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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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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후기

상주 돌아보기.증촌리석불입상.석불좌상

푸른새벽* 2008. 9. 2. 11:38

바쁜 걸음이었지만 상주에서 찾아보리라 생각했던 곳은 열 곳 쯤이었다 

하지만

네 다섯곳을 돌아 볼 만큼의 시간을 상주 남산공원에서 석각천인상을 찾느라 허비했기에

아쉽지만 상주에서의 답사는 다섯 곳을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제 마지막 답사처인 상주 함창읍 증촌리로 향한다

그곳엔 증촌리석불좌상과 석불입상이 있다

 

몹쓸 네비는 좋은 길,쉽게 갈 길을 제처두고

좁은 농로와 수풀 우거져 길인지 수로인지 모를 곳으로 안내했다

용화사로 가는 길은 그렇게 나를 조마조마하게 했다

 

그렇게 용화사 초입에 들어서니

내가 맘 졸이며 어렵사리 왔던 길 반대편으로 편안하고 잘 닦여진 진입로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빌어먹을

이제부턴 이 넘의 네비를 믿지 말고 다녀야 겠다

철길 바로 위

난간도 없는 좁고 수풀우거진 미끄러운 길에 자동차 바퀴라도 철길로 삐끗하면 어쩌나

노심초사 하며 지나 온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되니...

 

 

 

상주시 함창읍 증촌리

몇 안되는 오래된 집들이 늘어선 좁은 골목길 끝에 용화사의 일주문이 보인다

 

 





이제 용화사를 찾았다는 안도감에 용화사 앞 연못부터 돌아보았다

군데군데 작은 백련(白蓮)이 피어 있었고 간혹 연밥(蓮子)도 있었지만

연못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 듯 했다

절집에서 연밥(蓮子)을 거두어 들인 모양이다

 





 

이리저리 살피다 연꽃과 연밥이 함께 있는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다

꽃도 많지 않고 연밥도 이미 거두어진 연못이지만

그래도 연못은 아름다웠다

 

 





목이 잘려나간 연의 줄기사이에 그래도 남아 있었던 백련

 

 





 

연꽃도 없고 연잎도 시들었고 연 줄기만 남은 연못

그래도 연못이다

그래도 아름답다

 

 





 

연못을 지나 용화사로 들어가는 초입

아담하고 작은 마을이다

거뭇하게 퇴색된 블록담과 연이은 흙담에서 이곳 증촌리의 내력을 읽어 본다

 





 

상주는 감이 많은 고장이다

그래서 곶감으로 이름을 떨치는 고장이기에 집집마다 감나무 한 그루씩은 있다

아직 익지 않은 푸른 감이지만

튼실한 모양새에서 붉게 잘 익었을 때의 색감을 그려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담쟁이가 그 푸르름으로 담을 덮은 빨간 지붕집

얼토당토 않게 문득 빨강머리 앤이 생각나는 것이 이상타

저 빨간 지붕집 뒤쪽에 용화사가 있다

 

 





 

여염집 같은 용화사를 들어서면 먼저 이런 탑을 볼 수 있다

몸돌은 모두 잃어버린 탑의 지붕돌만 수습해서 새 탑으로 만들어 세웠다

오래된 지붕돌과 창백한 몸돌에서 묘한 불협화음을 듣는다

 

 

 





탑 옆에 놓여진 석조부재

탑의 몸돌이었지 싶다

몸돌에 이런 야무진 조각이 새겨진 탑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탑의 지붕돌과 이 몸돌을 함께 두었으면 더 좋았을것을

어설프게 탑을 세워 올리지 말고...

 

 

 





법당앞에는 석등이 있다

새로 만들어 세운 석등의 받침은 옛 것이다

 

용화사는 리모델링이 기가 막히다

탑도,석등도...

 

 





 

용화사 법당에 모셔진 증촌리석불좌상과 석불입상

한 분은 입상이고 한 분은 좌상이어서 서로 키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건만

사람들은 '미륵님'이라 부르며 지성으로 받든다

석불입상은 통일신라말기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며 보물 제118호로 지정되어 있고

석불좌상은 신라 하대의 불상으로 보물 제120호로 지정되어 있다

가까이 다가가도 자세히 살펴 볼 수는 없었다

제물을 차려놓은 대(臺)가 석불들 가까이 바짝 붙어 있어 난감했다

사진찍기 어려웠던 것은 말 할것도 없고...


 




 

어렵사리 용화사를 찾아 들어왔을 때 용화사 초입에서 이곳이 용화사가 맞냐고 묻는 내게

조금 전 만났던 친구에게 하듯 반가운 목소리로 그렇다고 웃으며 말했던 아주머니들

평상에 앉아서 무언가 열심히 다듬고 계셨다  

 

"아이구~

오기는 아까전에 온 것 같은데 어디 계시다가 이제 왔니껴~"

생전 처음 본 나를 기다리셨던 모양이다

"손님이 오신다기에 하매나~ 하고 있었니더"

세 분 중 나이가 가장 많아 뵈는 어르신께서 말씀하신다

하 많은 절집을 다녀보았지만 절집에서 이렇게 환대를 받기는 처음이다

사람이 그리우셨던가...

 





 

세 분 보살님들이 하고 있던 작업은

내가 절집에 들어서기 전 살폈던 연못에서 따 낸 연밥(蓮子)을 찢는 것이었다

"이걸로 뭘 하시려구요?"

"예~ 이 연밥은 이렇게 잘 찢어 말려서 차(茶)를 끓이지요

연씨도 잘 말려서 달이면 좋은 茶가 됩니다"

그러면서 푸른색의 연씨를 딱 깨물어 껍질을 벗긴 뒤 먹어보라 한다

 

땅콩 같이 생겼지만 땅콩 보다 고소한 맛은 덜해도 달큰하고 담백한 식감이 좋았다

 





 

연밥을 다듬으시던 나이 지극한 어르신은 연밥 몇 개를 주셨다

연밥을 이렇게 손으로 만져보기는 난생 처음이다

사진으로, 그저 먼 발치로 구경만 했었지 이렇게 내 손으로 만져보기는 정말 처음이다

 

일부러 튼실하고 큰 것으로 골라 네 개를 쥐어주시며

"먼데서 이리 일부러 찾아 와 주신 것도 얼마나 큰 인연입니꺼

 이 것으로 차를 끓일 때 우리 용화사를 생각해 주이소" 하셨고

처음 용화사에 왔을 때 만났던 분은 푸른 연실을 한 줌 주머니에 넣어 주셨다

"댕기시다가 심심하면 까서 잡수이소"

그러더니 주방으로 가

연자로 끓인 茶를 맛보라며 커다란 주전자를 내 왔다

연자차는 蓮香이 은은한 투명한 붉은 빛이었다

"마셔 보이소~ 香도 좋지만 속을 편안하게 다스리거든예~"

 

연자차는 대단했다

흰 찻잔에 따라 준 연자차 한잔에 오늘내내 상주에서 불쾌했던 마음이 가라앉았으니

아니 그냥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하는 것이 맞다  

연자차는 이렇게 효능이 탁월하다

 

  





용화사의 석불상을 마지막으로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작은 절집 용화사를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용화사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훈훈한 情이 밟혀 발걸음 가볍지 않았지만

내 머리속에,가슴속엔 은은한 蓮香이 내내 함께 했다

 

사람때문에 맘 상하고,사람 때문에 맘 너그러워졌던 상주라는 고장

아직 못 돌아 본 곳 더 많기에 언젠가 또 찾아 오게 될 것이다

그 때는

우선 용화사부터 찾으리라

그리고 보물이름 붙은 석불입상이나 석불좌상보다

연향을 그득 담아주신 연향보다 더 그윽한 사람들을 먼저 찾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