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바람처럼 떠나다

흐뭇하지만 숙연해지는 선물 본문

☆~ 雜想/일상의 소소함

흐뭇하지만 숙연해지는 선물

푸른새벽* 2008. 10. 6. 17:25

며칠 전

중간크기의 허름한 종이상자가 내게 배달되었다

얼기설기 투명테이프로 묶은 그 상자는 전북 완주군 동상면에 사는

우리 까페의 새내기 회원이 보낸 것 

 

 

상자는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맨 위에는 한지에 싼 길쭉한 것이 있었고 거기에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언젠가 까페의 한 줄 메모에 수세미를 땄다길래

몹시 부럽다고 그 수세미 하나 꼭 갖고 싶다는 댓글을 달았었다

그랬더니 수세미를 보내주겠노라 하기에 고맙다는 답글을 보내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설마 이렇게 정말 보낼 줄이야

 

 

크고 튼실한 수세미

메모에 적힌 대로 잘 말려서 삼등분으로 나누어야 겠다

웰빙수세미가 세 개나~

 

 

상자안의 또 다른 것

자신이 키운 콩으로 직접 담근 전통 국간장...

음식의 간을 맞출 때 알맞춤하게,아주 요긴하게 쓸 것 같다

 

 

상자를 보낸 이는 전라북도 완주군 동상면에서 살고 있다

남편과 알뜰하게 농사지으며

농사짓는 틈틈이 각종 산야초로 장아찌를 담아 판매도 한다했다

여름에 채취한 참취로 만든 장아찌다

이것도 한 병이 들어 있다

 

 

꽈리열매...

아홉개의 꽈리열매가 나를 웃음짓게 했다

까페회원들이 모두 걱정하는 내 감기는 지리하리만치 길게 꼬리를 드리우고 있는데

오래끄는 감기가 걱정된다며 보내준 것이다

꽈리열매를 달여 먹으면 감기가 뚝 떨어진다고~

 

 

가족들이 먹으려고 농약치는 것을 극히 제한해서 키웠다는 풋고추

벌레먹고,울퉁불퉁 못생긴 것이지만 농약때문에 신경쓰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상자의 공간을 가장 많이 차지한 늙은 호박

시골에 사는 친구도 그랬고,도시 근교에서 농사를 짓는 친구도 그랬듯

올해는 호박농사가 별로라고 했는데

이렇게 큰 호박을...

껍질 벗겨 잘라 비닐봉지에 넣어두고 호박죽이 생각날 때 조금씩 꺼내어

밤 넣은 말간 호박죽을 끓일거다

아~ 올 가을에 난 무지하게 부자가 되었다~ㅎ

 

내가 만든지 3년이 조금 넘은

동갑내기 여덟이 모여 안부나 묻고 재미난 이야깃 거리 서로 나누자며

만들었던 까페

그 까페의 회원은 오늘로 열 아홉명

나와 동갑내기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십대 중.후반의 회원도 반이 넘는다

까페에 가입하는 족족 다 받아들이고,활동하지 않는 회원도 그냥 두었더라면

지금까지 회원이 백 명은 족히 넘었을 터이지만

처음 까페를 만들 때

맑고 단정하고 아늑한 여유를 만날 수 있는자리가 되겠으며

회원수에 절대 연연하지 않겠다는 다짐대로

보름 동안 한번도 다녀가지 않은 회원이나

일주일 동안 한 줄 안부도 없는 회원은 정중하게 사양을 했던 관계로

3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회원수는 열 아홉이다

그런 회원들 가운데 가입한지 얼마되지 않은 새내기 회원이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보낸 것인데...

가입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산촌의 정취를 담은 사진과 장아찌에 대한 알뜰한 정보를 게시판에 올려 주기에

까페지기로서는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 댓글 정성스레 써 주었더니

항시 새내기 배려해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는 글을 게시판 여러곳에서 보긴 했어도,

이런 맑은 까페를 찾았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말을 듣긴했어도

농사일 바쁜 이 계절에 까페지기라고 일부러 가지가지 챙겨서 보낸 그 정성이

고마움을 넘어 숙연함으로 다가온다

한해의 정성과 땀의 결실일텐데... 

 

허름한 상자지만

그 속에 채워진 정성이 진정 흐뭇하고 고맙다

 

 

 

 

 

'☆~ 雜想 > 일상의 소소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 말 없음  (0) 2008.12.27
겨울반찬 준비  (0) 2008.10.23
푸른새벽...바람처럼 떠난다  (0) 2008.07.16
수첩하나 노트 세권  (0) 2008.07.09
사양합니다~  (0) 2008.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