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돌아보기. 계산리삼층석탑.유신리마애여래좌상
집 나설땐 저녁 굶은 시어미 얼굴 같던 하늘은 쾌청으로 시치미를 떼고
맑은 햇살은 때아니게 지글지글 덥기까지 하다
더위로 볼이 붉어진 딸아이에게 미안해진 마음으로 묻는다
"재미없지?"
"아니요~
그렇지만 오늘 당황했던 것이 있는데요
답사처라고 표시된 주소대로 도착하면 그곳에 탑이나 부도
뭐 이런 것들이 바로 있는 줄 알았어요
주소대로 왔는데도 물어물어야 하고 또 한참을 헤매며 찾아야 하는것이
보통 힘든것이 아니네요~"
"이제 알았어? 어마마마께서 그렇게 헤매고 다니는 거란다~"
"모든게 다 그렇겠지만 답사도 쉬운 것이 아니네요"
신통하게도 벌써 그런 이치를 깨닫고 있는 딸아이
메타세쿼이어나무는 담양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이곳 보성에도 메타세쿼이어 길은 곳곳에 있었다
오월의 한낮볕에 메타세쿼이어 이파리가 빛난다
반석리불상이 있는 곳에서 복내면 계산리로 가는 길은 메타세쿼이어 길을 지난다
전남 보성군 복내면 계산리
탑이 있다는 주소대로 네비가 시키는대로 가 본 곳 어느 방향에도 탑은 보이지 않았다
마을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에게 물어 봤지만 모두 가르쳐 주는 방향이 제각각이다
자동차 한대 겨우 지나갈만한 길을 꼬불꼬불 몇 번이나 돌아봐도 매번 허탕
하는 수 없이 자동찻길로 다시 나와 찻길 옆 언덕에 보이는 집으로 들어가 물어보니
마당에서 일을 하던 아주머니께서 친절하고 자세하게 가르쳐 주셨다
꼬불꼬불 좁은 길로 다시 자동차를 가지고 가기엔 성가시고 겁이 나서
자동차는 찻길 옆에 세워두고 걸어 가기로 했다
이제 곧 모내기가 시작될 철인데 물을 대지 않은 논엔 잡풀만 무성하다
이 둥근 길을 돌아가면 탑이 있을 것이다
둥근 길 돌아 얼마가지 않아 저기 탑이 보인다
탑으로 오르는 길이 수월치 않다
논둑을 가로질러 찔레덩굴 무성한 언덕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아니다
아무래도 길을 잘 못 든 것 같다
간신히 언덕으로 올라 탑이 있는 곳으로 와 보니
다른 방향으로 잘 닦여진 길이 있다
에구~멍청이
보성계산리삼층석탑(寶城桂山里三層石塔)
이 석탑은 원래 기단부 4면의 모서리 기둥이 없었고 3층 지붕은 탑 주변에
3층 몸체는 인근 마을에 흩어져 있던 것을 1989년 가을 해체 보수하면서 모두 수습하여 원형대로 복원하였고
다만 유실된 기단부 4면의 모서리 기둥은 4개 모두 새로운 석재로 보충하였는데
기단부에서 모서리 기둥(隅柱)을 따로 만들어 끼워 넣은 점 몸체부의 모서리 기둥에서 미미한 배흘림이 나타나는 등
고려시대 옛 백제의 고지(故地)에서 나타나는 백제계석탑의 기법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조성연대는 고려시대로 추정된다(*문화재청자료)
고려시대에 만든 탑인데 백제계석탑의 기법을 썼다면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탑에는 관심이 없는 딸아이는 가시많은 찔레덩굴 사이를 헤집으며 올라올 용기가 없는지
무섭다며 논둑에서 기다렸다
볕이 따가운데 모자라도 쓰라고 할 것을...
조용한 것 같아도 바쁜 농사철이다
머리에 잔뜩 뭔가를 이고 바삐 걷는 아낙의 그림자가 더워 보인다
이제 복내면을 떠나 율어면으로 향한다
계산리탑을 찾아올때 지나왔던 메타세쿼이어길을 다시 지난다
전남 보성군 율어면 유신리
유신리마애불이 있는 일월사는 지금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가 진행중인 일월사의 절마당을 가로질러 왼편으로 커다란 바위위에 작은 전각이 있다
저곳에 유신리마애불이 모셔져 있을 것이다
햇빛이 너무 밝아 오히려 마애불이 모셔진 전각안이 어둡다
보성유신리마애여래좌상(寶城柳新里磨崖如來坐像)
보물로 지정된 이 마애여래좌상은 큰 바위위에 거의 꽉 차게 새겨져 있는데
두광과 신광이 분리되어 있는 광배는 둘 다 둥근 모양이며
두 손을 가슴 앞에서 모아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든 설법인(說法印또는 轉法輪印)을 취하고 있는 것은
부처가 지금 설법중임을 나타내는데 우리 나라 불상 가운데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모양이라고 한다
세월을 견뎌내 온 부처의 형상은 깎이고 닳아 또렷하지는 않다
문화재청자료실에서 가져온 유신리마애불의 예전 모습
이때만해도 아름다운 광배와 연꽃대좌가 무척이나 선명하다
비바람에 닳고 닳은 것이야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지금은 보호각과 불전함 때문에 전체적인 불상의 모습을 살펴보기가 매우 성가시다
자연조건으로 부터 불상을 보호하고 참배객들 좀더 불상을 잘 살펴볼 수 있는
두 가지 조건을 다 충족시키려면 다른 것은 그만두고라도 보호각을 좀 더 넓게 지었어야 했다
보호각의 기둥때문에 측면의 전체적인 모습을 살피는데도 한계가 있다
멀찍이 나무그늘에 서서 불상을 올려다보던 딸아이가 큰 소리로 외친다
"어머니 이 나무의 이름이 뭐예요?"
이그 저나 나나 나무와 풀에 대한 무식은 같은 데...
어쨌거나 오월 한낮에 넓적한 이파리 축 늘어뜨리고 있는 것은 피마자나무였다
그건 내가 안다~ㅎ
유신리 마애여래상이 있는 보성군 율어면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산지가 많은 보성군에서도 교통이 가장 열악했었다
존제산 자락에 있는 유신리는 아직도 산허리에 반달논이 있을 만큼 골이 깊은 고장이다
예전 존제사가 있었다던 절터엔 지금은 일월사라는 근사한 절집이 들어서 있어
존제사라는 절 이름조차 희미하지만 그나마 마애여래좌상이라도 있어
고려초기에 이 곳에 절이 있었다는 상상이라도 할 수 있다
마애불을 찬찬히 살펴보고 또 살펴보았는데도 어쩐지 허전하고 아쉬운 맘에
하릴없이 저 아래 골짜기의 마을만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