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새벽* 2007. 9. 2. 22:39

 

 

나는 파랑을 좋아한다

숨막힐 듯한 바다 파랑을 좋아한다

나는 새벽을 좋아한다

깊은 새벽을 더 좋아한다

 

답사여행에서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인데

가장 큰 이유는

사진솜씨가 시원찮다는 것과 필름걱정을 안해도 되는 디지털 사진기라는 것  

하루만에 다녀 올 수 있는 경우에는 200여장이 조금 넘고

이틀이나 사흘이 걸리는 여행에서는 800여 장이 넘는다

어디를 얼마나 다니며 무엇을 또 얼마나 보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지만

통상 그런 편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사진을 정리하고 떠나기전에 준비해 두었던 각종 자료들을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보충하고

그래도 가장 낫다는 사진을 고른후 자료들을 정리해서

일일이 타이핑 한 다음  

블로그에 게시를 하게된다

 

절집과 절터,그리고 또 그곳에서 만난 유물들을 따로 분리하여

절집과 절터,풍경소리,바람소리에 각각 게시를 하는데

게시 해 놓고도 모자란 글 솜씨 탓에

보통 일곱 번 정도는 수정을 해야 겨우 문장이라고 할 수 있는 글 모양새가 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언뜻 스쳐지났는데 유난히 가슴에 남았던 풍경이라든지

잘 알려진 절집이나 유물을 살펴보다가

구석진 곳 돌틈사이로 자라난 애잔한 들꽃을 만났을 때나

스산한 절터를 몇 백년 동안 지키고 있는 잘 생긴 나무들을 만났을 때

어찌어찌한  연유로 특별히 찾아가 본 절터에서 만난 어스름 저녁

하늘의 별들이 내 가슴으로 화르르 쏟아져 내리던 그 어떤 날 밤  

그 때의 흐뭇하고 잔잔하고 애틋하다못해 아프기까지한

그 감흥들을 담백하게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기억력을 이제는 믿을 수가 없기에...

 

 푸른새벽

나는 파랑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깊은 파랑을 좋아한다

하루중에서

나는 깊은 새벽을 좋아한다

푸르고 깊은 새벽

푸른 새벽을 바다에서 만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파랑과 새벽

기억을 추억으로 바꾸어 놓을 생각의 편린들

 

이곳에 푸른 새벽의 공간을 만든 이유가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