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다행
강원도 횡성군 청일면 신대리
그곳엔 고려시대에 만들어졌다 추정하는 유형문화재 제60호로 지정된 신대리삼층석탑이 있다
2008년 6월 10일
6월 초순의 날씨는 몹시 더웠다
아스름한 연무가 감싼 산을 배경으로 까무름하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신대리삼층석탑
내가 가지고 있는 자료에는 횡성군 청일면 신대리 239번지에 있다하였다
신대리 239번지는 봉복사의 주소이다
신대리삼층탑은 봉복사 마당엔 없다
봉복사 못미쳐 왼편으로 자그마한 개울건너
간이음식점 옆 야트막한 사잇길 밭고랑을 지나서야 겨우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선뜻 탑 가까이 갈 수 없는 것은
촘촘하게 지어진 인삼포 때문이었다
어떻게 가까이 갈 수 없을까 싶어 이리저리 밭두렁을 살폈지만
인삼포 둘레엔 몇 만 볼트의 전류가 흐르고 있으니 절대 출입금지한다는 엄청난 경고문이 노려보듯 걸려 있고
까짓것 설마 그러려구 하는 배포가 나에겐 없었기에
그저 무서워 멀찌감치 서서 애꿎은 사진기만 당길 수 밖에 없었는데...
집으로 돌아와 횡성군청에 전화를 걸었었다
어찌 그럴 수 있느냐고
인삼포를 철거할 수 없으면 편안하고 넓지는 않더라도 참배객을 위해서 작은 길이라도 만들수 없느냐고
그래도 명색이 나라에서 지정한 문화재인데 탑을 의지해서 얼기설기 설치해 놓은 인삼포지지대들 때문에
혹여 탑이 훼손이라도 되면 어쩌려느냐고
인삼포 주인은 우리나라 사람 아니냐 인삼포 주인은 조상도 없는 사람이냐고 ...
무성의하게 귀찮다는 듯 돌아온 대답은
잘 살펴보면 밭고랑을 통해 탑 가까이 갈 수 있는 길이 있는데 왜 그러느냐
횡성군에서 탑이 위치한 곳의 땅을 매입하려 했으나 예산 부족이어서 하는 수 없다
사유지이니 그 땅이 어떻게 쓰이던 참견할 일이 못된다고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인 즉슨
인삼포는 인삼을 수확하고 나면 그 땅을 몇 년 안에는 다시 사용할 수 없으니
그 때 다시 찾아와보란다
이십 여일 전 쯤 나라안의 탑이란 탑은 지정.비지정을 막론하고 찾아다니는 탑돌이가
신대리를 갔다와서 게시한 사진을 잠시 빌어왔다
길어서 이마와 눈을 덮어 더부룩한 머리를 단정하게 이발한 것 같다
시원하다
인삼포를 철거했나보다
여러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이곳은 당분간 밭작물을 경작할 수 없을 거라한다
인삼포를 설치했던 밭은 그 땅의 진기를 인삼에게 다 빼앗겨 밭의 제 기능을 하려면
몇 년을 쉬어야 한단다
인삼수확은 뜻대로 풍성하셨는지요
이렇게 인삼포를 철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 기꺼이 사진을 빌려 준 옛님방의 누들스야 고맙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