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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계사에서의 불쾌함. 본문

☆~ 雜想/일상의 소소함

화계사에서의 불쾌함.

푸른새벽* 2010. 7. 15. 11:13

2010년 7월 13일.음력 6월 2일.

장마철이라 먼거리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기에 날 반짝하는 틈에 집에서 가까운 서울의 강북구에 있는 옛님을 돌아보았다.

아주 오래전.그러니까 내가 결혼할 당시 시댁이 도봉구 창동에 있었다.

그 때 시댁엘 가려고 버스를 타거나 길을 걸을 때 가장 많이 보았던 안내표지판이 화계사였다.

문화재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고,아니 문화재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때 화계사는 계곡이 좋은 도봉산 아래의 절집일 뿐이었지만

서울의 북쪽에 사는 사람들에게 화계사는 아주 가까운,아주 친근하게 입에 오르내리는 절집이었다.

 

화계사는 대웅전과 동종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동종과 대웅전이 내 답사걸음의 모두는 아닌,추억속 이름만으로 각인된 절집을 찾아본다는 설레임과 기대감.

 

 화계사에 도착한 시간이 11시45분.

서울의 이름난 절집답게 일주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길 옆으로,범종각 아래,전각으로 오르는 길까지 어느 한군데 빈 곳이 없이 빽빽하게 주차된 자동차들.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하고 뱅뱅 돌다가 범종각 맞은 편 해우소 근처에 겨우 차를 세울 수가 있었다.

"자동차를 주차한 뒤 반드시 키를 꽂아놓으세요"

절집으로 진입하는 자동차를 안내하던 관리인이지 싶은 이의 말이었다.

 

 

 

오로지 대웅전과 동종만 살펴봤다.

다른 어떤 곳도 엄두를 못 낼 만큼 태양은 강렬했고 무슨 기도회가 있는지 각 전각마다 불경소리와 참배객들로 가득 채워졌기에

느긋하게 돌아보지 못했다. 

 

자동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오니 그새 내 자동차를 가로막아 주차된 자동차가 있었다.

그럴 수도 있지.이렇게 참배객이 많으니 당연히 차도 많을 것이고 주차할 수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그럴수도 있지.

햇볕은 뜨거운데 어쨌거나 주차를 관리하는 사람을 찾아야 했다.

범종각 아래의 나무그늘에 남자 몇 분이 보이기에 그리로 가서 말했다.

"자동차를 움직여야 하는데 뒷쪽에 주차된 차가 있네요~"

절집으로 진입하는 자동차를 안내했던 이에게 말을 하니 "저기~ 계신분이 알아서 해줄것이니 가서 말해보세요"

절에서 일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입는 회색의 베스트를 입고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절집에선 그런 사람들을 처사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더운데 죄송합니다만 제 자동차를 움직여야 하는데 가로막고 있는 차동차가 있어 그러는데요~"

알려준대로 그 회색의 베스트를 입은 사람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인사하고 사정을 이야기했다.

"어따 세워놨는데?"

순간 당황했다.

"아~네~ 저기 위쪽 해우소옆에~"

"저 위에 있단 말이지? 알았어."

 

내 기억속 서울의 대표적인 절집으로 각인된 화계사엔 반토막으로 잘라서 말을 하는 처사가 있어

앞으론 오랜시간 불쾌하게 기억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