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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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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雜想/일상의 소소함

완장

푸른새벽* 2010. 5. 7. 13:33

얼마전부터 다녀오려 벼르고 있던 강릉으로의 답사가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는데...

선뜻 강릉으로 향하지 못하는 가장 커다란 이유는 이넘의 불편한 날씨 탓이다.

잠시 빤한가하면 금방 흐리고 바람불고 또 비가 쏟아지고.

아무리 답사에 중독이 된 상태라지만 비 쏟아지고 바람 심한 줄 뻔히 알면서 집 나설 용기는 없다.

 

멀리는 나서지 못하겠고 그렇다고 그냥 가만히 있자니 온몸에 좀이 쑤지는지라 하늘 반짝하는 사이 잠시 다녀올 수 있는 곳을 택한 것이

왕릉이었다.

조선의 왕릉은 거의 수도권에 있으니 작정하고 떠나지 않아도 되기에 요 며칠동안 왕릉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가장 먼저 찾았던 곳이 광릉 그리고 순강원과 광해군묘 홍류릉

다음날 찾아간 곳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헌인릉.

 

처음 찾았던 광릉관리소에서 알게된 사실은 왕릉을 자세히 답사하려면 관리소에서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것.

하여 헌인릉에 가서는 우선 헌인릉관리소부터 찾아들어갔다.

 

담당자가 자리에 없으니 잠시만 기다리라 말하는 조용하고 참한 직원에게 커피를 대접받았다.

종이컵 커피가 아닌 찻잔에~ㅎ

그리 뜨겁지 않은 커피를 다 마시기도 전에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냥 좋아서 답사를 다니는 사람인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왕릉이라 금지사항이 많은 줄은 알지만 능묘위쪽으로 올라가서 장명등이나 망주석같은 것을 자세히 살펴보고 사진찍고 싶어 허락을 받으러 왔다는 말을 들은 담당자는 서랍에서 서류 한뭉치를 꺼내들더니 주의 사항을 손으로 짚어가며 꼭 지켜주십사고 부탁을 하였다.

암 주의사항은 반드시 지켜야하고 말고.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들은 담당자는 매표소에 전화를 해 놓을테니 그곳에 가서 완장을 받아서 달고 다니라 일러주었다.

 

평일이었지만 헌인릉은 단체관람객을 비롯하여 찾아온 사람들이 많았다.

 

헌인릉은 헌릉과 인릉 두 개의 묘역이 있다. 

매표소를 지나면 바로 인릉이 있고  인릉의 홍살문이 있는 곳에서 오른쪽 사잇길을 따라가면 헌릉이 있다.

모든 출입은 인릉쪽이다.

 

 

헌인릉 매표서에서 받은 완장.

 

새삼스럽다.

완장에 새겨진 글자는 다르지만 이런 완장을 달았던 적이,내것으로 갖고 있었던 적이 있었다.

학교다닐적에.

그땐 완장을 단다는 사실이 그저 자랑스럽고 뿌듯했었는데 세월의 부피만큼 완장의 노란색이 생경하고 거북하다.

 

몹시 어색하고 민망했지만 노란색의 완장을 달았기에 아무런 제지없이 인릉 묘역 전체를 낱낱이 찬찬히 살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굳이 완장을 달지 않아도 될걸 그랬다.

인릉은 묘역 위쪽까지 탐방로가 있으며 그 탐방로를 따라 묘역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헌릉은 탐방객들 벅적이는 인릉보다 상대적으로 한산한 것 같았다.

새로 말끔히 단장한 인릉의 정자각보다 오래전의 모습 그대로인 헌릉의 정자각이 훨씬 단아했고.

 

세시간 가량 두 묘역을 찬찬히 살펴본 후 나오면서 왼팔에 달았던 완장을 떼어 매표소에 돌려주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는데

그냥 돌아가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노란 완장을 달고 묘역전체를 방해없이 찬찬히 살펴볼 수 있게 해 준 관리소의 담당자에게 인사를해야겠기에

관리소로 다시 들어가 담당자를 만나 고맙게 배려해주셔서 잘 살펴보았단 인사를 하였다.

특별할 것 없이 당연히 할 일을 하였을 뿐이라며 조금 있으면 물봉선이 아주 이쁘게 필테니 그 때 다시 한번더 다녀가시라고 미소지으며 조근조근 이야기하던 그 담당자는 헌인릉관리소의 황민정계장이다.

 

헌인릉을 생각하면 언제나 노란완장과 이쁘다던 물봉선의 꽃잎같은 황민정계장의 미소가 떠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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