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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雜想/일상의 소소함

숫자가 기억되는 의미

푸른새벽* 2007. 10. 12. 20:58

 

숫자에 대한 기억

 

 

0609,0814,0226

생각만으로도 가슴 아릿한 숫자들이다

 

초여름 여린이파리 같은 날

큰 아이가 태어난 날

검푸른 수박꽃 이파리 같은 한 여름

작은 아이가 태어난 날

얼음장 아래에서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흐르는 시냇물 같은

막내가 태어난 날

내 生이 끝나더라도 깊이 刻印 되어 있을...

 

3541

첫경험

내 이름으로 등록된 순전히 나만을 위한 숫자

처음으로 자동차를 가졌을 때 받았던 자동차 번호

그 후로 몇 번이나 바뀐 번호를 가졌지만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애착이 가는...

 

8798

작은성냥갑 처럼 생긴 삐삐

적지 않은 가격으로 그 호출기를 구입했을 때

어찌나 신기하고 놀랍던지

그 때 사용했던 번호

그리고

벽돌만큼 커다랗고 시커멓던 전화기

지금에야 없는 사람이 드문 휴대전화

10여 년전에는 가지고 있는 사람이 드물었던...

호출기와 함께 사용했던 번호

8798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숫자

 

1134,0825,2113

내 마흔의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번호

그 때는 몰랐었다

그 시절이 내게 가장 아름다웠다는 것을

이제는 낡고 퇴색되어 버려 더 이상 나에게 의미없어 진줄 알았는데

오늘 우연히 길에서 만났던 익숙한 숫자

순간 스치고 지나갔던

자동차의 꼬리에 꼬리를 잇던 어스름 저녁

퇴근시간 서울 어느 간선도로의 풍경...

 

이제

기억할 것 보다는 잊혀지는 것이 더 많은 나이

하지만

몇 안되는 이 숫자들은

모든 것을 다 잊을 만큼의 세월을 살아낸 후에도

잊을 수 없는,결코 잊혀지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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