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박물관 관람이라는 것이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찬찬히 살펴봐야 하는 곳

집에서 자동차로 삼십여분의 거리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서너번 다녀왔는데...

 

국보와 보물이 그득한 곳

국보와 보물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유물들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그런 거대한 타이틀은 없지만

내 가슴에 선명한 점 하나 찍기엔  충분한 것들을 살펴 보았다

 

국립중앙박물관

한 일년 쯤은 두고두고 살펴봐도 모자랄 것 같다

 

 박물관 2층에서 아래층 입구를 내려다 보았다

오후 늦은 햇살이 박물관 내부에 드리운 직선의 그림자

세월의 흔적으로

직선보다는 곡선의 무게가 더한 유물들과는 대조적이다

이 그림자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곡선이 될 수 없을 터

 

 복숭아 연적

옛 선비들이 사용하던 문방구 중의 하나인 연적

아무리봐도 질리지 않는 연적

참으로 관능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도자기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달항아리

넉넉하고 푸짐하고 부드럽고

단정한 것 같은가 하면 화려하고

소박한 것 같은가 하면 사치스럽게도 느껴지는

곱게 나이먹은 여인네를 보는 것 같다

 

 산모양 필세(筆洗)

어쩌면 붓을 씻는 용기도 이렇게 화려할까

이 필세 앞에서 오래오래 머물렀었다

문구점에 가면 정신을 못차리는 나

어쩌면 당연한...

 

 칠보무늬 향로

국보 제95호

학교 다닐 때 미술교과서에서 참 많이 보았던 터라

눈에 익다

섬세한 조각과 은은한 색감도 황홀하지만

향로를 받치고 있는 귀 쫑긋한 토끼

얼마나 앙징 맞은가

장인의 훌륭한 솜씨에 더한 작은 여유...

 

 경주 황룡사목탑 사리함

 

사리함의 모습을 담으며 내 어설픈 사진솜씨가 원망스러웠다

사진기를 잘 다루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흥법사 진공대사 부도비의 비신(碑身)

 

깨어지고 닳은 모양새

고려태조가 손수 비문을 짓고 당 태종의 글씨를 모아 새겼다고 한다

진공대사부도는 국립중앙박물관 뜰에 있고

진공대사부도비는 이렇게 조각만 남아 있고
강원도 원주시 지장면 안창리의 흥법사터에는

귀부(龜趺)와 이수만 남아 있다

 

 경천사지십층석탑(敬天寺址十層石塔)

 

경천사지석탑은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이러저러한 역사의 굴곡을 숱하게 겪었던 탑

일제 강점기 때

한 일본인이 이렇게 거대한 탑을 해체하여 가져갔었다니

그 후안무치를 넘은 작태에 분노마져...

해체된 경천사지석탑은 인천항까지 기차로 운반된 후 배편으로 도쿄 그의 집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연일 보도되는 언론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그의 행위를 비판하는 항의가 거세게 일자
결국 굴복하여 1919년경 다시 국내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랫동안 포장된 채 일본에 방치되어 있었던 탑은 훼손이 심하여 복원되지 못하고
경복궁 근정전 회랑에 방치되어 있다가 1960년 경복궁에 복원되어 최근까지 공개되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서울의 산성비에 노출되어 재질상 약한 대리석에 치명적인 결함이 확인되어
1995년 또 다시 해체되어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철저한 고증과 보존을 거쳐
현재는 용산국립중앙박물관 중앙홀에 전시되어 있다 

 

 경기 여주의 고달사 석등

 

창백하다는 느낌

박물관에 전시된 석조유물들

특히 박물관 내부에 전시된 석조유물들을 보면서 항시 느끼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너른 고달사터에서 이 석등을 만날 수 있었다면 하는 생각만으로도

유쾌해지는데...

 

박제된 석등

 

 백제관에서 만났던

산수봉황무늬 벽돌

너무너무 아름답다

내 공간의 대문으로 쓰려고 아껴두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