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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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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雜想/일상의 소소함

횡설수설

푸른새벽* 2009. 9. 4. 13:12

 

 충북 청원을 찾았던 것이 2009년 7월 10일 이었는데

두어 달이 지난 지금까지 사진정리는 마쳤는데 답사기를 쓰지 못했다

답사기라고 표현하는 것에 어림없는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그래도 꼭 쓰려고 노력했던 것은

유형의 문화재에 대한 시시콜콜 모두 다 알고 있는 내용보다는

그곳에 내가 가려고 맘 먹게 된 이유와 그곳을 찾아 가면서 느끼는 감정이나

눈 앞에 펼쳐진 긴 세월의 흔적과  혹 그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에 대한 

내 자자분한 소회를 기록하기 위함인데

어느날 문득

늘상 느끼고 있던 부끄러움이나 부족함이 무슨연유에서인지 태산같이 나에게 덤벼 와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기에 

청원을 다녀온 이후의  답사기를 쓰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사실은

부족한 글솜씨는 제쳐두더라도 내가 그동안 찾았던 우리의 문화유적에,문화유산에 대해

나는 너무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발품팔고 다니며 사진찍는 것에 불과했던 내 답사가 실은 빈껍데기에 다름아니었던 것이란 걸 깨닫고

답사라는 이름으로 여지껏 그래왔던 것 처럼 계속 다녀야하고 또 써야 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으로

한 여름을 다 보냈다

그래도

그저 아무 이유없이 좋기만한 답사여행은 포기할 수 없었기에 청원을 다녀온 후

또 전남 영광.해남.진도를 다녀왔다

영광.해남.진도의 답사를 하면서도 내내 머릿속을 채웠던 것은

답사기에 대해 내가 내릴 수 있는 정의에 관한 것이었다

 

답사 [명]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조사함.

답사에 대한 사전적 정의이다

조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접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백과사전이나 각종 자료를 찾아봐도 답사기에 대한 정의는 없으니 갑갑했었다  

그렇게그렇게 더운 여름이 지나갔다

 

바람 소슬해진 요 며칠

슬그머니 내 합리화가 시작되었다

현장에 가서 조사까지는 못하더라도 직접 찾아가 본 곳이니 내가 보고 온 것에 대해

그저 담담하게 또 진솔하게 내 나름대로 내 방식대로 쓰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남이 아닌 내 답사기니까

답사이력이 이십여년이 넘는 이들과 경쟁하듯 비교하고 있기에 내가 무력해진 것은 아닐까

혹은 그 방면으로 수십여년간 전공한 사람들과 견주어 보니 내가 한심해 보였던 것은 아닐까

욕심이엇다

여지껏 살아 온 세월에서 너무 많은 것들을 끌어안고 무거워하면서도 비워낼 줄을 몰라

허허로운 절터에서 선조들의 생각을 가늠해보고 온전치 못한 돌탑에서 세월을 헤아리며 나를 녹아들게 해

조금은 비워내고 조금은 가벼워지려 했던것이 쓸데없는 욕심으로 비워 내기는 커녕 오히려 더 무거워졌으니

 

어줍잖고 얄팍한 답사기를 절대 고수들과 비교하지 말고

내 나름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무식하면 무식한대로 내 깜냥만큼 만 쓰자

그렇게 쓰면서 하나씩 비워내자고

오늘 최종적으로 엄청난 내 합리화를 도출해 냈다

 

글쓰기 좋은 계절이기는 한가보다

헝클어진 머릿속을 제대로 정리 못하면서 이리 횡설수설  쓰고 싶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