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 돌아보기. 계산리오층석탑
청원이란 고장에서 가장 먼저 남이면의 안심사를 찾았고 이어 고개 갸웃한 부처님이 계신 동화사엘 들렀었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느데 아직 시장한 줄을 모르겠으니
다음의 답사처로 꼽은 청원 가덕면 계산리로 향한다
그곳엔 고려시대에 조성된 잘 생긴 오층탑이 있다
청원의 곳곳에는 이런 표지판이 많았다
거의 대부분이 청남대와 문의문화재단지를 알리는 표지판이다
이번 답사길에 약간 궁금한 것이 있어 청원군청 문화관광과에 전화를 걸어 문화재담당자를 찾으니
출장가고 없다했다
몇 달 전 청주 답사때 무엇인가 궁금한 것이 있어 청원군청에 들렀더니
점심시간 칼 같이 지키는 담당자는 자리에 없었고 점심시간이 지난 후에 전화를 했을 때엔
출장으로 자리에 없다고 했다
이번에도 청원군청 문화재담당자는 출장 중이었다
하는 수 없이 청원군의 문화해설사와 통화하고 싶다했더니 해설사 모두 자리에 없단다
청남대에 나가 있단다
청원군청 문화재담당자는 자리에 앉을 새도 없이 업무수행을 하니
(물론 담당자가 자리에 없을 때만,
담당자가 식사하러 갔을 때만 골라서 찾았거나 전화했던 내 잘못이 더 크겠지만)
청원의 문화재는 찾아보지 않아도 관리.감독이 어느 지자체보다 남 다를 것이다
담당자가 그리도 열심히 업무 수행을 하니 말이다.
그러나
청원의 문화해설사가 몇 분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모두 청남대에 있다는 것은 지나친 것이 아닐까
청남대나 문의관광단지 만이 청원군의 문화유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부디 잊지 말길 부탁드린다
계산리탑이 위치한 마을은 온통 인삼포로 덮여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강화도나 충남 금산에만 인삼포가 있는 줄 알았었다
하지만 요즘은 어딜가나 인삼포가 많다
괴산에도 횡성에도 상주에도 이곳 청원에도 인삼포가 많으니
강화나 금산의 인삼만이 최고라는 것은 옛말이 되었다
늘어선 인삼포 사이로 난 시멘트길을 따라 죽 들어가면 계산리탑이 있단다
이런 풍경엔 항시 맘이 설렌다
막돌 계단을 하나하나 오를 때마다 탑의 모습은 점점 크게 온전하게 다가온다
아직 오층탑의 기단이 보이지 않는 위치지만 감탄사는 빠르지 않다
참 좋~다
멀찌감치 바라본 탑의 지붕돌이 두툼하니 뭉실뭉실 정겨움이 피어오른다
계산리오층석탑
묵직하고 든든하다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나 한가로운 여유를 찾은 과묵한 삼촌을 닮은 계산리오층탑은 고려시대 작품이다
탑이 선 곳 오른쪽 넓은 공터엔 개망초꽃이 한창이다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안도현 詩 개망초꽃)
여름이 반으로 접힌 한 때
코 끝 싸아한 그리움으로 바라보는 개망초꽃
무수한 흰 꽃망울 사이로 수증기처럼 어룽어룽 피어오르는 얼굴...
아니다
괜스런 감정으로 호시탐탐 노리는 피로감을 불러 들일 필요는 없다
바람이 되거나 구름이 되거나 개망초가 되어서라도 녹아들고 싶은
탑이 있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