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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다

해남 미황사 부도밭(美黃寺 浮屠田).전남 해남 본문

☆~ 풍경소리/전 남

해남 미황사 부도밭(美黃寺 浮屠田).전남 해남

푸른새벽* 2007. 6. 19. 23:39

 

 

 

 

 

 

 

 

 

 

미황사 부도밭(美黃寺 浮屠田)


미황사 부도밭으로 가는 길은 대웅보전 앞을 가로질러서 오른쪽 숲속으로 나있다
부도밭에 앞서 만나는 것은 반쯤 무너진 낮은 돌담과 아담한 대밭이다
대밭이 끝나는 무렵쯤에는 맑은 물이 넘치는 큰 돌확이 싱싱한 풀잎에 싸여 있다
거기서 또 무너진 돌담을 넘으면 곧 부도밭
모두 24기의 부도와 부도비가 잃어버린 절의 역사를 말하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늘어서 있다
규모 면에서는 근처의 대흥사 부도밭에 비교할 수도 있겠지만
소탈하고 정갈한 분위기에서는 이곳이 윗길인 듯하다
둥글거나 네모진 몸돌에 지붕돌을 얹은 이곳의 부도들은 모두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18세기 중반을 넘는 것은 없어서,
150년 전쯤 절이 망했다는 아랫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 신빙성을 더해준다


벽하당,송암당,영월당,죽암당,설봉당 등 선사들의 명호가 새겨진 부도와 비석들은 특별히 빼어난 것 없어
모두 그만그만 하고,전체적으로 삼엄한 긴장감이나 엄정함 같은 것을 풍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부도들 사이를 거닐며 하나하나의 모습과 조각들을 들여다보노라면
선사들의 부도에 대해 마땅히 바쳐야 할 경건한 태도는 어느결에 저만치 비켜나고
마치 어린아이 때로 돌아간 듯한 즐거움에 빠지게 된다
부도마다 새겨진 거북,게,새,두꺼비,연꽃,도깨비 얼굴,또 용머리들은
어린아이의 그리처럼 꾸밈이 없어서 순식간에 사람을 무장해제시켜 버린다
특히 거북이나 게 등이 많은 점은 대웅전 주춧돌의 그것과 함께 창건설화의 내용을 상기시키며,
이끼가 덮인 지붕돌이나 받침돌에 새겨진 용머리들의 표정은
시골 사람들의 사진첩을 보는 듯 소박하고 다양하다


절에서,그것도 스님들의 사리를 모신 부도밭에서 이런 종류의 즐거움을 맛보기란 드문 일일 것이다
한적한 산속에서 뜻밖에 맛보는 천진한 기쁨은 칼날 같고 서리 같은 설법 못지 않게 사람을 감화시킨다
미황사 부도밭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돌아나오는 길,사람들의 발걸음은 한결 느긋해져 있곤 한다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지음 '답사여행의 길잡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