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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다

전북 익산 돌아보기.마지막 날. 본문

답사.여행 후기

전북 익산 돌아보기.마지막 날.

푸른새벽* 2014. 4. 5. 12:26

익산의 마지막 날 답사는 오전에 마쳐야 한다.12시 20분 익산발 용산행 KTX승차권을 예매해 놓았기 때문이다.

아침을 건너뛰어도 괜찮았던 것은 둘쨋날 고도리에서 한상자 구입해서 답사길 내내 먹고 남겼던 딸기를 아침에 먹었기에 시장하지 않았다.이 정도면 딸기마니아라해도 괜찮을 듯 하다.

오전 열시 쯤
익산시 금강동에 있는 금강 관음사를 찾았다.친절하시다던 스님은 출타중이었지만 수더분한 보살님이 반갑게 맞아주었고
법당문을 열고 불까지 켜 주시며 차라도 대접하겠다 했지만 그런 번거로움 끼치고 싶지않아 정중히 사양했다.애틋한 전설을 간직한 미륵불님을 편하게 만나뵐 수 있게 해준것만으로도 고맙고 고마웠으니까.(혜봉원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강관음사에 모셔진 미륵불이 언제 조성되었는지 양식은 어느시대인지 대강 유추만 할 뿐 확실한 것을 나는 모른다.다만 여기저기서 들었던 미륵불에 대한 전설만 알고 있을 뿐이다.지금까지 이 미륵불이 간직해오는 전설은...

시주를 동냥하러 온 스님을 홀대하는 시부모들 몰래 스님께 시주한 며느리를 갸륵하게 여겨 보답하려는 스님이 각별하게 지켜달라 부탁했던,어떠한 일이 있어도 뒤 돌아봐서는 안된다는 금기사항을 어겨 이렇게 미륵이 되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긴데,이런 전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가지의 형태로 전해져 내려온다.그리스 신화에서 저승까지 찾아가 아내 에우리디케를 구해 낸 오르페우스에겐 반드시 지켜야 할 금기사항이 주어진다.저승을 빠져나갈 때까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뒤를 돌아봐서는 안된다는 조건이다.구약성서에서 롯의 아내도 그랬다.소돔과 고모라라는 도시가 불로 심판을 받을 때 이를 간신히 피해 떠나다가 신의 명령을 어기고 뒤를 보는 바람에 소금기둥이 되었다.

우리에게도 이 금강미륵불 뿐만이 아니라 오만한 부잣집이 물로 심판 받을 때 뒤 돌아본 그 집의 며느리는 바위가 되고 만다는 '장자못'전설이 조금씩 변형된 형태로 여러 지방에 전해져 내려온다.그런데 왜 동서고금의 허다한 이야기들에 이런 '돌아보지 말것'이란 금기가 원형처럼 반복될까?그건 혹시 우리 삶에서 지난했던 한 단계의 마무리는 결국 그 단계를 되짚어 생각하지 않을 때 비로소 완결 된다는것을 사람들이 경험을 통해서 체득하고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르페우스처럼 그리움이든,두려움 때문이든 지나온 단계를 돌이켜 볼 때 그 단계의 찌꺼기는 잘 못 놓인 도돌이표처럼 지루하게 반복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소금기둥과 며느리바위,이 금강미륵불은 그 찌꺼기들이 퇴적해 남긴 과거의 퇴층같은 것은 아닐지.결국 삶의 단계들을 지날 때 중요한건 얻어낸 걸 한껏지고 나가느냐가 아니라 줄여야 할 것들을 어떻게 훌훌 털어내느냐 일른지도 모른다.

금강관음사 미륵님은 생수를 좋아하시나보다.금강관음사 미륵님을 만나뵙고 온 모든 사람들의 사진을 보면 한결같이 생수통 쌓인것이 꼭 들러리처럼 찍혀있으니까 말이다.

"이 미륵불님이 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면 좋겠다"는 인상좋은 보살님의 말씀에 고개 끄덕이며 금강관음사가 단촐해도 너무 단촐해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강관음사는 길지 않은 입구의 소나무숲이 좋았다.그러나 그 주변은 지금 한창 개발중이어서 여기저기 파헤쳐지고 헤집어져 금강관음사를 안고 있는 이 솔숲은 도로변에서 바라보면 마치 섬처럼 동그랗게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무슨무슨 테마파크도 좋고 생태공원도 좋지만 나는 그저 이 솔숲길 만이라도 온전하게 보존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리여고가 있다는 남중동으로 향했다.

 

 

 

는 익산여고인 줄 알았다.그런데 익산 사람인 지인은 단호하게 이리여고라 해야 맞다고한다.

익산시 남중동 이리여고 교정.교문을 들어서니 멀리 교사 오른쪽 한구석에 까무잡잡하지만 단정한 모습의 탑이 보인다.아담하지만 꽤 야무진 매무시의 고려탑인데 철 함유량이 많은 돌로 탑을 만들었나?유난히 까무잡잡한데...문득 산청의 지리산 대원사 탑이 생각났다.대원사탑도 척 보는 순간 까무잡잡하다고 느꼈으니까.

탑 상륜부의 장식도 이쁘게 온전하고 각 층의 탑날개도 별 탈이 없어보이는데 왜 이 탑은 지정문화재 반열에 들지 못했을까.남중동오층석탑은 2003년 11월 5일에 익산시 향토유적 제12호로 지정되었다.

남중동오층석탑은 원래 완주군 고산면 삼기리 절터에 있던 것을 이리여자고등학교 화단으로 옮겨왔다고 전하는데 나는 처음 학교 교정에 있는 탑이라고해서 정말 온전치 못한줄로만 알았었다.여지껏 답사를 다니며 만나본 학교 교정의 탑 중에서 온전한 모습을 한 탑은 없었던 것 같으니까.

내 익산답사에서 가장 아쉬움을 남겼던 장소.익산시 마동의 이리초교 교정에 있다는,이 남중동오층탑과 비슷한 모양새의 이리초교 탑을 놓친것...




*   *
남중동 오층석탑을 보고 혜봉원으로 향하려는데 나의 2박 3일동안 익산답사 동선을 앞서서 함께했던 친절하고 수더분한 기사아저씨가 아침식사를 대접하겠노라며 안내했던 맛깔스런 음식점에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익산답사에서 먹었던 음식들은 나중에 다시 포스팅하려한다.

 

 

 

사흘간의 익산답사에서 마지막으로 찾았던 혜봉원.

이곳에 모현동부도를 보러왔다.모현동부도는 익산시 모현동 혜봉원이라는 자그마한 절집마당에 있는데 군산의 보천사에 있던 것을 이 곳 혜봉원으로 옮겨놓은 것으로, ‘연화당부도’라 부르기도 한단다.그런데 왜 군산의 절집 보천사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왔을까.까닭이 무척 궁금하다.

부도의 기단 중에서 아래받침돌은 두 겹의 연꽃잎을 둘러 새겼으며, 그 위로는 가운데받침돌을 괴기 위한 높직한 받침을 하나 더 두었고 가운데받침돌을 괴어주는 높직한 받침은 이 부도의 독특한 특징이 되고 있는데,표현된 조각의 솜씨로 보아 훗날에 만들어 새로 끼워 둔 것으로 보인다.(문화재청자료)

절집마당이 좁아터진것도 아닌데 부도의 주변이 매우 옹색하다.

혜봉원의 법당인 불이정사의 문은 소문대로 굳게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다.그냥 발길을 돌리려는데 안내하던 지인이 스님을 큰 소리로 찾으니 백발 성성한 비구니 스님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디서 왔느냐 뭐하러 왔느냐 물으시더니 불쾌한 안색 역력하게 느릿느릿 법당 문을 열어주었다.법당문을 열어주시는 것만으로도 황감하여 부처님께 간단히 예를 올린 후,주머니에서 지페한장을 꺼내 불전함에 넣고 사진을 찍었다.

"천주교신자면 천주교에나 가서 잘하지 뭐하러 절까지 찾아와? 자기 아니라도 불교는 찾아오고 연구하는 사람 많은데..."
법당 밖에서 기다리는 동행한 지인에게 하는 소리지만 나 들으라고 하는 말씀인줄 알만큼은 나도 나이를 먹었다

더운 날씨에 팔을 걷고 다니다보니 팔에 차고있던 묵주팔찌를 본 모양.

 

 

돌아와서 사진정리를 하다보니 이렇게 사진이 흔들렸다.
나는 아직 마음공부가 부족한 모양이다.불전함에 넣었던 지폐가 아깝다는 생각이 드니까.


*   *

2박 3일 동안의 익산답사에서 느꼈던 것은
익산의 절집은 숭림사와 심곡사를 제외하고는 여염집에 가까울 정도로 소박하고 협소했다는 것이다.절집이 크고 작고를 떠나서 내가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절집마당이 너무 지저분하고 산만했던 것.익산의 절집에는 바지런하고 깔끔하고 세련된 보살들이 안계시나?석불사.남원사.금강관음사에 혜봉원까지...

으리번쩍하고 거대한 법당이나 불구들이 많아도 절집마당이 허접하다면 그건 아니다.작고 단촐한 절집이라도 절집사람들 바지런하고 정성스런 손길로 반들반들하게 정돈된 곳들도 얼마나 많은데.익산의 그런 절집들을 돌아보면서 내가 팔 걷어 부치고 정리해 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하루면 거뜬히 정리할 수 있을것을... 

*  *


내가 익산답사를 계획하면서 세웠던 답사동선은
첫날 =삼기면(태봉사.석불사) →낭산면(심곡사) →망성면(화산천주교회.화산리마애삼존석불) →성당면(남궁찬묘석상) →웅포면(숭림사)→춘포면(쌍정리당간지주)


둘쨋날 =왕궁면(왕궁리유적.덕기동석불입상.온수동석등.석탑.함벽정.소세양신도비.송영구신도비) →금마면(미륵사지.고도리석불입상.사자암.익산향교.익산쌍릉) →여산면(여산동헌.느티나무.여산향교.남원사)


셋쨋날 =익산시내 → 금강동(금강관음사미륵불) →혜봉원(모현동부도.목조석가여래삼존상) →남중동(이리여고 오층석탑) 이었다.그런데 그건 내가 익산관광지도나 여타의 지도를 보면서 책상앞에서 그렸던 동선이지 사실 효율적인 동선은 아니었다.

혹시라도  이 공간에서 익산답사에 대한 동선이 궁금했다면 내가 쓴 답사기 차례대로 돌아봄이 훨씬 효율적이란 것을 알려주고 싶다.이번 나의 익산답사에는 익산에 오랫동안 거주했으며 개인택시 사업을 하는 분의 도움을 받았기에 낯선 고장에서 헤매거나 하는 일은 없었고 답사동선도 훨씬 효율적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