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여행 후기

충북 청원돌아보기. 오창 탑리사지비로자나불좌상

푸른새벽* 2009. 10. 4. 13:41

지루한 비의 계절 하루 반짝 맑은 날

작정하고 찾았던 충북 청원의 답사도 이제 끝머리

충북 청원군 오창읍 탑리 탑골마을

이곳에도 탑이 있었던가보다

탑이 있는 마을 이름은 탑리.탑동.탑립동이 대부분이니...

오창읍 탑리 탑동마을에 나는 비로자나부처님을 뵈러 왔다 

 

 

오창 석조비로자나불은 비지정 문화재인 탓에 그런지는 몰라도

정확한 주소가 없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라고는 탑골마을의 엣 절터 일명사지에 있다는 것

일명사지를 찾으려면 탑리에 있는 보건소를 찾으면 수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을에 있는 보건소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줄 알았는데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조금 어리둥절하고 조금 난감했던...

 

비중리일광삼존불을 보고 곧장 이곳 오창읍 탑리로 왔는데

탑동마을 초입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계시기에 먼저 정중하게 인사하고

탑동마을에 살고 계시냐 여쭈어보았더니

그렇단다

현재 탑동마을에 살고계시다기에  탑동마을의 보건소가 어디쯤인지 가르쳐 주십사했더니

"모르겠슈~ 근디 보건소는 뭘라고 찾아유?"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보건소 부근에 있다는 불상을 찾으러 왔다고 말씀 드렸더니

보건소도 모르고 불상은 없단다

딱 잡아 뗀다는 표현이 맞을까?

 

다시 세워둔 자동차로 돌아와 무조건 마을로 들어가보자 싶어 자동차 문을 여니

멀찍이 바라보고 서 있던 그 할머니 하시는 말씀 

"이 짝으로 돌아서 쭉 들어가면 골목 중간에 있슈~"

 

하루동안 청원의 답사에서 여러사람을 만났었다

아리송한 답사처의 위치와 자동차 연료를 충전할 충전소를 물어보려고

그런데

내가 만난 다섯 명의 사람들 중에서 세 사람은 첫 마디가 "모르겠슈~" 였다

이러저러한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는데도 줄곧 "모르겠슈~"였다

그러다가 포기하고 돌아서려면 그제서야 느긋하게 어디어디라고 가르쳐 주었으니

이런 정서

난 지금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토박이 경상도출신인 나로서는 도저히 납득하지 못할 충정도의 정서라면 너무 지나친 건가?

 

 

 



보건소까지 오기는 어려웠지만  탑리사지 석불은 수월하게 찾았다

 




 

예전의 일명사지 였다고 전해지는 곳에 홀로 오두마니 앉아게신

탑리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두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아 잡고 계신

이쁘고 복스러운 부처님이라 말하면 무례가 될까

 




 

공식적인 명칭은 청원 탑리사지석조비로자나불좌상(淸原 塔里寺址石造毘盧舍那佛坐像)이다

기록으로는 일명사(逸名寺)가 있었던 곳이라는데 불상의 명칭은 탑리사지석조비로자나불좌상이라니

어째서일까

이 불상이 자리하고 있는 현재의 위치가 탑골마을이니

부르기 쉽게 ,편하게 탑리사지라 하는 것은 아닌지

더 많은 자료를 찾아봐야 겠다

 

비록 하 많은 세월 견뎌오시느라 닳고 닳아 그 모습 분명치 않지만

두 볼이 도동통해 온화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 불상은 삼도가 있고, 몸에 걸친 법의의 문양이 부드러우며

양쪽 어깨로부터 사선을 그린 옷주름이 가슴에서  교차되어 자연스럽게 흘러내려 무릎까지 덮고 있는 
정교한 조각 수법이 양식상 고려초의 작품으로 추정한다

 

 




불상의 머리 위에 얌전히 드리운 식물의 가지는 외래식물인 자리공이다

자리공은 열매가 땅에 떨어지면 떨어진 열매가 부식하면서 토양에 침투하고 토양을 강산성으로 만들며

강 산성으로 변화된 토양은 다른 식물을 자라게 못하고 땅을 악화시킬 뿐만아니라

주변의 모든 식물을 죽이고 말지만 이 자리공은 더욱 무성하게 자라기 때문에

우리 산과들의 피해는 더욱 확산되어 가고 있는 식물이다

머지않아 이렇게 불상의 머리위에 얌전하게 드리운 자리공이 그 강한 생명력으로

불상마쳐 침식해 버릴까 내심 두렵기도 하다

 

 




그렇거나 말거나 외래식물 자리공이 만들어 준 그늘에서 비로자나부처님은 고요를 즐긴다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 소중하지 않은 생명이 없다는 듯이

 

 




불상이 있는 주변은 들깨밭이다

옅은 보라색의 들깨꽃을 멀리서 보니 마치 메밀꽃이 가득 핀 것 같다

소금을 뿌려 놓은 듯...

 

 




지금쯤은 모두 털려 기름이 되거나 어느집 양념찬장의 병에 담겨 있을 들깨

들깨꽃은 참깨꽃보다 훨씬 크고 이쁘다

 

 




탑리사지불상을 찾으러 탑골마을 보건소까지 왔을 때 보건소 앞에서 만났던 어르신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불상을 찾아뵈야 한다는 말을 듣고

불상에 대한 내력과 돌아가시기 전까지 불상을 관리하던 할아버지와 그 가족사까지 곰살곰살 설명해 주셨던 어르신이다

"지금 별로 할 일이 없으니까 내가 불상이 있는 곳까정 같이 갈게" 하시며

뙤약볕과 불편한 다리 아랑곳 않으시고 불상이 있는 곳까지 함께 와 주셨고

멀찍이 그늘에서 내가 불상을 다 돌아볼 때까지 기다려 주셨으며

돌아온 나와 어깨 나란히 하고 걸으며 당신의 가족사까지 들려 주셨던 어르신

그 고마움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어르신 정말정말 고마웠습니다

 

탑리사지불상을 돌아본 것을 끝으로 하루동안의 청원답사를 마쳤다

물론 청원 곳곳에 계신 엣님을 다 만났던 것은 아니었지만

청원이란 고장을 비로소 내 기억의 창고 한켠에 자리잡게 할 수 있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