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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雜想/일상의 소소함

참 부끄러운 일

푸른새벽* 2007. 9. 27. 18:59

부끄러운 일 

 

"...여러분의 사랑방으로 생각하여

흔적을 남기고,보쌈을 해가도 좋은 자리이니

편히 쉬다가 가시기 바랍니다

그 무엇인가...

조그만 추억하나 남기고 가는 자리가 된다면

더 없는 바램이겠지요..."

 

내가 자주 들러보는 어떤이의 공간에서 만난 글이다

그 공간에서 이 글을 만날 때마다

나는 매번 부끄럽다

정말 부끄럽다

 

나는 내 공간의 모든 글이나 사진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켜놓았는데 ...

 

몇 해전 성탄절이 가까운 아주 추운 겨울날 밤

화려한 성탄절 장식이 보고싶어 찾아갔던 올림픽공원

추위무릅쓰고 찾아간 내 수고가 헛되지 않았을 만큼

그곳에는 가지가지 이쁘고 화려한 성탄절 장식이 있었다

작은 사진기로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데

몸체가  알미늄재질로 된 사진기를 든 손이 떨어져 나갈 듯 시렸다

잠시 손을 호주머니에 넣었다가 다시 또 찍고...

그렇게 담아온 사진을 내가 관리하는 공간에 게시를 했더니

회원모두가 가져간다는 글을 써 놓을 만큼 좋아들 했다

그리고 작년

어떤 인터넷까페에서

낯선이가 내 사진을 편집해서 편지지로 만들어 게시를 해놓은 것을 보았다

참으로 놀랍고 불쾌했었다

어찌 이리 못난 사진이 낯선이의 수중에 들어갔는지 놀랬고

허접하게 덧칠해 놓은 그 솜씨에 불쾌했다

쓸테없는 흔들림과 허접한 반짝거림...

그 이후로 나는

내 못난 사진이나 글이 보쌈되어 가는 것을 허락치 않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흔적을 남기고 보쌈을 해가도 좋을 자리..."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사진솜씨가 대단하고,절집을 찾는 마음가짐이 고요하고

사물을 보는 마음씀이 여유로운 분이라는 느낌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 공간을 찾아보는 낯선이들까지 배려하는 그 넉넉함은

누구든 쉽게 가질 수 있는 마음은 아니리라

 

하지만 나는

지금도 내 공간의 못난 게시물 단속을 한다

낯선이들을 배려하는 그 넉넉함을 부러워하며

또 내 편협함을 부끄러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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