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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 돌아보기. 동화사 본문

답사.여행 후기

충북 청원 돌아보기. 동화사

푸른새벽* 2009. 9. 22. 07:55

지루한 장마중에 반짝 하루 맑은 날

장마철 습기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에도 예외는 없다

안심사를 돌아보고 다음의 답사처로 찾은 청원 동화사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지만 자동차의 통행이 많은

일주문도 절집 담장도 없이 동화사는  자동찻길 가에 있었다

전신주 사이에 매달린 알록달록한 연등이 돌맞이 어린아이의 색동저고리 같이 고운데

법당 안을 살펴보지 않더라도 스님이 예줄 중임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절집마당을 돌아  찻길을 넘어 하늘에까지 닿을 듯 쩌렁쩌렁한 독경소리가 들렸기 때문. 

 

 




산허리 깎아지른 절벽과 색동저고리같은 연등과 층층이 쌓인 플라스틱수조가 묘한 대비를 이루는

절집주변의 풍경

 




 

붉은 플라스틱수조의 검은 물에서 피어올린 연꽃

여름 한나절의 고요가 머물러 있다

 

 




작은 법당하나 요사채하나  높직한 탑과 지붕돌만 쌓아놓은 탑하나 그리고 석등

이것이 동화사라는 절집의 모두다

 




 

동화사법당은 대적광전이다

눈을 바로 뜰 수 없을 정도로 밝은 마당과는 달리 법당 안은 고요한 어둠이 머물러 있고

스님은 에불 중이시다

 

언제 끝내시려나

법당 안에 계신 부처님을 뵈어야 하는데...

 

 




법당의 부처님은 예불이 끝나면 뵙기로 하고 이 작은 절집 동화사에서 두 번째로 살펴봐야 할

절 마당의 온전치 못한 탑 앞에 선다

 엉성한 기단과 몸돌 없어진 째 지붕돌만 쌓아놓은 동화사탑

자료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탑이라는데

어쩌다 제 모습 다 잃어버리게 되었을까

지붕돌 날개 살포시 치켜진 맵시 고운 탑이었을텐데

 

 




쩌렁쩌렁한 스님의 예불은 끝이 없이 이어지고 있다

 

살며시 법당 앞으로가서 가만히 들여다볼까 하다가

그냥 멀리서 사진기로 당겼다

미리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희안하다

어째 부처님께서 이리도 고개를 갸웃하고 계실까

 

동화사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왼손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싸고 있는 모습으로 일반적인 비로자나불이 취하는 손모양을 하고 계시는데

돌로 만든 부처님이지만 금분을 두껍게 입혀놓아 석불상인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고려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화사부처님은 매몰되었다가 광배를 잃은 채 복원이 되었고

복원과정에서 두상의 방향이 잘못 틀어지게 되었다는데 못난 중생의 느낌으로는

똑바로 정면을 응시하고 계신 부처님보다 이렇게 고개 갸우뚱한 부처님이 더 정겹다

 

전해내려오는 일화에 의하면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시기 왜군의 한 왜장이 청주지역을 지나가다가

멀리 동화산 지역에서 황금빛이 비치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그곳에 분명 보물이 묻혀있을 것으로 확신한 왜장은 부하들을 데리고 이곳 동화산에 다다랐다.

그 무렵 동화산에 자리잡고 있는 동화사에서 이변이 일어나고 있었다.

경내의 석불좌상에서 몸에 땀이 맺히고 법당 안에서 한숨소리가 들렸다.

사찰의 모든 사람들이 불길한 징조라고 걱정하고 있을 때 이곳에 왜병이 들이닥쳤다.

왜장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황급히 금빛이 나는 법당문을 열었다.

그러자 화려한 빛을 내던 불상에서 빛이 사리지고 불상의 얼굴이 서서히 돌아가 왜장을 외면하였다.

화가 난 왜장은 칼을 들어 불상의 목을 내리쳤다.

그런데 그 불상의 목이 떨어지면서 왜장의 발목을 내리찍는 것이다.

이에 놀란 왜군들은 황급히 발목이 부러진 왜장을 불당에서 끌어내어 고분터로 몸을 피했는데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 천둥, 번개와 더불어 소나무가 내리기 시작했다.

왜병들은 무서워 벌벌 떨며 커다란 고목나무 밑으로 몸을 피했는데 갑자기 이 나무에 벼락이 떨어졌다.

나무 밑에 몸을 피했던 대부분의 왜병들은 이 벼락을 맞아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왜병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

국사봉에 은신하고 있던 조헌장군께서 군사를 이끌어 이들을 몰살시켜 버렸다고 한다.

이후 떨어진 석불의 머리를 다시 그 자리에 올려붙였으나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현재와 같이 되었다고 한다.*전통사철정보자료*

 

 




요사채하나 법당 하나인 작은 절집 동화사

아직도 스님은 예불 중이니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빡빡한 일정이 불편하다

작은 탑이 있는 곳에 서서 계곡 건너편으로 시선을 돌리니 커다란 불상이

이 작은 절집에 걸맞지 않게 세워져 있다

장마철이지만 계곡의 물은 그리 많지 않다

 

 




창건연대를 알 수 없는 동화사

그 동화사엔 플라스틱수조에 핀 이쁜 연꽃과 지붕돌만 남은 아담한 탑 하나

고개 갸웃한 부처님과 목소리 쩌렁쩌렁한 스님이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