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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후기

장승과 솟대에 홀린 하루

푸른새벽* 2006. 12. 5. 00:42

오전 11시


사진기와 참고할 책,찾아가는 길 적은 메모지
그리고
따뜻한 보리차 가득채운 보온병
털옷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하남시와 경기도 광주의 경계지역에 있는 엄미리
그곳 두군데의 장승을 보러 갔는데
장승을 찾기위해 참고했던 책의 길 안내는 그야말로 무용지물
1999년에 초판을 발행하고 지금까지 14번의 재판 발행이 되었지만  바뀌어진 내용은 하나도 없는
그 책의 안내를 믿은 것이 잘못이지
자고 깨면 바뀌는 것이 요즘의 도로인것을


하는 수 없이 무조건 낡아보이는 듯한 오래된 집에 가서 묻기로 했다
다행히 엄미 1리 장승은 쉬이 찾았고
엄미2리 장승도 동네사람들이 가르쳐 준데로 찾아갔더니
가는날이 장날인가 그 골짜기 작은 마을에 왠 도로포장공사라니
아스콘을 깔고 있는 공사장 바로 위편에 자리하고 있는 장승
아스콘의 더운기운과 지독한 냄새,소음,연기...
장승이 있는 곳 두 군데를 돌아보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한시간이 넘었다


자동차를 돌려 남한산성으로
검복리 장승을 찾아서
남한산성 광주쪽 매표소에서 4.8킬로 가면 길 오른쪽에 있다는 안내
그렇다면
삼년전에 매일 아침 내가 운동삼아 걸었던 길이 아닌가
그 쯤엔 광주시에서 보호수로 지정한 커다란 나무가 있었는데...
2킬로 쯤이나 갔을까 추운 날씨에 웅크리고 걸어오는  마을 노인을 만나 물어 보았다
역시 내가 알고 있는 그 장소를 말씀하신다

쉬이 찾았다
왜 그 때는 못 보았을까
개울 건너에도 장승무리가 있다고 해서 눈 쌓여 미끄러운 개울을 건너갔다
찬찬히 그리고 신경써서 산언덕을 살펴보았다
장승이다
낮으막한 언덕 잎 떨어진 나무들 사이로 장승이 보였다
솟대의 근사한 모습을 담고 싶었는데 도무지 나뭇가지에 가려 원하는 그림이 나올 것 같지가 않다
이리저리 아무리 방향을 달리해도 안된다


다음은 하번천의 양짓말을 찾아가야 한다
내가 생각하던 양짓말이지 싶은 곳에서 물었다
아니란다
전혀 딴 방향이다
잠시만 가면 되는 줄 알았는데 아주 고약하다
이 마을에서 묻고 또 다시 가다가 묻고
한참을 돌다가 만난 곳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하번천리 양짓말
마을은 조용하다
도대체 장승은 어디있을까
이리저리 마을을 기웃거리는 모습이 수상했는지 비닐하우스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나온다
장승을 찾노라 말씀 드렸더니 바로 요 앞의 농로를 따라가면 비닐하우스 앞에 있고
또 한 곳은 큰 길 바로 앞에 있다고 가르쳐 준다
찾기 결코 어렵지 않은데 왜 내 눈에는 띄지 않을까
양짓말 장승은 두개가 함께 있는데 하나는 근래에 새로 만들어 세운 것인지 나뭇결이 하얗고 깨끗하다

그 아래엔 먼저 세워 제 할일 다 했는가  썩은 장승하나가 시체처럼 누워있다


역시 솟대가 있다
아~ 여기서는 내가 원하던 솟대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겠구나
앉아서도 찍고 뒤로 눕다시피 해서도 찍고
다시 다리를 건너 큰길가로 나오니 아까만 해도 눈에 띄지 않던 장승 두개가 나란히 서 있다


다시 서하리로
서하리 안골 장승을 찾아 갔더니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큰 도로에 하얗게 칠한 장승이 서 있다
마을 사람들에게 물었더니 먼저 있던 장승이 쓰러져서 다시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하얀 장승에는 광목에 묶인 북어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서하리에서 다른 한개의 장승은 결국 못찾았다


산 골짜기에서 무사들이 입던 갑옷이 나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무갑산
그 무갑산 자락에 있는 무갑리
무갑리 장승을 찾아가는길도 에지간히 어려웠다
가던 길을 되돌아 오길 두어번
마을사람들이 가르쳐준 대로 한 참을 갔어도 장승은 보이질 않기에
포기하고 되돌아 나오는데
아니~ 갈 때는 분명히 보이지 않던 장승이 버스정류장 앞에 버젓이 서 있는것이 아닌가
얼굴에 새빨갛게 붉은 칠을 한 장승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다
역광에다가 바로 장승위에서 내리 꽂히는 겨울의 햇살이 어찌나 눈 아픈지
무갑리에서도 장승 하나는 끝내 찾지 못했다


다시 퇴촌으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천진암 가는 길목이라 쉽게 찾았다
분명히 왼쪽 뚝방길로 가면 하나가 있고 또 오른쪽 뚝방으로 가면 하나가 있다고 했는데
왼쪽의 것은 금방 찾았는데 오른쪽의 것은 없다
마을사람들도 보지 못했다고 하니 이곳에 많은 집들이 들어서면서

없애버린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음식점이 생기기전에 출판된 책인가보다
포기하고

다시 우산리로


우산3교를 건너기 전
음식점 뒤로 돌아가면 분명 장승을 만날 수 있다길래 가 보았더니
아파트가 있고  그 뒤로는 집을 지으려는지 어지러이 건축자재들만 수북히...
어디에도 장승은 없다

다시 돌아와
우산3교를 건너니 바로 커다란 장승이 하나씩 길 양옆에 있다
천하대장군은 사진을 찍기가 쉬웠지만
지하여장군을 찍으려니 또 햇살이 눈을 찌른다
그래도 몇 컷을 찍기는 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꽝이다


70여 킬로미터 밖에 안되는 거리를
무척이나 힘들게 다녔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만만하게 ,아주 쉽게 생각했었는데...
찾아 헤매느라 가져간 보리차도 한모금 못마시고 또 쫄쫄 굶고.

누가 시키면 절대 못할 일


오는길에 이비인후과에 들렀다
2 주일 정도 치료하고 푹 쉬어야 한단다

주사맞고

집에 돌아온 시간이 오후 다섯시 반

저녁식사후에 먹은 약 기운에 지금은 아주 몽롱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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