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바람처럼 떠나다

정읍 돌아보기. 천곡사지칠층석탑.정혜사석조보살입상 본문

답사.여행 후기

정읍 돌아보기. 천곡사지칠층석탑.정혜사석조보살입상

푸른새벽* 2009. 6. 28. 21:16

누구든 자신이 한번도 찾지 못한 고장이라도 그 고장에 대해 번뜩 떠오르는 이미지나 느낌은 있다

가령 경주라는 고장은 누가 뭐래도 불국사를 먼저 떠올리게 되고

합천은 해인사를 떼어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고장이며

천안이란 고장은 삼거리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전라북도 정읍시

이곳은 동학혁명을 기억하게 하는 고장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내장산과 내장사를 먼저 떠올릴 수 도 있겠지만...

 

영원면의 은선리탑을 보고나서 향한 곳은

정읍시 이평면에 있는 녹두장군 옛집과 말목장터와 만석보터 그리고 황토현 전적지였다

찾아 본 곳곳의 사진도 정리해보니 많다

그러나

내 답사기에서 동학혁명에 관련된 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그것에 대한 자료도 부족하지만 무엇보다 내 생각이 정리되지 못했음이 더 큰 이유이다

난 아직 동학혁명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리한 답사기나 글을 쓸 만큼의 그릇이 안된다

그릇이 못 된다

하여 어설픈 답사기라도 쓸 정도가 될 그 때 다시 동학혁명유적지를 돌아보려 한다

 

 

녹두장군옛집.말목장터와 감나무.만석보혁파비와  만석보터까지 돌아보고 다음 답사처로 찾은

정읍시 망제동 천곡사지탑이 있는 마을

역시나 정읍의 모든 탑들이 그랬던 것처럼

마을 어귀에서도 칠층탑의 큰 키를 짐작할 수 있게 먼저 모습을 보인다

참 착한 탑이다

 

 




역시 타이틀은 갖고 볼 일이다

보물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천곡사지칠층석탑의 주변은 말끔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아직 여성성의 징후는 없는 빼빼마르고 훌쩍 키 만 큰 여중생을 연상케 하는 탑

천곡사터칠층석탑을 보며 운주사를 생각했다

멀미나도록 탑이 많은 운주사에서 이렇게 빼빼마르고 키큰 탑들을 많이 봤었다

 

 




천곡사터칠층석탑은 

면석이나 갑석을 갖춘 건축 기단 형식이 아니고
몇 매의 장대석을 짜맞춰 간결하게 구성된 기단 위에 세운 고려시대의 이형탑인데

가늘고 높은 1층 몸돌은 4매의 돌로 구성되었고
2,3층의 몸돌은 2매의 돌로 짜였으며,그 위로 7층까지는 몸돌이 모두 한 개의 돌로 되어 있다

지붕돌은 1층부터 7층까지 같은 모양인데 낙수면의 경사가 매우 완만하고 모서리의 반전이 거의 없으며
처마가 직선으로 되어 있다
각 지붕돌의 윗부분에는 괴임이 1단씩 조각되어 그 위층의 몸돌을 받치고 있다
지붕돌 아래에는 층급받침 대신에 한 변에 4판씩 모두 16판의 앙련이 조각되어 매우 특이하며

몸돌의 각면에는 우주가 얕게 조각되어 있고,상륜부는 없어진 채 노반만 남아 있는

이 천곡사지칠층석탑은 보물 제309호로 지정되어 있다(한국문화유산답사회 지음 '답사여행의 길잡이'중에서)

 

 




안내판의 오류

천곡사지칠층석탑의 안내문에는 탑의 2층은 두 개의 판석으로 되어 있고

3층부터는 하나의 돌로 몸돌이 이루어졌다고 씌여 있다

그런데

아니다

 





분명 2,3층의 몸돌은 2매의 돌로 짜였으며,그 위로 7층까지는 몸돌이 모두 한 개의 돌로 되어 있다

언젠가 이곳으로 답사를 왔던 눈매 야무지며 열정적인 사람이

정읍시청 문화재담당자에게  이 안내판의 오류를 지적하며 고쳐주십사 정중하게 부탁한 것이 일년전이라는데

아직...

고쳐지지 않고 있다

(가까운 거리든 먼 거리든  탑의 상륜부까지 자세히 사진기에 담고 싶었지만

워낙 울창하게 잎을 드리운 단풍나무 때문에

측면에서 천곡사지칠층탑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이럴 땐 보물이라서 너무 대접을 잘 해주는 것이 불편하다)

 

 




천곡사지칠층석탑의 주변엔 단풍나무들이 참 많다

그러고보니 정읍의 곳곳을 돌아보면서 단풍나무들을 많이 본 것 같다

파랗고 빨간 단풍나무잎사귀들이 아기 손바닥처럼 앙징맞다

단풍나무에 둘러싸고 있는 천곡사지탑은 호사를 듬뿍 누리고 있다

 

 




안녕~

또 언제 다시 찾을 지 모르지만 내 답사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 한

언젠가는 꼭 다시 한번 더 찾아올게요

그때까지 지금의 모습 그대로 계셔야 합니다~

 




 

천곡사지탑이 있는 곳 아래쪽 공터에 세워둔 자동차로 돌아왔다

이제 정읍시 연지동에 있는 정혜사에 갈 차례다

그곳엔 석조보살님이 계시니까

 

 




정읍시 연지동

조금만 시야를 위로 향했더라면 금방 찾을 수 있었는데

그걸 못해서 이 낡은 블록담 건너편에 있는 노인회관엘 들어갔었다

몇몇 어르신들이 TV에 열중하느라 낯선 객이 들어오는지도 모르고 계셨다

어르신들 모두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계셨기에 불쑥 물어보기가 송구스러웠다

"건너편 위쪽에 있어요"

 




 

연지동 노인회관 건너편에 있는 작은 시멘트 사잇길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한다




 

 

작은 법당하나 요사채 하나인 정혜사도 인기척을 느낄 수 없기는 마찬가지

법당 오른쪽 뒤편에 거므스름한 보살입상이 보인다

 




 

정읍 정혜사석조보살입상(定慧寺石造菩薩立像)

기골이 장대해보이는 모습이 고려시대에 만들어졌지 싶다

 

 




귀도 떨어져버렸고 코도 없어진 얼굴은 조금 긴 듯하고

머리엔 커다란 보관寶冠을 쓰고 있다

이렇게 큰 보관을 쓴 보살은 강릉의 신복사터와 월정사에서도 보았다

그래서 그런가 이미지가 비슷하다

 




 

손 모양은 오른손은 손바닥을 앞으로 하여 가슴 안쪽으로 들었는데,
둘째 손가락 윗부분이 불룩하게 튀어 나와 마치 무엇인가를 잡은 듯하다.
왼손은 배 부근에 대고 있는데, 셋째와 넷째 손가락을 구부리고 있다.

 

 




정혜사석조보살입상은

높은 원통형 보관, 단순화된 괴체형의 신체표현,
얕은 선각의 평행옷주름 등으로 볼 때
고려시대 전반기에 유행하였던 보살입상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양감이 적으면서도 부분적으로 사실적인 표현수법으로 인하여
한결 생기있는 표현을 보여준다.
고려시대의 지방화된 석조불상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문화재청자료)

 

보살상의 옆에 있는 큼직한 석조물은 아무래도 불상을 앉혔던 대좌같은데

대좌에 새겨진 연꽃잎문양이 방금 피어올린듯 생생하다

 




 

정혜사 절 마당에 서면 빽빽한 정읍시내가 눈에 들어오니

작은 절집 정혜사의 절마당이 한결 넓게 느껴진다

 

 




정혜사석불을 만나뵙고 돌아나오는 길

낡은 블록담 너머에 화들짝 놀랄만큼 붉은 빛을 뿜어내는 작은 꽃 한송이

석류꽃이다

 





낡은 블록담 너머로 보이는 석류나무엔 석류꽃이 간간이 매달려 있었다

이렇게 담너머로 보이는 꽃나무에 가끔 정신을 빼앗기는 것도  답사의 작은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