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동생과 함께 한 여행. 바다
바다가 그리웠던 날들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바다만 바라보고 싶었다
언니.동생과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지를 양양으로 택했던 것도 순전히 바다 때문이었다
점심식사를 위해 찾았던 물치항
바다는 조용하지 않았다
점심식사를 하기위해 들어갔던 물치항의 회센터에는
동해안에서 잡히는 생선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괴불은 서해안의 특산품으로 알고 있는데...
미꾸라지 보다 더 못 생긴 아주 사나운 물고기가 있어 그 이름을 물어보았는데
잊어버렸다
아무리 기억해내려 애써보아도 안된다
물치항은 등대가 두 개 있다
왼쪽의 빨간 등대와 오른쪽의 하얀등대
하얀등대가 더 운치가 있다
이런 풍경 사진기에 많이 담아왔다
블로그 대문을 장식하면 멋질 것 같아서.
바다에 떠 있는 부표를 좋아한다
언젠가 보길도에 갈 때 보았던 부표가 생각난다
보길도에서 보았던 부표는 이렇게 느른하지 않았다
보길도근처의 부표에는 치열한 삶을 보았지만
동해의 부표는 오히려 여유롭다
내 동생은 누나가 셋이다
나는 그 중 막내누나다
큰누나,중간누나,막내누나
동생의 호칭대로 중간누나를 모델삼아 열심히 셔터를 누른다
크지 않은 물치항이지만 정박해 있는 고깃배는 많았다
물치항 한 켠에서 어망을 손질하고 있는 어부들
사진기를 가까이 들이 댈 수 없었다
낙산사 해수관음보살이 계신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바다
생선횟집과 정박해 있는 고깃배들이 있는 물치항의 바다와는 많이 다르다
그 옛날 이곳에서 수정염주 한 벌만 하사 받은 의상대사에게
여의보주 한개를 바쳤다는 동해의 용왕은 지금도 이 바닷속 깊숙한 곳에 계시는걸까
아니 아직도 살아계시기는 할까
우울할 땐 바다에 가지 말라고 했다
바다는 우울을 덜어주진 못한다 했다
누구나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누구나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독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게 좋다 -정호승의 詩 '바닷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