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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후기

서산객사에 가보셨는지요.

푸른새벽* 2010. 5. 18. 10:29

서산이라는 고장은 나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답사라는 것을 알고 가장 먼저 가 보고 싶었던 곳이 개심사였고 가장 먼저 만나보고 싶었던 것이 마애삼존불이었다.

개심사에 가려고,마애삼존불을 보려고,보원사지를 찾아서 서 너번은 발걸음 하였으니 서산은 내게 무척이나 익숙한 고장이다.

2010년 5월 다시 서산을 찾게 된 것은

그동안 개심사와 보원사지와 마애삼존불만 보고 돌아갔었기에 서산의 다른 유적도 찾아보고자 함이었다.

여미리석불.개심사.일락사.해미읍성.석남동석불.서산객사.읍내리귀부.서산관아문.성암서원.서산향교.동문동당간지주와 동문동오층석탑.

 

서산답사의 끝머리에 찾았던 서산관아문과 읍내리귀부 그리고 서산객사는 모두 서산시청 앞 공원근처에 졸졸하게 자리하고 있어 살펴보기는 편했지만 관아문과 동헌건물과 읍내리귀부를 살펴봤는데 뭔가 허전했다. 서산객사를 빠트렸던 것이다.

시청주변을 이리저리 한참이나 살펴봐도 서산객사에 관한 안내문이나 표지판은 보이질 않았다.

한참을 뚜리뚜리 살피다 시선이 멈춘 막돌로 이쁘게 담장을 둘러 놓은 곳.

예사건물은 아니지 싶었다.

그냥 그곳으로 가 보면 될 것을 무단히 근처에서 만난 사람에게 물어 보았다가 마음만 상했다.

서산시청 앞에는 별관건물로 쓰이지 싶은 서산시청수도과가 있다.

수도과건물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이 있길래 수도과에 근무하시냐 물어보고 그렇다고 하길래 저 앞에 있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건물이 무엇이냐 물어보았다.

"예전에 문화원으로 쓰던 곳인데 지금은 문화원이 이사갔어요."

"그러면 기와지붕 건물이 근래에 지어진 것입니까?"

"아니지요.조선시대부터 있었던 아주 오래된 건물이라고 들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그 건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데요?"

"몰라요.그걸 알고 싶으면 그쪽에 들어가서 안내판을 읽어보세요"

아이구~ 물어본 내가 백번 잘못했지~



서산시청 수도과 바로 건너편에 있는 건물.

아무래도 객사건물이지 싶다.

 

 



서산객사가 맞다.

객사를 중심으로 빙 돌아가며 주차된 자동차들이 빽빽했다.

분명 객사담장 밖으로 크고 넓다란 주차장이 있었다.

그 주차장의 용도는 무엇일까.무엇이길래 주차장을 두고서도 이렇게 객사건물이 있는 담장 안쪽으로 자동차를 갖고 들어와야 하는 것인지.

지정문화재 바로 코 앞에 이렇게 자동차를 바짝 붙여 주차해도 되는 것인지...

 

서산객사의 안내판도 살펴 볼 수 없을 정도로 안내판 바짝 붙여 주차된 자동차가 있었다.

이쯤되면 다혈질인 내 속에서 부아가 끓기 시작한다.

 

 



주차된 자동차 사이로 겨우 사진기를 들이밀고 찍은 서산객사의 안내판.

안내판을 제대로 반듯하게 사진기에 담을 수 있는 공간은 1m정도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이꼴로 사진기에 담을 수 밖에 없었다.

 

서산객사는 유형문화재 제 137호로 지정되어 있다.

저~ 산골짜기 숲속에 묻혀 있는 비지정도 아니고 국보.보물 다음의 등급인 유형문화재다.

그것도 서산시내의 가장 번화한 서산시청의 코 앞에 있는 문화재다.유형문화재~!!

 

부글부글 치미는 부아를 삭이고 있는데 객사건물 뒤쪽에 당당하게 주차를 하고 떠나는 한 여성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선거관리사무소에 계신 분이냐고.맞다고 했다. 그러면 항시 이곳에 주차하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렇다면 문화재 안내판에 바짝 붙여 주차된 차량의 소유주는 누구냐고 물었다.

"아마도 이곳에 후보자등록을 하러 온 사람의 차량일거예요."

 

 



서산객사 담장 안에는 서산시선거관리사무소로 쓰이는 건물이 들어 앉아 있다.

예전부터 선거관리사무소는 아니었을테고 선거철인 지금 임시로 사용하고 있지 싶은데.

어이구~ 뭘 바래~ 하고 돌아서려다가 문득 나와 친분이 각별한 골수답사객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누님~ 답사처에서 뭔가 시정해야 할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어필해야 합니다.

그래야 고쳐집니다.안그러면 절대로 시정되지 않습니다." 했던.

 

좀더 차분하게 냉정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서산시선거관리소로 갔다.

"저기 문화재 안내판에 바짝 붙여 주차한 차량의 주인은 누구인지요?"

"왜 그러십니까?"

"네~ 문화재를 빙 돌아가며 주차한 것도 모자라 안내판에 저렇게 바짝 붙여 자동차를 주차해도 되는가 싶어 물어보려구요"

"아~예~ 그 자동차는 아마도 이곳에 후보등록을 하러 온 사람의 자동차 같은데요?"

"네~ 그러면 서산시민들은 후보자를 선택하기가,투표하기가 아주 쉽겠네요.문화재를 저리 홀대하는 사람을 뽑아주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테니까요."

 



 

내 말은 들은 선거관리소직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 받더니 선거관리소 직원인 듯 싶은 이가 열쇠를 챙겨들고 밖으로 나가는 뒷모습인데

내가 돌아가면 다시 자동차를 끌고 들어와 그곳에 주차하지 않았을까는...모르겠다.

 

 



2010년 5월 13일 오후 1시 40분 현재의 서산객사 모습이다.

 

객사를 둘러싸고 빽빽하게 자동차를 주차한 것도 모자라 이렇게 허저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작업복에 작업장화에...

그것도 지자체의 문화재관리를 담당하는 시청 문화관광과의 바로 코 앞에서.

 

객사는 조선시대의 지방 관아건물로 고을 수령이 임금의 위패를 모시고 예를 올리는 정청과 중앙에서 파견된 관리나 외국의 사신이 머

물렀던 곳인데 서산객사는 처음 세워진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건물이지만 1994년에 전문학계의 고증을 받아 복원·정비를 하였다.

 

객사는 목조문화재이다.

자동차 시동을 켜다가 재수없게(?) 불똥이라도 튀는 날이면,미쳐 끄지 못한 담배불이라도 옮겨 붙는 날이면 어쩔 것인가.

 

나랏일하는 바쁜 공무원들이 우리처럼 하릴없이 답사다니는 사람들마냥 문화재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나,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의 문화재를 세세하게 배려하길 바라지는 않는다.꿈에서라도 그리 바래본 적이 없다.

그들도 자신들이 맡은 업무만으로도 몸이 몇개라도 모자랄 정도일 것이니 더더욱 자기가 맡은 분야의 일이 아닌다음에야 어디...

문화재를 관리하는 담당부서도 부족한 예산이나 부족한 인력으로는 고장의 모든 문화재 관리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하지만...

공무원이라면 적어도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하면 안되는 것은 알고 있어야 한다.

문화재근처에서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한다.그래야 그나마 공무원의 자격이 있다.

 

바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선거철이다.

세간에서 하는 말로 선거관리사무소의 위세가 대단해지는 계절이다.

 

객사관리의 허술함을 알리고 따지려고 찾아갔던 서산시청에서 문화재관리부서의 공무원이 했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선거관리사무소에서...우리가 해야 할 말을 선생님께서 대신 속시원하게 해 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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