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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후기

괴산 돌아보기.괴산군 불정면

푸른새벽* 2008. 7. 21. 14:10

 후텁지근한 장마철 한 가운데

하루동안 돌아 볼 요량으로 욕심낸 괴산의 여러 곳을 바빠바삐 다니다 보니

미처 못 느낀 피로가 발부리에서 머물다 드디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아직도 찾아봐야 할 곳이 있고 그리운 곳이 있기에 피로에 잡힌 발목 아랑곳 않는다

 

괴산군 불정면

불정면에서는 탑촌리사지 삼층석탑을 먼저 찾아보려 했는데

탑촌리 탑평마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불정면 탑촌리사지 삼층석탑의 정보는 문화재청자료실이나 괴산군청자료실이나

탑촌리를 찾았던 사람들이 게시한 게시물 어느곳에서도 탑촌리삼층석탑의 정확한 번지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지 탑촌리 근처에 가서 혹 사람이라도 만나면 물어 볼 수 밖에.

 

청안면에서 잠시 말간 얼굴을 내비치던 하늘은

벼르던 참이었는지 장마철 장대비가 어떤 건지 가르쳐 주려는 듯 비를 퍼붓기 시작했다

자동차 윈도우브러쉬를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한 치 앞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 붓는 빗속에서

누구에게 탑평마을이 어디쯤이냐 물어볼 것인가

 

탑촌리 초입에서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탑촌리삼층석탑 찾는 것을 포기했다

이럴때 내 스스로 위안 삼는 말

"아직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

 

장대비를 몰고 다니던 시커먼 구름은  불정면을 지나가던 길이었던지

이십여 분쯤 튼튼한 비나무(雨木)을 사정없이 내리 꽂더니 

길 가 옥수수 이파리에 도르르 물방울 흔적만 남기고 시치미 떼 듯 사라졌다

 

탑평마을을 포기하고 불정면 삼방리로 향했다

소나기 때문에 탑촌리사지탑을 포기했지만

소나기로 인해 밭작물에 해갈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제 사위어 가는 하루를 보여주려는 듯 하늘은 또 말간 얼굴을 내밀었다

삼방리삼층석탑은 담배밭 한 가운데 있었다

탑으로 가까이 갈 수 있게 만들어 놓은 밭 사잇길에는

잡풀들 듬성듬성 자라고 있었지만  그런 것이 무에 대수더냐

 

괴산삼방리삼층석탑(槐山三訪里三層石塔)

단층의 기단위에 세개의 몸돌과 지붕돌로 이루어진 삼방리탑은

우주와 탱주를 갖추었고 1층 몸돌에는 네 면에 모두 불상이 조각되어 있다

상륜의 노반과 복발을 모두 갖춘

날렵한 탑이다

 

탑이 있는 풍경

얼마나 아름다운가...

 

탑이 있는 풍경...

이 표현을 언젠가 꼭 한번은 쓰고 싶었었다

내가 즐겨찾는 답사까페에 나라 안의 탑들만 찾아다니며 탑 사진만 게시하는 분이 있다

그 분이 사진을 게시 할 때 쓰는 제목

"탑이 있는 풍경"

이렇게 멋지고 그윽한 표현은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개망초꽃

이즈음 어디서나 지천인 개망초꽃이 이곳에서도 작은 무리를 지어 피어 있었다

 

짧은 분홍 실을 부챗살처럼 펼쳐 놓은 듯한 자그마한 꽃들을 황홀하게 피워올린 자귀나무

삼방리탑을 만나고 돌아가는 길가엔 자귀나무 몇 그루가 그 분홍꽃을 자랑하고 있었다

 

자귀나무 이파리는 신경초를 닮았다

자귀나무는 신경초처럼 건드릴 때마다 일일이 경망스럽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긴긴 밤에는 서로 마주보기로 붙어 버린단다
이렇게 잠자는 운동이 특기인 자귀나무

50~80개나 되는 작은 잎들이 서로 마주보기로 붙었을 때
모든 잎이 다 짝이 있다는 사실 또한 퍽 재미있다

그러니 자연히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나무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름이 합환수(合歡樹).야합수(夜合樹)이며 정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해가 있을 동안에는 잎이 마주 붙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구름이 끼어서 아무리 컴컴할지라도 낮에는 잠자리에 들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이것은 사람들에게 절도 있는 부부생활을 권하는 것이 아닐까?

 

옛날 중국에서 두양이라는 사람의 부인은 해마다 5월 단오에 자귀나무의 꽃을 따서 말린 다음
베개 속에 넣어 두었다
그리고 남편이 언짢아 하는 기색이 보일 때마다
이 꽃을 조금씩 꺼내어 술어 넣어서 한 잔씩 권했다고 전해진다
그 술을 마신 남편은 금세 기분이 풀어졌으므로 부부간의 사랑을 두텁게 하는 신비스런 비약이라하여
사람들이 앞다투어 그 비방을 따라했다고 한다

 

잎,열매,껍질 모두 부부 금실과 관련이 있으며
게다가 꽃까지 아름다운 자귀나무 한 그루를 집 앞마당에 심어 보자
이 시대 최후의 로맨티스트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박상진 지음 '궁궐의 우리나무'에서 발췌)

 

자귀나무

참으로 이쁘고 사랑스럽고 귀한 나무다

 

삼방리 삼층석탑에서 다시 돌아나와 자동찻길을 건너 작은 오솔길로 조금 들어가가다 보면

길 오른쪽 낮으막한 언덕비탈에 삼방리마애불이 있다

 

삼방리마애여래좌상(槐山三訪里磨崖如來坐像)은

커다란 눈,자그마한 입술에 번진 미소

오른손은 무릎 위에 올리고 왼손은 가슴 앞에 놓인 독특한 모양으로

낮은 연꽃무늬 대좌 위에 앉아 계신데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작품성이 뛰어나다

 

여래좌상의 얼굴을 쓰다듬고,여래좌상의 가슴을 더듬어보고,여래좌상의 손을 만져보고...

부처님~

고약하다 나무라진 않으시겠지요

부처님~

성희롱이라 야단치진 않으시겠지요~

 

 

마애불을 뵌 것으로 이제 괴산에서의 일정은 끝을 내야 할 것 같았다

발목을 맴돌던 피로가 어슴어슴 전신을  덮치려는 것을 이젠 더 이상 뿌리치기 힘들다

저~기 멀리 보이는 구부러진 길로  돌아 갈 일만 남았다

 

 

괴산군 불정면에서 

처음 괴산에 도착해 친구의 자동차로 옮겨 타면서 세워두었던 내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가려면

행정구역상으로 충주시 이류면을 거쳐서 가게 된단다

멀리 보이는 뾰족한 산봉우리는 수주팔경 중의 한 줄기라고 친구가 귀띔해준다

 

 

충주시 이류면 문주리

괴산의 답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발목을 잡던 피로가 자동차 좌석 안전띠를 매는 순간 까무룩한 졸음을 몰고 달겨들어

깜박...

하루내내 운전했던 친구에게 미안해 정신차리고 창밖을 살피니

언뜻 갈색의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지나칠 줄 알았던 친구는 자동차를 세웠고 당연하다는 듯 안내문을 살핀다

문광리석불좌상이 있단다

이곳 충주시 이류면에...

 

석불좌상을 뵈러 가는 좁은 골목 막돌담장엔 몇 송이 능소화가 고개를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렇지~! 능소화가 한창 이쁠 계절이구나~

 

 

막돌로 쌓은 낮은 단 위에 보호각이 있다

보호각 유리에 어룽어룽 감도는 저녁빛이 보인다

잘 생긴 나무가 호위하는 보호각 저 안에 석불이 계신단 말이지...

 

 

충주문주리석불좌상(忠州文周里石佛坐像)

 

자동차길에 세워진 표지판은 분명히 문광리 석불좌상이라했다

이 석불에 대해 정보가 전혀 없었기에 돌아와 무수히 많은 정보검색을 했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문광리석불좌상은 없었다

문화재청자료실과 충주시청자료실에 있는 충주의 모든 석불을 몽땅 검색했다

그래도 없었다

다시 문화재청에 등록된 충주의 석불 사진을 한장한장 다 훑어 보던 중 비슷한 모양새가 있어 찾아보니

문광리석불좌상이 아니었다

정식명칭은 문주리석불좌상

문주리석불좌상을 문광리석불좌상으로 찾았으니 없을 수 밖에.

그렇다면 왜 표지판은 문광리석불좌상으로 해 놓았을까

그것 참~!

 

문주리석불좌상(文周里石佛坐像)은

상대석은 없어진 채로 팔각의 하대석과 중대석만 남아 있으며

석불좌상은 중대석 위에 얹혀있었고 왼편으로는 광배가 세워져 있었다

석불앞을 막은 길다란 대리석 단(壇)위에는 이런저런 기도를 위한 물건들이 놓여져 있어

하대석과 중대석을 찬찬히 살펴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 문주리석불좌상은 내 오늘의 괴산답사에서 생각지도 않게 받은 보너스였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을 삼고... 

 

 

문주리석불좌상이 모셔진 보호각을 뒤로하고 능소화 늘어진 담장을 돌아 내려오는데

담장 건너편에서 시선을 잡아채는 것이 있었다

머위와 호박잎

크고 튼튼하게 잘자란 머위잎과 호박잎이 허술한 블록벽과 슬레이트지붕을 장식하고 있었다

분명 장식이었다

머위잎과 호박잎으로 치장한 블록집은 더 이상 낡고 볼품없는 집이 아니었다

초록의 생명력과 그 장식의 힘을 이곳에서 새삼 깨닫는다

 

 

이곳 이류면도 소나기 잔치를 한바탕 치루었는지

들판의 곡식들이 검푸른 싱싱함으로 우쭐댄다

 

 

농사가 부지깽이도 일손을 거들어야 한다는 추수철만 바쁜 것은 진정 아닐터

사시사철 한시도 쉴틈 없이 바쁜 것이 농사 짓는 일이며

농작물은 농부의 손길로 자라고 농부의 발자욱소리를 듣고 열매를 맺는다지 않는가

마른장마탓에 밭작물이 시들시들 꼬들꼬들 말라들어가는 모습을

하루종일 온 마을에서 안타깝게 보고 다닌지라

탑촌리에서 앞을 분간할 수 없이 쏟아졌던 소나기도 해갈만 된다면 고마운 것이라 생각했었다

소나기가 지나간 후 해저물 때 얼마남지 않았음에 농부는 일손이 더 바쁘다

 

 

수주팔경이라는 말이 실감날 풍경

이 근사한 풍경을 두고 어찌 그냥지나치랴

 

꾸물꾸물한 날씨 탓에 물가를 찾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장마탓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번잡함 모르고 물가의 여유를 한껏 만끽하리라

 

기암괴석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지싶다

사람들이 찾은 물가의 뒷쪽은 또 다른 풍경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딱 멈춘곳에서 바로 건너다보이는 풍경

높지막한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정자

저 누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싶어 올라가 볼까 하다가

천근만근 무거운 다리때문에... 말았다

그냥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눈 앞을 턱 가로막은 깎아지른  절벽에 벌어진 입을 다물기도 전 내 시야에 딱 잡힌 그림

사실의 풍경이 아니라 잘 그린 그림이었다

정자가 있는 언덕에 폭닥하니 기댄 빨간 지붕집

너른 논을 앞에 두고 한적하게 자리한 저 집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내가 한 번쯤은 꼭 와서 살아보고 싶은 그런 그림같은 집

 

이제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돌아가야 한다

답사도

쉬엄쉬엄 해야지

욕심이 지나쳤나보다

아무리 맛난 음식도 욕심부려 과식하면 탈이나게 마련인데

오늘 내가 꼭 그렇다

욕심내어 바삐바삐 다닌 답사에 머릿속이 온통 헝클어져 당장은 정리도 힘들 뿐더러

이제 메슥메슥 멀미까지 나려한다

 

돌아가 푸욱~쉬면서 천천히 사진봐가며 음미하듯 정리하는 것도 답사의 또 다른 즐거움이니...

 

*괴산은 돌아볼 곳이 많은 고장이다

이번에 돌아보지 못한 청천면과 칠성면 소수면 문광면 그리고 장연면이 더 있다

 

다른 고장에서도 하루만의 답사는 괴산처럼 바삐바삐 다녔고 더우기 먼거리 운전도 직접하고 다녔지만

피로는 그리 심하게 느끼지 못했었는데  

운전도 친구의 도움을 받고 점심걱정도 하지 않았던 괴산의 답사가

유독 피곤했던 까닭이 무엇이었을까 돌아와 내내 생각해 본 결론은...

혼자 돌아 본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동행하는 사람이 있을 때 피곤이 몇 배는 더한 아주 특이한 체질을 가졌다

동행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전~혀 상관이 없다

심지어 심정적으로 가장 편안한 딸아이와 다녀도 돌아와서는 파김치가 된다

그것은

동행하는 이의 감성까지 읽으며 배려하려 엄청 애쓰지만 내색하면 안된다는 내 정서 때문이리라

그러니 피곤할 수 밖에

그러니 늘상 혼자 다닐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