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여행 후기

상주 돌아보기.상주박물관.화달리삼층석탑

푸른새벽* 2008. 8. 31. 00:43

답사를 위해 

나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던 고장을 찾아다닌다

답사로 인해

나와는 전혀 인연이 없었던 고장이 아슴아슴 그리운 곳으로 각인(刻印)되어 특별히 특별해지기도 한다

사람을 만나기 보다는 말없는 것과의 소통을 위해 찾았던 많은 고장들

그 낯선 고장에서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로 인해

그 고장이 친근해지기도 하고 다시는 고개도 돌리고 싶지 않을 정도로 정나미 떨어지기도 한다

 

상주...

석각천인상을 찾으러 갔던 곳에서 만났던 사람들로 인하여

상주는 내게

양반의 고장도 아니었고

옛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유서깊은 고장도 아닌 불쾌하고 불친절한 고장이 되었다

함창읍 용화사에 가기 전까지... 

 

 

석각천인상이 남산에 있다는 문화재청 정보와 상주시청의 자료를 믿고

남산을 이잡 듯 뒤졌건만...

없었다

그곳에서 만난 여덟명의 상주 사람들에게 물어도 아는 사람 하나 없었다

아는 사람도 없었고 친절한 사람도 없었다

 

문화재에 관한 이정표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는데

이렇게 콘서트 안내 현수막은 열심히(?) 걸려 있었다

상주가 불친절했던 이유이다

 




 

삼백(三白)의 고장 상주

상주남산에는 이렇듯 훌륭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체육시설이 군데군데 있었다

보아하니

상주시의 재정상태가 그리 열악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왜 문화재에 대한 이정표를 세우는데는 그렇게 인색할까...

상주가 정녕 옛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가꾸는 고장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쨌거나 덥고 습한 날씨 무릅쓰고 석각천인상을 찾으러 왔으니

어디에든 물어봐야 했다

마침 눈에 들어오는 곳

상주기상대

 

요즘 관공서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예전보다 많이 친절해졌음을 알고 있는지라 

기상대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과

남산에 위치하고 있으니 적어도 석각천인상의 위치는 물어봐도 되겠다 싶었다

관심이 적은 지방문화재나 향토문화재가 아닌 상주에 몇 안되는 보물이다

석각천인상은...

 

실망을 넘어 분노에 가까운 감정만 안고 기상대의 문을 나왔다

내가 기상대를 찾은 시간은 오후 1시 20분

점심시간은 지난 때 였는데

기상대 사무실 안 그 많은 책상을 지키고 있던 사람은 딱 한사람 뿐

상주의 기상대는 민원실도 비워야 할 만큼 바쁜 곳인지...

자리를 지키던 한 사람의 직원도 우선 손 부터 내저었다

상주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모른다는 말 부터 먼저하며 다른데 가보라 했다

 

답사까페의 회원들이나 홀로 답사를 다니는사람들에게서 가끔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너무도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 감동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답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곳에 근무하는 사람인데

일부러 관계기관에 전화해서 그곳의 정보를 가르쳐 주었고

이동거리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자동차로 데려다 주더라" 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었지만

감동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하지만 기상대에서 만났던 분은 불친절을 넘어 대답하는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상주가 불친절했던 이유였다

 

남산이라도 내가 미처 찾지 못한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아 물어봐야 겠는데

사진기만 달랑 들고 석각천인상을 찾으러 왔으니 상주시청에 전화를 해보려 해도

어디 전화를 빌릴데도 없었다

자동차 안에 전화기를 두고 온 것이 후회막급이었다

 




 

헤매다헤매다 궁도연습장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곳 옆쪽의 궁도연습장으로 가 보았다

그곳에 가서 물어보면 알 수 있으려나 했더니

역시...

그곳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분도 인사를 하고 세 번이나 물었을 때 겨우 대답을 하였다

해도해도 너무한다

나도 경상도 사람이다

경상도 사람 무뚝뚝하다는 것 충분히 감안을 해도 너무 한다

역시 석각천인상은 모른다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이 아니라 석각천인상 자체를 모른다

문화재에 관심이 없으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문화재라도 모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분은 흥인지문이 서울동대문에 있다는 것은 알것이다

 

석각천인상이 무엇인지,어디에 있는 것인지 모르는 것이 불쾌한 것이 아니라

외지에서 어렵게 찾아와 물어보는 사람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그 태도가 불쾌했다

 

상주를 불친절하게 느꼈던 또 하나의 이유였다

 




 

돌아나오다 눈에 띄어 사진기에 담긴 했는데

모르겠다

서애 유성룡과 관련이 있다는 안내판을 얼핏 보기는 했는데

상주시청이나 문화재청의 자료에도 없다

이럴줄 알았으면 안내판도 사진기에 담아오는건데...

 

석각천인상은 포기해야 하나...

시간도 빠듯하니 그렇다면 화달리탑을 보러가야겠다 마음먹고 자동차도 돌아오니

얼굴은 불에 달군듯 화끈거리고 땀이 비오듯 한다

 

남산을 떠나기 전 상주시청에 전화해 보았다

쉬는 토요일이라 담장자와는 통화를 할 수 없었고 대신 전화를 받은 분이 일러준다

"석각천인상은 도난과 파손의 우려가 있어 상주박물관으로 이전해 놓았습니다"

그러면

문화재청자료는 그렇다치고 상주시청자료실에는 왜 변경된 것을 수정하지 않았느냐 따졌더니

"글쎄요

저는 담당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 한다

문화재자료의 변경사항을 수정하는 것이 그리도 힘들단 말인가

석각천인상이 상주박물관으로 이전된 것은 한 참 오래전의 일이라는데

그 당시 자료를 즉각 수정했었더라면

이렇게 나같이 작정하고 찾은 사람들이 일없이 헤매고 다니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상주가 불친절한 또 하나의 이유이다

 

석각천인상은 상주박물관에 있단다

상주 남산을 떠나 화달리 삼층석탑을 찾아 오던 길

상주 박물관의 표지판이 하나 달랑 보이긴 했다

화달리 삼층석탑을 보고 난 후 석각천인상을 찾아 상주박물관에 갈 것인가는 나중에 생각해야 겠다

 




 

상주화달리삼층석탑(尙州化達里三層石塔)

잘 정돈된 주변을 압도 하듯한 크기의 듬직한 탑

전형적인 신라탑의 모습이다

두툼한 지붕돌과

큰 돌 여덟 장으로 짜인 지대석 위에 세워진 이 탑은
기단 면석 네 귀퉁이에 기둥처럼 돌을 따로 세우고

면석의 가운데 돌에는 탱주가 잘 드러나도록 새겨놓았는데
지붕돌 위에는 상륜부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화달리삼층석탑은 보물 제117호이다





  

상층기단 갑석 위에는 머리가 떨어져나간 좌불상이 한 구 올려져 있다
동네 할머니 말씀으로는 시집올 때에는 머리가 있었으나 근래에 없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 석불은 탑 자체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인근 어딘가에 있었을 절집에서 옮겨다 올려놓은 것이 아닐까 짐작한단다

 

 

 



화달리삼층석탑은

사벌왕릉 사당이라 전하는 숭의각과 같은 장소에 있었다

화달리 삼층석탑 동북편에 거대한 사벌국의 고분이 있다고 하던데...




  

석각천인상을 포기하려 하다가 그래도 미련이 남아

계획에도 없던 박물관을 찾아야 했다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박물관건물과 도로가 깨끗하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석각천인상을 찾았다

석각천인상은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았고 상태는 그나마 양호해 보였다

보물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귀하고 아름다운 조각이다

 

이 천인상들은 석탑의 기단부나 몸돌에 새겨진 상이라 추정된단다
석탑의 기단부나 1층 몸돌에 보살상이나 팔부신중,사천왕이 새겨진 예는 많아도
이처럼 천인상이 정교하고 크게 새겨진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탑 위층기단부의 한 부분이라고 해도 이만한 면석을 거느렸다면

그 탑의 크기는 얼만큼 컸을까

 

바쁜 볼 일 중에도 기어이 상주를 찾아야겠다 맘 먹었던 이유는

복룡동당간지주와 이 석각천인상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는데

오늘 상주에서 나를 지치게 했던 석각천인상이다

 

 

 



상주박물관에는 솔직히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석각천인상이 있다길래 찾아 온 것이니

다른 전시물들은 그저 대~충 훑어보던 내 발걸음을 딱 멈추게 한 것

상주의 예전 모습을 그린 지도

나는 이런 지도를 좋아한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한장 갖고 싶다

정말 갖고 싶다

이런 지도 한장 갖고 싶다는 소원을 언제쯤이면 풀 수 있으려나~

 

 





상주박물관 야외화장실

해우소라는 말은 들어 보았어도 해우정이란 말은 처음이다

해우소와 해우정은 어떻게 다를까

절집에서는 이렇게 잘 지은 화장실도 해우소라 이름 붙였던데...

 





 

박물관 야외전시물을 돌아보려는데 문득 낯이 익은 돌장승 하나

남장사 초입에 있는 돌장승

복제품이라는 명패를 달고 있다

 

 





몇 안되는 야외전시물 중에 가장 큰 것

어느 스님의 부도일까 싶어 안내문을 읽어보니...

상주에 부임하였던 목민관의 선정비란다

그 참~!

 

 




 

상주박물관 뜰에 전시된 각종 석조부재들

이 부재들은 상주 남산공원에 있었던 석각천인상 보호각 속에 함께 있었다고 한다

지금 석각천인상은 박물관전시실에, 부재들은 이렇게 박물관 뜰에 각각 헤어져 있다  

 

 





 

상주박물관 주차장의 바닥

상주의 불친절이 아주 조금 용서가 된다

네모난 벽돌 사이로 자란 파랗고 짧은 잔디를 보고...

나도 참 대책없는 아지매다

 

박물관을 떠나며

오늘 나에게 할당된 답사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조급해진다

 

이제 마지막 답사처인 함창읍 증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