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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다
대추나무 본문
내 방의 컴퓨터 앞에 앉으면
커다란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오래된 감나무와 대추나무가 보인다
옆집의 나무라해도 우리 담장에 바짝 붙어 있는지라
오히려 우리집에서 더 잘 보인다
초여름
감나무 가지가 우리집 담장을 너머와
지난 태풍에 막 열린 작은 감이 떨어져 어지간히 마당을 어지르더니
어느날
싹둑 감나무 가지가 잘려나갔다
갑갑함이 사라져 좋기는 했으나 한 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했었는데...
그 감나무 사이로 그리 크지 않은 대추나무
조롱조롱 대추가 많이도 열렸다
이제
대추는 붉은 빛을 띄기 시작했다
나는
대추나무를 좋아한다
아니 대추가 좋다
마당이 넓직한 집에 살게 되면 주방에서 바라보이는 곳에
꼭 대추나무를 심겠다 별렀는데
마당이 좁은 집에 살아도 이렇게 건너다 볼 수 있는 대추나무가 있으니
내 소망이 반 쯤은 이루어진 것일까...
"대추를 보고 먹지 않으면 늙는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다
아릿한 기가 채 가시기 전의 풋대추도 좋아하니
통통하게 잘 익은 대추는 말해 무엇하며
쪼글쪼글 잘 말린 붉은 대추랴...
날것으로 먹어도 맛있고
겨울 눈 내려 사방천지가 하얀날
뜨겁게 끓여낸 대추차는 또 얼마나 황홀한 맛인지
창밖의 붉은 대추에 눈길이 자주 간다
옆집에서 대추를 털어내는 날
꼭 몇개를 얻어야겠다
대추나무가지 사이로 가을바람이 머물러 있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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