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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후기

서산 개심사 돌아보기

푸른새벽* 2010. 5. 17. 09:54

우리 문화유산의 훌륭함을 세간에 알리고 또 답사라는 단어가 친숙해지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유 아무개의 답사기에는 골수 답사객이 아니라도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절집 서산 개심사(開心寺).강진 무위사(無爲寺). 부안 내소사(來蘇寺). 청도 운문사(雲門寺)와 영주 부석사(浮石寺)에 대한 시각적 이미지를 언어로 전환 시킨 논제명찰(論諸名刹) 이라는 글이 있는데...


'춘삼월 양지바른 댓돌 위에서 서당개가 턱을 앞발에 묻고 한가로이 낮잠자는 듯한 절집'으로 표현된  그곳은

충남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상왕산 자락에 위치한 개심사이다.

 

서당개가 턱을 앞발에 묻고 한가로이 낮잠자는 듯한 개심사를 찾아가는 길. 예전과는 달리 설레임이나 흥분이 없었던 것은 계절이 춘삼월이 훌쩍 지난 탓은 아니고 언제나 그렇듯 전날 설친 잠 때문이리라.  

답사준비를 마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건만 쉽사리 잠이 들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이다 새벽 두시가 넘어 겨우 잠이 들었고 새벽 네시반에 맞춰둔 휴대전화 알람소리에 놀라 일어나 대충 준비하고 머릿속 흐리멍멍한 채 집나섰으니 균형감각도 평형감각도 제로인 상태였다.

 

아침 여덟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산의 첫답사처인 여미리석불입상을 마주하고서야 겨우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고

그 다음으로 찾은 곳이 개심사였다.

 

 

洗心洞  開心寺  

절집으로 올라가는 계단 양쪽 크지 않은 두 개의 바위에 새겨진 글씨가,흰 페인트칠한 양철 안내판에 쓰인 검은 글씨가 언제나 그렇듯 반갑다

마음이 씻기는 동네 마음이 열리는 절집.

세심동 개심사.

 

 




며칠 남지 않은 부처님 오신날은 절집의 가장 큰 축제일이니 개심사를 찾아드는 신창리마을 도로변부터 개심사 절마당으로 드는 길까지 연등이 주욱 이어져 달려 있는데 알록달록한 연등에 불이 켜지는 밤이 궁금해진다.

예수님 오신날 장식하는 반짝반짝 화려한 트리보다 부처님 오신날 걸어두는 소박한 연등이 훨씬 깊고 푸근한 것은 나 만의 느낌인가?

 

 




참나무.소나무가 안내하는 소박한 길을 이리저리 따라 얼마쯤 오르면 절집에 도착하게 된다.

개심사 범종각과 鏡池와 배롱나무가 졸졸이 달린 연등너머로 보인다.

 

 




각종 답사기나 개심사를 소개하는 글에 으례히 등장하는 경지.

사각형의 연못은 개심사를 품고 있는 상왕산이 코끼리 형국이라 코끼리의 물통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라는데 절집 가까이에서는 상왕산이 보이질 않으니 나는 상왕산의 생김생김이 코끼리를 꼭 빼닯은 형상인지 그 비슷한 형상인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어째 꼭 코끼리의 물통은 사각형이어야만 하는 것인지...

또한 경지라 이름붙여진 이 연못에서 자신을 비춰보라는 말도 어느 소개서에나 반드시 등장하는데 너무 많이 보고 들어서 그런지

그것도 식상하다.

 

2010년 5월 초입의 경지는 물빛이 혼탁하여 인간의 내면은 고사하고 외면도 제대로 비춰봐지지 않을 것 같다.

하기는 진솔하게 본성을 비춰보라는데 물빛의 혼탁함이 무슨 상관있으랴마는.

 

 




이제까지의 모든 번뇌를 버리고 오직 참된 마음 하나로 부처님품으로 들어오라는 상징으로 배치해 놓은 것이라 전해지는 나무다리.

전에 본 경지의 나무다리는 좁좁해서 나같이 평형감각 둔한 사람은 조심조심 건널 수 밖에 없었던 나무다리가 새로 손을 보았는지 평형감각 형편없어진 늙다리 아지매가 건너기에도 큰 무리가 없이 널찍하게 바뀌었다.

 

개심사를 찾아온 것이 오늘로 다섯 번 째

아니 네 번째라는 표현이 맞다

한 번은 벚꽃 필 즈음 개심사를 찾아들었다가 개심사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 도로변에서 개심사로 향해 줄줄이 늘어서서 기다리는 자동차들에 놀래 다시 되돌아 왔으니 네 번이 맞다.

 

 




경지를 건너서서 올려다보면 듬직한 범종각이 있다.

고색창연한 단청과 휘어 굽어진 범종각의 기둥과 짙푸른 초록과 알록달록 내비치는 연등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풍경에 절로 감탄사가 터진다.

 

 




개심사 안양루

정면 5칸,측면 3칸의 팔작다포집인데 정면 다섯 칸에는 모두 판문이 달려 있다.

 

 




개심사 안양루에 걸린 현판은 해강 김규진의 솜씨지만 오늘은 해강의 솜씨가 뒷전으로 밀린다.

알록알록한 등의 색깔만큼이나 각자의 염원을 담아 걸어 둔 연등이 우선이다.

 

 




안양루의 내부 천장에는 목어가 걸려 있다.

처음 보았을 때나 두 번째 보았을 때나 또 그 후에나 지금이나 목어 등위에 소복히 쌓인 먼지는 그대로다.

하지만 연등과 친구하고 있는 목어가 오늘은 이쁘다.

 




 

안양루 내부에 걸린 개심사 편액.

안양루 정면에 걸린 편액과는 많이 다르다. 소박하고 단정한 이 글씨도 해강의 것인지는 모르겠다.

 

 




이 해탈문을 지나면 법당이 있는 절마당에 들게 된다.

대웅전의 중심선상을 살짝 비켜 이렇게 문을 낸 것이 마음에 든다.

해탈문 너머로 무량수각의 처마가 보인다.

 

 




개심사 주불전인 대웅보전.

넓지 않은 개심사는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작은 전각들이 둘러서 있어 절마당은 딱 네모의 꼴이다.

개심사 대웅전이 보물 몇 호라던지 언제 지어진 것이라든지 대웅보전 안에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협시로 한 아미타불이 봉안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본래는 극락전이었을 것이라는 등 개심사의 연혁이나 내력에 대해선 이곳에 쓰지 않겠다.

 

법당 앞에 얌전하게 오랜세월 그렇게 자리를 지켜준 오층탑이 고맙고 크지 않은 법당이 몹쓸 전란에도 휘말리지 않고 그대로 단정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어 고맙고 어설프게 고쳐짓거나 요란하게 치장하지 않아 고맙다는 생각만 한다.

 

 




개심사 대웅보전 맞배지붕 기와 끝에는 도자기로 구워낸 것이지 싶은  하얀 꽃봉오리 같은 것이 조로록 앉아 있다.

 

절집 지붕에서 흔하게 보는 것은 아니기에 알아 보니

기능적으로는 수키와가 흘러내리지 못하게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것이라고 하는데 절집에서는 이를 감로수병이라고 부른단다.
크기가 일정치 않은 것은 맞춰진 틀에서 뚝딱뚝딱 찍어낸 것이 아니라 일일이 하나하나 손으로 빚은 것이기 때문일텐데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생김새와 크기가 제 각각인 것을 보고 아무리 좋은 부처님의 말씀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그릇에 따라 달라짐을 의미한다는 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틀리지는 않는 말이다.

 

 




개심사에서 가장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 심검당

마음의 칼을 찾는다는 이름 때문에 스님들의 수행처로 쓰이는 심검당은 다른 사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건물인데 개심사의 심검당이 유난 할 만큼 세간에 알려진 것은 아마도 그 유 아무개의 답사기 때문이리라.

나 역시도 답사의 첫걸음을 내딛을 때 가장 먼저 찾아보고 싶은 곳이 개심사 심검당이었으니까.

2010년의 봄날에도 절마당에 들어서서 우선 심검당부터 돌아보는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아침 아홉시가 채 되지 않은 시각에.

 

그런데 몇 번이나 보고 또 보았던 심검당 앞 쪽이 어쩐지 허전하다.

왜 그럴까...

집에 돌아와 예전의 사진을 찾아보았더니 허전했던 이유가 있었다.예전의 사진에는 화단에 커다란 나무가 있었다.

이 맘때 쯤이면 심검당 지붕위까지 멋진 이파리 너울너울대던 오래된 목련나무 한그루.

위의 사진 심검당 건물의 왼쪽에서부터 세 번째 기둥앞쪽의 화단에 있었던 목련나무를 왜 없앴을까.

목련이파리의 어룽거리는 그림자가 드리웠던 심검당도 운치가 있었는데...

 




  

한동의 건물에 심검당과 설선당의 편액이 달려 있는데 심검당이나 설선당 모두 스님들의 수행공간이다.

 

 




심검당의 편액이 걸린 처마의 공포가 조금 특이하다.

다른 절집에서 익히 보아왔던 것과는 다른 것 같다.

 

 




심검당의 뒷쪽으로 돌아가 뒷편의 공포도 살펴보았다.

자꾸 완주 화암사에만 있다는 특별한 공포구조인 하앙이 생각난다.

분명 화암사 극락전과 같지는 않을텐데...

 





심검당의 뒷편이 이렇다.

유명세를 치르는 심검당의 앞쪽과는 달리 얼기설기한 전깃줄과 지붕에 얹혀진 고무호스까지 허접함으로 어지러운 것이 심검당건물 뒤쪽으로는 관리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

건축 연대가 확실한 조선 초기의 가장 오래된 아주 중요한 건물 심검당은 정말 정말 특별한 관리가 필요할 것 같다.

 

 




대웅보전과 심검당이 있는 가운데 마당을 벗어나 무량수각의 옆쪽으로 돌아가면 명부전이 있다.

 




 

절집의 중심구역에서 조금 떨어져 동편으로 자리한 명부전.

 

 




지장보살과 흙으로 빚어 채색한 시왕상들이 봉안되어 있는 개심사 명부전은 영험이 신통하여 기도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명부전을 지나 산신각으로 오르는 길목에 자리한 스님들의 수행공간이다.

갈색의 유리문이 달린 아주 작고 아담한 건물이었는데 근래에 증축을 하였나보다.

처마와 기둥의 나뭇결이 말갛다.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이곳의 입구도 예전엔 이렇지 않았다.

양 옆으로 부서진 기와를 쌓고 그 위에 가로질러 나무막대기를 걸쳐 놓았더랬는데 지금은 맷돌과 대나무막대기로 만들어 놓았다.

예나 지금이나 출입금지의 영역임을 표시한 방법이 애교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개심사 산신각으로 가는 길.

쓰러진 나무둥치가 오솔길 양옆으로 걸쳐 있어 이 길을 올라가려면 고개를 한껏 숙여야 한다.

겸허한 마음으로 올라가라고 일부러 그렇게 해 놓은 것인지 아니면 나무둥치가 쓰러져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절집답다는 생각이 든다.

 

 




햇살이 아직 퍼지지 않은 오월의 숲속이라 아침의 기운과 나무들의 기운과 가슴 깊숙히 들여마셔지는 흙냄새가 특별하다.

 

 




처음 개심사를 찾았을 때나 지금이나 호랑이와 함께 계신 산신할아버지의 모습은 한결같다.

 

 




산신각의 옆면 벽에 그려진 사슴한쌍도 변함이 없다.

아니 한쌍은 아닌 것 같다.

한 쌍이라면 그동안 분명 가족이 늘었을테니까~

 

 




잎이 무성한 계절이라 초록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잎마른 계절에는 이곳에서 아스라한 개심사 법당들을 볼 수 있는데...

 

산신각 축대에 족히 삼십여분은 앉아 있었다.

배낭에 넣어 온 물도 마시고 칼로리가 높지 않다는 과자도 한입 베어물고 거울보며 땀이 흐른 얼굴도 분첩으로 두드려 정리하고~

개심사에 오면 항시 이 산신각에서 얼마쯤 앉아 있게된다.

 




 

산신각에서 한참을 앉아 있다가 돌아내려오는 길 명부전 앞에서 만난 벚꽃

개화기엔 운산면에서 개심사로 드는 신창리 전체를 자동차들로 몸살을 앓게 할 만큼 대단한 개심사 벚꽃.

한창 이뻤을 계절이 지난 지금 벚꽃의 싱싱한 맛은 떨어지지만 아직 유명세를 치를만한 당당한 자태는 남아 있다.

여지껏 내가 본 벚꽃 중에서 꽃송이가 가장 실하고 컸다.

 




 

개심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

무량수각 옆에서 해탈문과 안양루의 측면을 바라보는 재미가 참 쏠쏠하다.

 




 

휘어진 나무를 그대로 기둥삼은 범종각 위로 부처님의 가피처럼 연등의 빛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착각

 

 




해탈문을 나와 서서 바라본 경지의 나무다리

계단을 내려가 이제 저 다리를 건너 돌아가야 한다.

 




 

몇 번이나 개심사를 찾아왔었건만 한 번도 이 배롱나무에 꽃이 핀 것은 보지 못했다.

처음 개심사를 찾아와 한 여름 배롱나무꽃이 필 때 꼭 다시 오마고 했던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똑 부러지게 다짐을 하지는 못한다.하지만 약속은 꼭 지킬 것이다.지키라고 하는 것이 약속이며,지켜져야 하는 것이 약속이니까.

 




  

다시 줄줄이 연등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답사를 다니면서 찾아보는 절집에서 준비해간 자료목록의 순서대로 살펴보고 혹여 자료에 없는 특별한 것이 있나 다시 한 번더 샅샅이 훑어보기는해도 느긋하게 그곳에서 자리잡고 앉아 있었던 절집은 없었다. 

더우기 작정하고 먼 곳으로 답사를 갈 때는 빡빡한 일정에 바삐 돌아치다보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개심사는 다르다.

이번으로 개심사를 찾아본 것이 네 번째인데 그 네 번 모두가 느긋했다.

항시 절마당을 돌아보고 산신각까지 올라가 그곳에서 자리잡고 앉아 길게는 한시간이 넘게 짧아도 이삼십 여분은 앉아 있었던 것은

'춘삼월 양지바른 댓돌 위에서 서당개가 턱을 앞발에 묻고 한가로이 낮잠자는 듯한 절집'이었던 까닭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에도 답사일정은 빡빡한데.

 




 

'불심으로 마음을 열고...'

꼭  불심이 아니면 어떠리 절집 이름이 開心인데.

 

해묵은 연못
비낀 햇살 벗하여 길게 누운,
가슴 언저리 황금빛 잉어들
수련꽃 두엇 피워 올리다
힘에 겨워 소리 없이 흙탕물 짓는,
발치에 자란초 수북히 거느리고
적송 한 그루 구름 위로 몸을 뒤트는,
그 황홀한 적막 안고
연못을 떠난 물방울 하나
상왕산 세심동 계곡물 따라
떠나온 세상으로 돌아간다 (홍은택 지음 '개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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