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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후기

장흥 돌아보기. 탑산사.천관사

푸른새벽* 2009. 4. 17. 15:09

 급한 성격탓인가 며칠 전 급체로 고생을 한 뒤끝이 영 개운치 않다

가끔은 어지럽기도 하고 속도 몹시 거북해 몇 끼니를 죽으로 연명(?)을 하며

가능하면 외출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잡아도 훌쩍 가버릴 봄날인데 이렇게 그냥 보낼 수는 없어

보따리 꾸려 집을 나서게 되었다

 

전남 장흥

장흥이란 고장은 2006년 5월에 가 본 고장이다

그 땐 오로지 보림사의 보조선사 부도가 목적이었다

그러니 장흥이란 고장을 돌아보았다 할 수는 없다

이번에는 보림사는 물론이고 장흥의 몇 군데를 돌아보려한다

 

새벽 5시에 집을 나와서 아주 천천히 달려 도착한 곳

집에서 꼭 100Km의 거리

중부고속도로 오창휴게소

커피 한잔 마시며 바라다 본 건너편 언덕의 풍경이 좋다

 

 




장흥의 탑산사지를 찾아가는 국도변

경관 좋은 곳이라는 안내판이 가리키는 곳엔 잘 가꾸어진 화단과 작은 전망대가 있었다

흐드러진 개나리의 노랑...

 




 

멀리 아슴하게 보이는 저 느른하고 긴 능선의 산이 천관산이란다

천관산이 장흥의 진산인가...한 번 알아봐야 겠다

저 아련하게 보이는 천관산 능선 어디쯤에 있다는 탑산사지를 찾아가는 길이다

 

 




아직은 동백이 이쁘다

수도없이 동백을 보았고 사진기에 담아도 보았지만 동백은 꽃잎이 상하지 않은 것을 보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곳의 동백은 그 자태가 그리 흐트러지지 않았다

아찔하게 붉은 빛깔이 이쁘고 또 이쁘다

 

 




전라남도 장흥군 대덕읍 연지리 산 109-1

탑산사로 들어가는 초입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돌탑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커다란 돌탑이 일주문을 대신해 이곳이 탑산사임을 알린다

 

 




탑산사입구

저기 왼쪽으로 보이는 건물은 해우소인데 역시 벽과 지붕을 돌로 장식하였다

 

 




돌이 많은 탑산사 바닥돌 사이에 핀 제비꽃이 함초롬하다

 

 




탑산사는 흔히 보았던 절집과는 상당히 달랐다

스님들도 세상의 소식이 궁금한 것은 중생들과 다르지 않나보다

 




 

조립식 건물을 법당으로 쓰는 탑산사에서 풍경은 동백나무가 맡았다

세상이 이렇게 이쁜 풍경걸이가 또 있을까

 




 

돌이 많은 탑산사는 제대로 지어진 법당이 없다

간이건물을 법당으로 사용하지만 법당 입구는 돌로 지어 그나마 절집의 위용을 살렸다

 

 




천관산을 올려다보며 이곳에 있다고 하는 탑과 석등을 찾아 돌계단을 오르고 또 오른다

 




 

탑산사는 산신각도 이렇게 돌에 기대어 지어졌다

조립식 건물이 아니라 작게나마 제대로 모양을 갖춰 지었다면 참 근사할 곳인데...

 




 

탑산사 법당 측면을 장식한 그림

회칠이 된 벽면에 칸을 지어 각각의 칸에 얕게 새긴 그림들

아이들 만화책에 그려진 서유기의 삼장법사를 보는 것 같다

이 그림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탑산사를 전체적으로 내려다 볼 수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두 개의 커다란 바위를 의지하여 지어진 법당도 있다

 

아직 탑은 보이지 않는다

더 높이 올라가야 하려나

 




 

천관산은 바위산이라 했다

뾰족뾰족한 봉우리가 불규칙적인 천관산은 그 이름만으로도 통일신라를 호령하던

김유신 장군을 떠올리게 한다

 





아무리 찾아보아도 탑산사의 탑과 석등은 보이지 않았다

다시 터덜거리며 내려와

탑이 있는 곳이면 전국의 어디라도 달려가는 탑돌이에게 전화로 물어보았다

이곳이 아니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다시 여러방면의 자료들을 검색 했더니

내가 찾던 탑산사지 석등과 탑은 내가 돌아본 탑산사보다 훨씬 더 위쪽에 있었다

오늘은 탑산사지가 주 목적은 아니었기에 언제라도 탑산사지와 연이 닿을 그 때를 기약하며

석등과 탑 두기가 기다리는 천관사로 향했다

 




 

천관사는 내가 먼저 돌아보았던 탑산사와는 반대방향이었다

천관산을 중심으로 그 언저리에 탑산사와 천관사가 있었다

 

천관사 역시 탑산사처럼 돌이 많은 절집인가 보다

 




 

장흥지방 절집들의 공통점인가

천관사 입구에도 돌로 쌓은 원뿔 모양의 탑이 있었다

 




 

천관사 법당을 중심으로 왼편 너른 공터에 자리한 천관사삼층석탑(長興 天冠寺 三層石塔)

 

천관사법당에서 조금 떨어진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는 이 탑은 2단의 기단(基壇)위에 3층의 탑신(塔身)이 올려진

고려시대의 탑으로 탑 꼭대기의 머리장식으로 네모난 노반(露盤)과 둥그런 복발(覆鉢)이 한돌에 새겨져 올려져 있어

전체적으로 비례감이 알맞아 안정감이 느껴지며 단아함을 풍긴다.

천관사삼층석탑은 보물 제795호 이다.






삼층석탑에서 천관사 법당으로 가려면 지어진지 꽤 오래되어 보이는 이 건물을 지나야 한다

여염집은 아닐텐데

스님들의 거처가 아니었을까

 




 

천관사는 작고 아담한 절집이다

절마당을 정리하려는지 곳곳에 돌무더기가 쌓여 있었지만 단정하고 고즈넉하다

 

 




작은 법당 앞에는 키큰 오층탑과 석등이 나란하다

 

 




천관사오층석탑

조심스럽고 경건하게 석공의 세심한 손길로 탑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지극한 신앙심하나로 그저 무심하게 툭툭 쪼아 만든것 같은 키만 훌쩍 큰 빼빼마른 탑

모양새로 보아 고려시대의 탑이 분명한데

기단과 탑신부의 각 층 몸돌에는 기둥모양을 조각하였는데

지붕돌은 밑면에 3단의 받침을 두었고 윗면은 경사가 급하며 꼭대기에는 꽃봉오리 모양의 머리장식이 남아 있다.

 





천관사 석등

사각형의 바닥돌 외엔 모두가 팔각이다

등불을 밝혀두는 화사석(火舍石)을 중심으로,
아래에는 3단의 받침을 두고 위로는 지붕돌과 머리장식을 얹었다.
받침부분은 아래·윗받침돌에 서로 대칭되는 연꽃을 새기고,
그 사이는 기둥을 세워 가운데 받침을 삼았다. 화사석은 불빛이 퍼져나오도록 4곳에 창을 뚫었다

살째기 솟아오른 귀꽃이 더 없이 이쁜 이 석등은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34호로 지정되어 있다. 

 





오층석탑과 동백나무가 어우러진 절집마당이 봄 햇살의 밝음과는 또 다르게 불을 밝힌 양 환하다

 




 

단촐한 법당 앞을 지키고 있는 석등

어찌 그리 단정하고 야무진지...

 

 




천관사 극락보전에 모셔진 불상

 




 

한 낮의 햇살이 눈부시다

천관사 절집마당은 봄 햇살만 어슬렁 거릴 뿐 사람의 그림자하나 찾아 볼 수 없다

 




 

작고 아담한 천관사의 수조

 




 

절 마당을 돌아 나오는 길

처음 천관사에 들어섰을 때 보았던 그 건물을 지난다

 

 




지금은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빈 집인 것 같은데

벽에 걸린 시계는 묵묵히 제 할일을 하고 있다

시침.분침이 가리키는 시간이 정확하다

 

 




천관사 절집 입구에 걸린 천관산의 등산로 안내판

느른한 산능선 군데군데 뾰족뾰족한 바위가 솟아 있는 천관산은

신라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김유신 장군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천관산은

신라 김유신 장군이 소년시절에 사랑했던 천관녀(天冠女)가 숨어 살았던 산이라고도 한다.

김유신이 어머니의 충고를 따라 천관녀의 집으로 발길을 돌린 백마(白馬)의 목을 쳐서 죽이고

오직 무예를 익히는데 전념한 뒤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했는데

이때 김장군에게 버림을 받은 천관기생은

경북 월성군 내남면 일남리 뒷산에 암자를 짓고 숨어 살면서 김장군의 성공을 빌었다

 
통일위업을 마치고 경주(慶州)로 돌아가던 김장군은 이곳을 지나다가 천관녀의 소식을 듣고
암자를 찾아가 천관녀의 매운 정절과 기도에 감복하여 경주로 같이 돌아가기를 간청했다.
그러나 그녀는 매정한 말로 유신을 뿌리쳤다.

“소첩과 장군의 인연은 소첩이 기생이었을 때뿐입니다.

사실 소첩은 천관보살이 화신한 몸으로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시킬 사람을 찾던 중

장군이 소년시절 이미 이 일을 해낼 사람임을 알고 기생이 되어 장군의 마음을 시험한 것인데

역시 큰 일을 치를 사람이라 소첩과 인연을 끊었으므로 소첩은 이미 할 일을 마친 것입니다.”

그럴수록 장군은 고집을 부렸다.

 
“오늘의 이 위업이 너의 도움임을 알게 된 이상 이대로 인연을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장군의 고집을 물리칠 수 없음을 깨달은 천관녀는 눈을 감고 주문을 외우더니

홀연히 하늘에서 내려온 백마를 타고 서쪽을 향해 사라졌다.

 

장군은 그녀를 놓칠새라 타고 온 말을 몰아 뒤쫓았는데

결국 장흥의 천관산에 이르러 그녀를 잃어 버렸다.

이 때문에 천관산에 천관보살이 살고 있다고 후세에까지도 전해온다

*장흥문화원자료*

 

그런 천관산을 오늘 나는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 전해내려오는 천관녀의 애잔한 마음은 아랑곳 없이

계절따라 이렇게 꽃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하긴

세월따라 환경따라 변하는 것은 오로지 사람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