은 덜하다

 

 

청안향교는

조선 초기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후 여러 차례에 걸쳐 중수와 보수가 이루어져 오늘에 이른 것이라 한다

맞배지붕의 대문에 태극문양이 선명하다

 

 

청안향교편액

왜 이렇게 사진이 흔들렸을까 모르겠네~

 

 

명륜당

'명륜당' 편액(扁額)은 영조(英祖) 9년(1733)에 쓰여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느 곳에서나 향교는 대체적으로 문이 잠겨 있다

이곳 청안향교도 마찬가지라 이렇게 담 너머로 대강 살펴보기만 했다

 

대성전(大成殿)에는

공자(孔子)를 중심으로 양편에 4성(四聖)을 배향(配享)하고,
동벽에는

 최치원(崔致遠)을 비롯한 10현(十賢)과 서벽에는 설총(薛聰)을 비롯한 10현을 종향(從享)하고 있다는데

살펴 볼 수가 없으니... 

 

 

청안사마소(淸安司馬所)

사마소란
조선 중기 지방 생원·진사들의 협의 기구로 대개 사마시에 합격한 자가 50인 이상 되는 곳에 설치하였다.

 

청안 사마소는

청안현의 생원과 진사에 합격한 자들이 설치한 자체협의기구,일종의 사설기구이다

사마소를

처음 설치했을 때는 이들의 친목도모와 정치 토론 및 교육 활동 등으로 그 고장 발전에 기여하였으나
점차 수령의 통치에 간섭하고 백성들을 함부로 잡아다 벌을 주는 등

폐단을 야기하기도 하였다고 한다(문화재청자료발췌)

 

 

청안사마소 축대위에 있었던 구조물

아궁이라기는 좀 그렇고 굴뚝의 일종인가

그 용도와 명칭이 궁금하다

 

 

청안향교와 사마소는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 함께 돌아볼 수 있었으나

다만 두 곳 다 문이 잠겨 있어 내부를 살피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청안사마소 건너편에 있는 집

자꾸 마음이 쓰여 들어가 볼까 하다가 그냥 지나치긴 했지만

저 집에는 

눈 짓무른 할머니가 방학때 만날 손주들을 기다리며 항시 대문을 열어 놓고 계실 것 같은  

살가운 사람냄새가 나는 풍경이었다  

 

 

 

묘한 어울림

낡고 헐어빠진 푸른대문을 고정시킨 블록 두장과 나무막대기, 칠이 벗겨진 블록담

이런 풍경을 보면 내 어설픈 사진 실력이 안타깝다

구도만  잘 잡으면 작품사진의 소재로 충분한데...

 

 

청안향교를 돌아보고 다시 청안동헌을 찾았더니

청안동헌은 청안면사무소 곁에 있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잠시 손이라도 씻으려 면사무소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마땅하지 않아서

면사무소 안으로 들어가려다 아차 싶었다

토요일인데

쉬는 날은 아닐까

그래도 문은 열어보자하며 들어갔더니 뜻밖에도 면사무소 문은 열려 있었고

세 명의 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손 씻을 곳을 묻는 내게 친절하게 안내도 해주었고.

 

 

쉬는 토요일인데도 청안면사무소에는 직원 세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면사무소 한 켠에는 이렇게 민원인을 위하여 컴퓨터도 갖춰져 있었고

각종 간행물도 찾기 쉽게 비치되어 있었다

청안면사무소를 찾는 누구라도 편안하게 쉴 수 있게 배려한 공간이었다

괴산의 작은 면사무소가 이렇듯 정갈하게 관리되고 있는 사실에 놀랐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편의를 최대한 배려한 청안면사무소 직원들의 마음씀이 반갑고 고마웠다

청안면사무소

괴산을 떠올릴 때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될 것 같다

 

 

청안면사무소 왼쪽에 있는 청안동헌(淸安東軒)

조선시대 청안현의 관아 건물로, 태종 5년(1405)에 지어졌다고 전한다.
그 후 여러 차례의 수리를 거쳤으며 지금 남아있는 건물을 19세기 후반의 것으로 보인다.
1915년에도 수리가 있었고, 한때 청안지서로 사용되어 변형이 있었으나 1981년 복원하였다고 한다

 

 

눈 맛이 편안한 참 보기 좋은 건물이다

이런 건축물 앞에선 더위도 잊는다

 

 

우리네 옛 건축의 창호와 기둥과 들보를 낱낱이 살필 수 있을 것 같다

 

 

청안동헌은 조선시대 관청건물로는 비교적 소박하게 격을 낮춰 지은 것이라한다

동헌의 대청 옆으로 딸린 앞면 2칸의 툇마루

툇마루 안쪽으로는 2칸의 온돌방이 딸려 있다

가지런한 띠살문과 네모와 둥근초석이 어울린 단청없이 고졸한 기둥

이곳으로 부임한 관리가 기거하던 공간이었지 싶다

 

 

동헌의 3칸 대청마루와 온돌방으로 통하는 문

가운데 격자살 위 아래로 창호지를 바른 문이 여간 단정한 것이 아니다

 

청안동헌 대청마루의 공포

나뭇결 그대로 드러난 공포와 문양이 멋스럽다

 

대청마루의 천장

가운데 널판을 단 우물천장

네 귀퉁이에 잘게 자른 판자로 촘촘하게 각을 맞췄다

장인들의 놀라운 지혜와 야무진 솜씨

 

 

동헌 대청마루 오른쪽 온돌방으로 통하는 문

오른쪽 길다란 띠살문은 온돌방의 툇마루에 달린 문이다

 

 

온돌방에 달린 툇마루

 

 

온돌방의 창호

 

 

온돌방에 딸린 다락의 창호

 

 

온돌방에서 문을 열고 바라 본 대청마루 건너편

 

�어진 창호지가 보얀 먼지로 뒤덮인 대청마루보다 더 가슴이 아팠지만

청안동헌은 우리 옛 살림집의 창호를 살펴 볼 수 있었다는 것 만으로도

더위 무릅쓰고 이곳을 찾은 보람이 충분했다

 

청안동헌을 돌아보면서 한가지 아쉬웠던 것은

관리를 좀더 세심하게 했으면 하는 것이었다

청안면사무소 옆에 있으니 면사무소에서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동헌의 대청마루를 쓸고 닦으며 창호지 구멍도 손보고 문 열어 거풍도 했으면 좋겠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대청마루는 답사객들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면사무소 직원들이 점심식사 후 잠시 쉬는 휴식장소로 이만한 곳은 없을 것이다

그런것으로 따진다면 청안면사무소 직원들은 복 받은 것이다

고유가 시대에 이곳에선 에어컨도 선풍기도 필요없을 터이니

 

먼지가 켜켜이 쌓여 어쩔 수 없이 신발을 신고 돌아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그 곳에 잠시 다리를 쉬려 앉을 수 없음이 너무도 아쉬웠던 곳

 

감히 청안면장님께 청하옵건대

청안면사무소에서는 제발 일주일에 한 번 만이라도 이곳을 쓸고 닦아 주길 바라옵니다

켜켜이 쌓인 먼지는 우선 싸리비가 아닌 부드러운 빗자루로 쓸어내고

긴 대걸레로 먼저 두 번 닦고(먼지가 너무 오래 쌓여 있었으니) 물걸레로 두 번 더 닦은 다음

마른 걸레질을 딱 세 번 더 하면

나뭇결 고스란히 드러나는 반짝반짝한 누마루와 온돌바닥이 될 것이고

창호는 우리 어머니들이 그랬듯 일년에 서너번 정도만 손보시면 될 것입니다

그런다음 청안면장님께서 시간 날 때마다 누마루 만이라도 부드러운 빗자루로 쓸어주시고

모든 문을 열어 거풍을 해주면

사람온기 느껴지는 아주 근사한 건축물이 될 것입니다

건축물은 사람이 삐대고,사람들의 온기가 닿아야 오래오래 보존이 되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때로 면장님께서는 이 누마루에 작은 탁자 하나 놓고 서류도 살펴보시고

면민들의 민원도 이곳에서 해결해주시고,가끔 찾는 개념없는 답사객들에겐 호통도 치신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겠습니까

이 청안동헌이야 말로 사람냄새나는 살아있는 건축물이 될 것입니다

이런 청을 들어주시기가 많이 어려운지요~

 

 

청안동헌 앞 마당에 한 줄로 나란히 늘어선 비석들

이 비석들은 이곳 청안동헌에 부임하였던 관리들의 공덕비나 또는 척화비겠거니...

 

 

청안동헌을 마지막으로 괴산군 청안읍에서의 답사를 마쳤다

청안면을 돌아보기 위해 메모해왔던 청안면 문당리성황당은

다음기회로 미루고

이제 괴산군의 마지막 답사처인 불정면으로...

 

비,흐림,개임의 패를 내키는데로 휘두르던 하늘은 어느새 말간 얼굴을 내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