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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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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후기

담양 돌아보기.담양읍.월산면

푸른새벽* 2008. 7. 30. 00:19

 

"언니~언제 날 잡아서 담양에 한 번가자~"

"그래.담양 좋~지

그런데 왠일로 담양엘 가자구 그럴까~ 담양에 특별히 찾아 볼 곳이 있어? "

 

내 여행의 색깔은 언제나 답사인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동생이라기보다는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는 자민(姿旼)이

느닷없이 아침에 전화를 해서 담양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나와 함께 가 보고 싶다면 당연히 답사를 가자는 것인데

이 아이가 담양을 특별하게 생각한 이유가 무언가 싶어 물었더니

"언니~ TV에 나오는데 담양의 떡갈비가 그렇게 유명하다네~

담양떡갈비 먹어보고 싶어~ "

이그~

먹돌이 아니랄까봐

음식가리지 않고 잘 먹고,시도 때도 없이 잠잘 자는 자민이답다

"그래,언제 날 잡아 같이 가자

나도 담양에서 몇 군데 돌아 볼 곳이 있으니 같이 돌아보고  떡갈비도 먹지뭐 "

그렇게 했던 약속

그 약속을 실행하기까지 3년이 걸렸다

나야 맘 만 먹으면 되지만

우리집과 가까운 거리에 살아도 일을 가지고 있는 자민이는 시간 쪼개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자민이의 목적은 떡갈비

내 목적은 담양읍석당간,개선사터 석등과 몇 군데 석불들...

 

2008년 7월 28일 아침 6시 40분

담양을 향해 출발~

 

 

오전 6시 40분에 출발해서 몇 군데 휴게소 들렀다가

이곳 담양읍석당간이 있는 곳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시간이라 몇 군데 들러 볼 곳 중 가장 먼저 찾았던 곳

당간지주가 있는 길은 메타세쿼이어가 늘어선 멋진 길이었다

담양은 메타세쿼이어 가로수로 유명하기는 하다

사진에서,TV에서 또 영화에서 보았던 길은 고즈넉하고 운치가 있었는데

담양읍당간지주 주변의 메타세쿼이어길은 연신 이어 달려오는 자동차로 인하여

사진 두 컷 찍기가 어려웠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자동차 통행을 금지해 놓은 메타세쿼이어 길이 따로 있단다

진즉에 알아보고 올 것을...

 

 

기가막혀서~

사진 찍어 준댔더니 이런 포즈를...

이쁘고 성격 활달하고 타인에 대해 배려깊은 먹돌이 자민이~ㅎ

 

 

담양읍석당간(潭陽邑石幢竿)

까마득히 올려다 보려니 눈이 부시다

이 당간지주를 이렇게 빨리 만나리라고는 생각 못했었다

담양에 온전한 모습의 당간지주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최근.

언젠가 꼭 찾아보리라 작정만 하고 있었는데...

 멋진 모습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둥근 보륜이 얹힌 당간지주 꼭대기에는 삼치창 모양의 장식이 달렸다 

보륜에 길게 늘어 뜨려져 흔들거리는 저 것은 무엇일까

얼핏 물고기 같기도 하고 방울같기도 하다

물고기? 방울?

전체적인 모양이 둥그스름한 것이 물고기보다는 방울이었을 것 같다

방울이라면...바람방울, 풍경일 것이다

금속으로 된 풍경이 오랜세월 풍화작용으로 닳고 삭아서 저리 되었겠지

처음 당간지주를 만들어 세울 땐 여러개의 풍경을 달았을 것이다

저것 마져 삭아 떨어져 버리면 어쩌나...

 

 

철통으로 만들어진 당간의 윗부분

 

 

 

당간하부에는 평면이 팔각인 지주형 석주(石柱) 3매를 연결하여 세우고,
그 위로는 6개의 철통을 올린 것으로 보아 석당간과 철당간이 혼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통일신라나 고려시대 조성된 당간의 재료가 돌.나무.철 등이 각각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혼용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연결 방법은

당간 상하부를 각각 반절로 절단한 다음 상하부 연접 부분에 각각 1개씩 2개의 철띠를 두르고
그 사이에 2개의 둥근 구멍을 관통시켜 그 구멍으로 고정쇠를 끼워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3개의 석당간을 같은 방향에서 연결하여 세우고
상단부 석당간 위로는 6단의 철통을 끼워 당간을 세웠다

 

 

담양읍석당간과 당간지주는 기단부가 매몰되어 있어 구체적인 양상을 알기는 어렵다
지대석은 평면이 사각형으로 원래는 2매의 판석형(板石形) 석재를 결구하였던 것으로 보이나
현재는 5편으로 조각났다
지대석 상면에 사각형 홈을 마련하여 두 지주와 간대석을 끼워 고정하도록 하였다
현재 두 지주와 석당간 사이는 시멘트로 채워져 있는데
원래는 간구와 간공에 간(杆)을 끼워 고정하였을 것이다
간대석은 두 지주 사이에 사각형 대석으로 마련하였으며,석당간의 하단부는 간대석 상면에 고정토록 하였다
석당간은 간대석 상면에 마련된 홈이나 돌기대에 견고하게 끼웠을 것으로 보인다

(엄기표 지음 '한국의 당간과 당간지주'중에서 발췌)

 

당간지주 오른쪽에 있는 비석에는 앞면에 이 당간의 유래가 적혀 있고

뒷면에는 건립 관계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데
원래 있던 당간이 영조 25년(1749)에 큰 바람을 맞고 넘어 진 것을 나무로 대신 세웠다가
헌종 4년(1837)에 또 부서져서 이듬해인 1838년에 처음 모양대로 중건했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여러가지 장식이나 만들어진 수법으로 보아

고려 전기에 건립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담양읍당간지주는

풍수지리상 담양의 지형이 행주형(行舟型)이라서 배의 돛을 상징하는 이 당간을
고려 명종 2년(1172)에  세웠다는 말이 전해지기도 한다

 

예전에 출간된 책에는 읍내리당간지주라 표기되어 있는데

실제 담양읍에는 읍내리라는 지명은 없다고 한다

이 당간지주가 있는 곳은 담양읍 객사리

그래서 읍내리당간지주를 담양읍 당간지주라 그 명칭을 고쳤다고 한다

 

곁에 있는 잘 자란 나무와 굵은 전선 걸치고 있는 전신주와 서로 키재기 하듯 서 있던 당간지주

눈 부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는데

자꾸자꾸 눈에 삼삼하다

 

 

 

당간지주가 있는 곳에서 찻길 건너편으로 보이는 저 작은 집 옆에 탑이 있다

 

 

담양읍오층석탑

절터의 흔적은 없고 탑만 서 있다

 

 

 

 

담양읍오층석탑은 모든 몸돌에 우주가 새겨져 있으며 지붕돌의 모서리에는 작은 구멍이 있었으니

풍경을 달았던 흔적이지 싶다

길 건너편의 풍경달린 당간지주와 풍경달린 오층석탑

살랑살랑 바람불 때 함께 흔들렸을 당간지주의 풍경과 탑의 풍경...

그 아련한 맵시와 고요의소리를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진다

 

고려시대 탑이 대개 그렇듯 이 탑도 훤칠하고 날씬하다

훤칠하고 날씬한 탑을 까마득히 올려다보는 자민이도 날씬하고 훤칠하다

佛子인 자민이는 저렇게 탑을 올려다보며 어떤 기원을 했을까...

 

 

충주문주리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초록의 장식성은 대단하다

담양읍오층석탑이 있는 맞은편 집 블록담 주위에 다부룩히 자라고 있는 토란

토란의 넓적한 이파리가 만들어 내는 그 장식성을 내 부족한 표현력으로는 어림없다

 

 

길 섶에는 맥문동꽃도 간간히 보였다

길다랗게 촘촘히 핀 보라색꽃이 한약재로 쓰이는 맥문동꽃이라는 것을

나는 다섯해 전 진도의 운림산방에서 처음 알았었다

그 감흥이 컸었던가 담양읍에서 만난 맥문동꽃에서도 운림산방의 정취를 만난다

 

 

담양읍오층석탑이 있는 곳에서 시선을 높이,멀리 들어보면 산 정상 까마득한 곳에

정자가 보인다

저 곳은 어디일까...

 

소나기가 묻어 있는지 날씨는 덥다 라고 하기보다는 삶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나마 자동차 안이 시원하다

담양읍석당간과 오층석탑을 살피고나서 점심식사 전까지 한 군데 더 들러보기로 했다

보물로 지정된 용흥사동종을 만나러

담양읍을 떠나 담양군 월산면으로~

 

 

담양읍에서 점심식사 전에 한 곳 더 들러보자 하며 찾았던 곳

몽성산 용흥사

들어앉은 터가 무척이나 넓은 용흥사는 주차장에서부터 이어진 긴 돌계단을 따라 올라오니

잘 자란 우람한 나무가 먼저 맞이하는 절집이었다

저 곳에 보물로 지정된 동종이 있다했지

 

 

용흥사에 대해선 별로 아는바가 없는 나는

용흥사는 자그마한 절집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용흥사는 백제 때 창건되었다고 하는데 조선 후기까지의 내력이 전하지 않아

절의 자세한 역사는 알 수 없지만

용흥사의 본래 이름은 용구사(龍龜寺)였다고 하는데

숙종(1674∼1720) 때 숙빈(淑嬪) 최씨가 이 절에서 기도한 뒤 영조를 낳자

절 이름을 용흥사로 바꾸었으며, 산 이름도 몽성산으로 고쳐 불렀다고 한다

 

왕실과 관련이 있었으니...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큰 절집이다

 

대대적인 불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직 단청을 하지 않은 대웅전이라 그런지

지은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리 생경하지는 않다

저 대웅전 안에 동종이 있을 것이다

 

 

대웅전 왼편 낮은 언덕에 있는 산신각

건물을 보며 얌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조촐하고 단정한 맵시에 편액의 글씨마져 새촘하니 이쁘다

 

 

용흥사 대웅전 한켠에 잘 모셔진 동종

보물의 이름값에 모자람없이 붉은 향나무로 조각된 근사한 틀에 매달려 있었다

용흥사동종의 정식명칭은 담양용흥사순치원년명 동종(潭陽 龍興寺 順治 元年銘 銅鍾)

보물 제1555호이다

 

 

용흥사동종은

종의 고리장식에서 많이 보아왔던 두 마리의 용이 아니라  용이 네 마리나 장식되어 있다

네 마리 용의 표정 또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꿈틀대는 듯 하다

네 마리나 되는 용이 경어가 무서워 소리를 질렀다면

용흥사동종의 그 울림은 얼마나 컸을까...

 

 

종의 젖꼭지라 부르는 종유

鍾乳.여자의 젖꼭지와 그 모양이 닮아있어 유두(乳頭)라 부르기도 한다

덩쿨문양이 사각형으로 둘러진 유곽 안에는 연꽃 모양의 유두가 아홉개 있다

종유의 9라는 숫자는
중생계 10계 가운데 불계(佛界)를 제외한 9계를 뜻한다고 한다.
9계는
지옥.아귀.축생.수라. 인간. 천상.성문. 연각. 보살이며,
또한 유곽의 4라는 숫자는 4생의 의미라고 한다

유곽의 아래에는 담양용흥사순치원년명 동종(潭陽 龍興寺 順治 元年銘 銅鍾)이라는 명문이 있어

인조 22년(1644)에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크지 않은 동종이지만 종 몸통 곳곳에 불교의 오묘한 진리가 숨어 있다

 

 

유곽사이에는 천의(天衣)를 두른 보살입상이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다

 

 

두 줄의 띠를 돌린 위로  힘차게 몸을 뒤트는 용의 모습을 새긴 종의 아랫부분

 

 

용흥사는 담양군 월산면에 자리한 조용한 절집이었다

"이곳 신도들의 힘으로는 이렇게 거대한 불사는 힘들고 지방관서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아직 법당안의 닫집이나 단청은 하지 못했으며 후불탱화 역시 최근에야 걸 수 있었다 " 고

법당안에 있는 용흥사동종을 사진찍을 수 있게 허락한 보살님이 이야기 해주셨다

 

 

법당안에서 예를 갖춘 자민이와 보살님

사진기의 ㅅ 자만 보아도 매몰찬 표정이 되는 대개의 절집 보살들과는 달리

용흥사대웅전 법당에서 만났던 보살님은 동종을 찾으러 예까지 왔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그게 무슨 어려운 일이냐는 듯 쾌히 허락하셨고

 

"삼배의 예를 갖추면 좋을텐데..." 하시더니

이내 "아~ 안하셔도 됩니다 " 한다

내 오른손 중지에 끼고 있는 로사리오 반지를 본 모양이다

 

자민이와 보살님은 한참이나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저렇게 서 있었다

 

 

철 이른 코스모스가 축대 아래에 피어 있었다

 

 

용흥사에는 신도들의 발길이 그리 잦지는 않은 모양이다

항시 차갑고 맑은 물이 넘쳐나야 할 돌확 위쪽의 수도꼭지는 잠겨 있었고

물을 떠 마실 수 있는 플라스틱 바가지 손잡이에는 거미가 집을 짓고 있었으니...

그렇지만 돌확의 모양새는 이곳 용흥사 산신각처럼 아담하고 이쁘다

 

 

용흥사를 오르는 긴 돌계단 입구 왼편의 숲속에 자리한 부도밭

부도 일곱 기가 일렬로 나란히 줄 서 있다

 

 

일곱 기의 부도 중 오른편에서 두 번째 부도가 유난히 눈에 띈다

부도의 몸돌과 지붕돌에 새겨진 많은 장식 때문에...

 

 

부도 지붕돌 네 귀에 새겨진 장식

사자인 것 같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부도의 동물장식은 거의 다 사자였으니까

많은 세월 비바람에 닳고 닳아 표정 역시 둥글둥글 순하다

 

 

부도의 몸돌 받침대에 새겨진 재미난 표정의 동물장식

 

 

 

용흥사 부도밭 이곳저곳에는 깨어진 석조부재들이 더러 있었다

나무그늘이 만들어 주는 서늘함과 이웃한 계곡의 습한 기운이 더해져

용흥사 부도밭은 파란 이끼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이었다

 

유명세 치르는 거대한 타이틀은 없어도 오밀조밀한 모습의 부도 나란히 서 있는 용흥사 부도밭은

바쁜 답사길 한 숨 쉬어가긴 충분한 곳이었다

 

용흥사 부도밭을 뒤로하고 이제 자민이가 몇 년동안 벼르던

담양의 그 유명하다는 떡갈비를 맛보러 담양시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