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나무

 

 

 

 

 

화살나무[Euonymus alatus]

화살나무란 이름처럼
나뭇가지에 화살의 날개모양을 한 얇은 코르크가 새로로 줄줄이 붙어 있어서
이 나무는 누구라도 쉽게 찾아낸다
흔히 보는 사철나무와 화살나무는 가까운 집안이다

코르크 날개는 왜 달고 있을까?
화살나무는 잎떨어지는 넓은 잎 작은키 나무로서
사람 키보다 약간 더 크게 자란다
크게 자라지 않는 나무의 새순이 맛있고 부드러운 법이다
자칫 산토끼 같은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기 쉬우므로 자구책을 강구한 것이라 여겨진다
5mm쯤 되는 얇은 날개를 보통 4개씩 달고 있어 본래보다 훨씬 굵어 보이므로
이것을 먹으려고 덤비던 초식동물들이 질리고 말았을 것이다

날개의 코르크 성분은 수베린(Suberin)이라 하여 탄소를 22개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초식동울이 좋아하는 전분이나 당분이 전혀 없다
퍼석퍼석하여 씹으면 소리만 요란하고 맛이라고는 '네 맛도 내 맛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야들야들한 먹이만 좋아하는 녀석들이
양분도 없는 화살나무 가지는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머리 좋은 조상이 유전자 설계를 해준 덕분에
화살나무는 날개를 갖지 않은 형제 나무들보다 훨씬 많이 살아 남았다

화살나무 날개의 코르크는 한약재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에는 "헛소리를 하고 가위눌리는 것을 낫게 하며
뱃속에 있는 기생충을 죽인다.또 생리가 잘 나오게 하고
대하,산후 어혈로 아픈 것을 멎게 한다"라고 밝혀 두었다
아무래도 부인병에 많이 썼을 것이다
그러나 독이 조금 있어서 철쭉과 마찬가지로 임산부는 먹을 수 없다
최근에는 암을 치료하는 민간 요법의 치료제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자이름은 '귀신이 쓰는 화살 날개'란 뜻의 귀전우(鬼箭羽)이고,
또 '창을 막는다'는 뜻으로 위모(衛矛)라고도 하는데
모두 이 코르크 날개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잎은 흔히 보는 잎자루와 잎몸을 가진 보통의 나뭇잎 모양이다
마주나기로 달리고 타원형이며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가을에 빨갛게 물드는 단풍은 색이 너무 고와서 진짜 단풍나무가 시샘할 지경이다
이른 봄에 나오는 새순은 나물로 먹을 수 있다
늦봄에 황록색의 작은 꽃이 피고나면,가을에 콩알만한 열매가 황적색으로 익는다
열매의 껍질은 넷으로 갈라지고 가운데에 새빨간 육질로 쌓인 종자가 매달린다
특이한 모양의 날개와 붉은 단풍,
그리고 아름다운 주홍색 루비처럼 생긴 열매를 감상하기 위하여 주로 정원에 많이 심는다

화살나무와 잎,꽃 열매 등의 모양은 거의 같으나 날개만 달리지 않는 회잎나무가 있다
삼신할머니가 화살나무에 붙여주었던 날개를 깜박 잊어버려
모양새는 같으나 한쪽은 회잎나무라는 다른 이름을 갖게 되었다
사철나무도 화살나무와 가까운 사이이다
사철나무가 늘 푸른 나무라서 촌수가 먼 것 같지만,꽃이나 열매 모양이 거의 비슷하다

 

                      *박상진 지음 '궁궐의 우리나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