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바람처럼 떠나다

화순 쌍봉사 단풍나무.전남 화순 본문

☆~관심.호기심/나무 이야기

화순 쌍봉사 단풍나무.전남 화순

푸른새벽* 2006. 6. 5. 23:09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선승(禪僧)의 대답은 "없다" 였습니다
천 년도 넘게 이어오는 '조주무자(趙州無子)'의 화두입니다


부처는 땅 위의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 하였거늘 어찌하여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고 했을까요
의문은 화두가 되어 천 년을 이어왔습니다


"나무에도 불성이 있습니까?"
다른건 몰라도 최소한 전남 화순 땅 사자산 쌍봉사 극락전 앞의 단풍나무 앞에서 그 대답은 명약관화 합니다
"있다" 입니다


순천 송광사의 말사인 쌍봉사는 언제 창건된 절인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통일신라시대 때 철감국사가 중국에서 귀국하여 사세를 널리 떨친 구산선문(九山禪門) 사자산문(獅子山門)의 대표적인 선종 사찰입니다


그 뒤 임진왜란 때 소실됐던 것을 몇 차례 새로 짓는 불사(佛事)를 거듭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지요
쌍봉사에는 눈에 띄는 문화제가 여럿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재의 절집 입구인 해탈문을 들어서면서 눈에 들어오는 삼층목탑 형식의 대웅전이 그 대표격이 될 것입니다
보물 163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는 쌍봉사 대웅전은 법주사 팔상전,금산사 미륵전과 함께 우리나라의 목탑 형식을 갖춘 중요한 건축물 입니다


이 아름다운 대웅전에 되돌리가 어려운 참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지난 1984년 4월의 일이었습니다
삼월 삼짓날을 맞아 신도들이 기도할 때 켜 놓았던 촛불이 넘어지면서 불이 붙은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던 불길을 뚫고 쌍봉사에 모여 있던 신도들은 겨우 목조삼존불상만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합니다


불길을 잡으려 애썼지만 절집 모두를 지켜내는 것은 힘에 부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신도들이 잔인한 화마 앞에 속수무책이던 때 대웅전 뒤편의 극락전도 위기의 순간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대웅전,대적광전과 함께 3대 불전으로 여겨지는 극락전은 서방극락정토의 주재자 아미타불을 모시는 전각으로
흔히 무량수전이나 아미타전으로 불립니다
이 극락전을 불길에서 지켜낸 것은 다름아닌 극락전 오르는 돌계단 양옆의 단풍나무 두 그루였습니다


나무는 자신의 가지를 태워가면서도 극락전까지 불길이 번져들지 않도록 지켜냈습니다
지금도 단풍나무는 극락전 앞에 오롯이 서 있습니다
극락전을 지키느라 태워버려야 했던 가지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말입니다
두 그루의 단풍나무 줄기에서 당시의 치열했던 불과의 싸움을 떠올릴 수 있을 법합니다
그야말로 불심 지극한 나무의 투혼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불길이 지난 뒤 사람들은 다시 옛 모습 그대로 대웅전을 되살려냈고 단풍나무의 상처도 치료해주었지요
기특하게도 나무는 여전히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즐기기 위해 단풍나무를 가꾸곤 하지만
쌍봉사의  단풍나무는 여느 단풍나무와는 분명하게 다른 품격이 있습니다
불전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어놓는 지극한 불심의 상징인 까닭이지요(고규홍 지음 '절집나무'중에서)


*2006년 5월에 만나 본 쌍봉사 단풍나무 두 그루는 불에 탔던 줄기에 시멘트를 잔뜩 붙이고 있어 안타깝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건강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나무를 베어 아름다운 절집을 짓고 또 다른 사람들은 실수로 절을 불에 태우는 동안 나무는 제 몸을 바쳐 절집을 지켜낸 것이지요

 

 

 

'☆~관심.호기심 > 나무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미  (0) 2006.06.11
산딸기나무  (0) 2006.06.08
포항 보경사 탱자나무.경북 포항  (0) 2006.06.05
황벽나무  (0) 2006.06.01
팥배나무  (0) 2006.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