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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 돌아보기. 화림사 본문

답사.여행 후기

충북 청원 돌아보기. 화림사

푸른새벽* 2009. 9. 25. 07:57

자동차 연료도 아슬아슬하고 거르면 평생 찾아먹지 못한다는 점심도 해결 해야하고...

백족사를 돌아보고 곧장 다음의 답사처인 화림사로 가려다 우선 자동차 연료부터 채우기로 하고

청원군 가덕면 소재 상야리와 병암리를 오가며 살피니 딱 한 곳 개스충전소가 있어 들렀더니

문이 닫혔다

관리하는 사람도 지키는 사람도 없다

영업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런 낭패가...

 

어찌어찌 물어물어 한참을 헤맨끝에 겨우 연료를 채울 수 있었고

그곳에서 점심식사를 할 만한 음식점을 물어 보았다

"닭.오리는 저 위쪽의 식당이 괜찮고 돼지고기나 갈비는 요 아래쪽으로 한참 내려가야 하고

오신 길로 다시 돌아가다가 오른편으로 딱 한집 밖에 없는 곤드레밥을 잘하는 음식점이 괜찮아요"

 

닭.오리같은 가금류는 나와 상관이 없고 혼자서 먹는 점심에 소.돼지고기는 부담스러운지라

곤드레밥으로 점심을 해결할 요량으로 조금 전 지나온 길을 되짚어 갔다

 

 

 

곤드레밥전문 이라고 써 놓은 길거리 현수막만 보고 자동차를 멈춰 살필 새 없이 안으로 들었는데

나올 때 보니 그 집의 상호가 <촌> 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던 음식점은 식사시간이 지난지 한 참이 되어 그런지

밥을 먹으러 온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벽에 걸린 차림표에 있는 5천원짜리 곤드레 밥을 주문했다

 

  




 

점심 한끼 때운다는 생각으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반찬도 정갈하니 간이 맞았고 된장찌개도 구수하고 곤드레밥도 기대 이상이었다

조용하고 서늘한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니

이곳에서 다리 쭉 뻗고 잠시 졸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ㅎ

 

 




 

점심식사를 마친 후 식당에서 얼마 멀지 않은 거리

가덕면 병암리에 있는 화림사를 찾았다

 

일주문도 담장도 없는 화림사 마당은 온통 파헤져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불사가 거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수선한 화림사 마당엔 한 무리의 불자들이 스님을 앞세우고 탑과 나무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절에  행사가 있는 모양이다

 

내가 화림사를 찾았을 그 때 화림사엔 흔히 생각하고 그리는 그런 법당이 없었다

불사가 진행중이니 요사채로 쓰이던 건물을 임시 법당으로 사용하고 있지 싶어 그곳으로 가

안을 들여다보니 마땅히 있어야 할 부처님이 아니 계시다

스님과 참배객들이 돌고 있는 나무주변에 불상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리 엄숙하게 의식을 치르니

가까이 다가갈 염을 내지 못하고 한동안 절마당 한켠에서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한무리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고 난 뒤 다가가 보니

내가 이곳 화림사에서 뵙고 싶었던 불상이 있다

청원 화림사석조여래좌상(淸原 花林寺石造如來坐像)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결가부좌(結跏趺坐)한 여래상으로
나발(螺髮)의 머리에 양쪽 귀는 길게 늘어져 어깨 가까이 닿았고
오른손은 오른쪽 가슴에 대고 왼손은 보주(寶珠)를 받쳐 들고 있는 고려시대 불상이다

 

화림사 대웅전에 주존불로 모신 불상이라는데 어이 이렇게 절마당에 나와 앉아 계실꼬

날씨 너무 더워 나무그늘을 찾으신 것은 아닌지

 

 




석불 앞에는 또 다른 작은 석불이 있다

화림사석불의 무릎 높이 크기의 이 석불은 이마의 백호와 굵은 눈썹 때문인지 

묵직하고 엄숙해보이기까지 하다

 

 




석불이 앉아 있는 곳 바로 앞에  겨우 탑의 형태만 갖춘 화림사 석탑이 있다

화림사탑은

현재 남아 있는 모양새로 보아 삼층석탑이었을 것 같다

깎이고 닳아 두리뭉수리해 보이는 탑의 지붕돌이지만 지금도 고운 맵시가 어렴풋하게 남아 있으니

제 모양 제대로 갖추었을 때는 얼마나 아름다운 탑이었을까

하나 남은 몸돌에 새겨진 우주가 내 가슴에 또 하나의 아스레한 아픔을 새긴다

 




 

화림산 북쪽 계곡에 자리한 화림사

지금은 거창한 불사중이어서 본존불을 이렇게 마당에 염치없이 모시고 있지만

법당이 완성되면 휘황한 닫집과 고운 단청의 수미단위에 엄정하게 자리잡을 것이다

 

비바람 가림막 없이 마당에 앉아 계셨던 화림사부처님

지금은 고요한 법당 본연의 당신자리를 찾으셨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