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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다

팔공산 송림사.나라안에서 가장 불친절한 절집 본문

답사.여행 후기

팔공산 송림사.나라안에서 가장 불친절한 절집

푸른새벽* 2010. 3. 4. 11:00

아직 봄이라기엔 이르지만

간질간질한 바람에 이끌려 훌쩍 대구를 다녀왔다

무진장한 대구의 답사는 한달이 걸려도 모자라겠지만 보드라운 바람따라 우선 몇 군데만 살펴보고 왔는데...

 

 

 

대구의 진산인 팔공산 자락에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절집이 기대어 있다고 하지만 제한된 시간에 바삐 다닌 발걸음인지라

신륵사전탑에 버금간다는 전탑이 있다는,행정구역상으로는 칠곡군 동명면에 위치한 송림사를 찾게 되었다.

송림사는

머릿속에,자료에 씌여진 사연이나 정보를 다 지우더라도,휑댕그레한 경내가 어수선하다 싶은 맘도 잠깐

한 눈에 푸근하다는 느낌으로 내 앞에 다가들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우선 전탑부터 살펴보고 대충 사진기에 담은 후 고색창연한 색감과 맞배지붕 단정한 대웅전으로 향했다

대웅전을 돌아보면서 혹시라도 법당에 모셔진 불상을 볼 수 있을까 싶어 문을 열어보려 했으나 법당문은 잠겨 있었다.

뭐 꼭 불상을 사진기에 담으려 의도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실망할 것도,아쉬울 것도 없이 아담한 대웅전만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어디선가 거친 고함소리가 들렸다.

내게 이 먼곳에서 소리질러 말 할 사람은 없기에 무시하고 대웅전을 몇 컷 사진기에 담고 있었는데

거친 고함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렸다

뭔 일인가 싶어 사진기를 내리고 고함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고함을 치고 있는 사람은 목발에 의지한 험상궂은 얼굴의 노인이었다. 차림을 보아하니 절집에서 기거하는 사람이 분명했다.

"당신네들 뭐 하는 사람이야? 뭐 하는 사람들이길래 허락도 없이 무례하게 법당사진을 찍는 것이야?"

이게 무슨 말인가?

"네~ 법당안은 사진찍지 않았어요. 그저 법당의 사진만 찍고 있습니다"

"이런 무경우가 어디 있어? 누가 법당사진을 찍으랬어?"

거칠게 마구 퍼붓는 말에도 한껏 예의를 갖춰서 법당안의 불상은 사진찍지 않으며 법당만,탑만 사진을 찍겠노라 말해도

막무가내였다

거친 목소리의 주인공은 눈까지 부릅뜨며 입에 거품을 물고 싸울태세다

"내가 당신네 집에가서 집안을 돌아다니며 사진 찍으면 좋아? 누가 법당 사진찍으랬어? 당신네들은 경우도 몰라?"

따발총처럼 이쪽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고 마구 퍼부어댔다.

 

나의 대구초행에 근무시간 잠시 짬내어 몇 군데 안내하려던 내 동행은 참지못하고 같이 큰소리로 받아치려했다.

"아니 ~ 무슨 말씀인지는 잘 알겠지만 무례하게 법당안에서 사진을 찍은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안에,아니 이 세상 어디에도 절집을 사진찍으면 안된다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왜 절집을 사진찍으면 안된다는 겁니까? 절집은 누구나 와서 참배할 수 있고 사진찍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한쪽다리밖에 없는 그는 의지한 쇠지팡이를 휘둘러 대며 눈에 핏발까지 세웠다.

이러다간 내 동행과 한바탕 싸움이 벌어질 참이다.

난 흥분한 동행을 말리고 사진기를 가방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그를 떼밀다시피 하여 발길을 돌렸다.

 

송림사를 찾은 시간은 12시 30분 경이었다

중생들이야 점심시간이지만 점심공양이 중생들보다 이른 절집에선 점심공양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내가 나라안에서 가장 불친절한 절집이라 생각했던 것은

경우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경우를 찾는,한쪽 다리가 없는,목소리 거칠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는 그 노인보다도

절집이 떠나갈 만큼 커다란 소리로 옥신각신 하는데도 절집에선 누구 한 사람 내다보지 않더라는 것이다.

점심공양 시간이 지난지 얼마되지 않은 터라 종무소에도,다른 전각에도 사람들은 많았다.

백번 이해해서 나이많은 노인이 절집에 대한 과잉충성(?)으로 그랬다 치자.

하지만 그렇게 큰 소리로 언쟁이 있는데도 절집에선 함구하고 있을 수 있다니.

 

송림사는 그 노인을 앞세워 송림사를 찾는 답사객들의 사진촬영을 은근히 막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