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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후기

홍천 답사 한나절

푸른새벽* 2017. 10. 22. 22:03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2017년 10월 18일.홍천의 괘석리탑을 만나러 가기로 한 날.

며칠동안 탱탱하게 맑았던 가을날씨와는 달리 하늘은 잿빛이었고 영동 어느지방에선 비가 내린다지만

흐린날도 좋아서

탱글한 햇볕이 없어도 날이 적당해서 나선 길.





오전 11시 쯤 용문역에서 바쁘지 않게,여유롭게 한 시간 쯤 달려와 도착한 홍천군 두촌면 괘석리.

용소계곡 초입엔

무슨 공사를 하는지 여러가지 건축자재들로 어지러운 가운데 여러명의 인부들이 여기 저기에 둘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계곡 어디쯤 탑이 있다던데 어디쯤인가요?"

"저 다리 건너 계곡길을 쭉 따라가면 있어요"




여러 포털사이트에서 괘석리탑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보면서 느꼈던 것은 

'무지하게 찾아가기 어렵다'

'마음 단단히 먹고 오래 걸을 작정을 하고 가야 한다.

'계곡엔 건널만 한 다리가 없으니 발 젖을 각오를 해야 한다.'였다.

하여,

운동화 대신 방수 잘 된 등산화에 그래도 혹시 몰라 여분의 양말과 발 닦을 수건까지 알뜰하게 챙겨 왔는데

저렇게 우람한 다리가 있다니.


발 젖을 일은 없겠네~




정말  가을이 깊어진것 같다.


괘석리탑을 만나러 가는 길은

평탄한 오솔길이 이어져도  밋밋하거나 심심하지 않고

군데 군데 바위가 많아도 힘들거나 위험하지 않은

소살소살 계곡물소리 친구하며 걷기 알맞춤한 길이었다.




붉고 튼튼한 철제다리가 걸쳐진 용소계곡 입구에서부터 1킬로 가까이 느긋하게 걷다보면 '龍沼苑'이라는 팻말을 만난다.

어쩐지 이 부근에 탑이 있을 것만 같은 냄새가.




용소원 팻말을 뒤로하고 시야를 멀리 두면 왼편 길 아래 평지 쪽으로 아련히 보이는...




홍천 괘석리탑.


탑을 만나 본 많은 이들이 게시한 사진과는 그 분위기며 주변 환경이 다르다.




얼겅설겅 계단 같지 않은 나무 계단을 내려가 정면으로 마주 하기 전 내려다 본 탑의 모습.

나는 이렇게 탑의 위쪽에서 탑을 내려다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리 크지 않은 탑이지만 아담하고 야무지고 이쁘다.


오늘의 홍천답사는 이 괘석리탑만 본다해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탑에 대한 세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옛님방엔 괘석리탑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니까.ㅎ




괘석리탑을 찾아가면서 만난 가을꽃들.




점심식사 후 찾아가 만나 본 장남리탑.

온전치 못한 모습에 마음은 편치않았지만

문득

우리 답사카페의 달넘새님이라면 이런 탑에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설명을 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남리탑이 위치하고 있는 주변엔 조경을 위해 판매하지 싶은 키 낮은 나무들이 빽빽했는데 그 사이로 은행나무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었다.

은행나무들이 이렇게 노란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니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도 곧 노란색으로 옷을 갈아입을 것 같다.

10월 말 경엔 용문사 은행나무 축제가 있다는 현수막을 본 것 같은데...

시간내서 용문사에도 한 번 더 가봐야겠다.




원래의 계획엔 괘석리탑과 장남리탑을 보는 것으로 홍천답사를 계획했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그냥 돌아서기는 너무 아쉬워 찾았던 홍천 쌍계사.

비 내리는 가을 늦은 오후라 절집은 인기척 하나 없이 고즈넉했다.




홍천 동해지상사철불좌상.

철제불상이라고 하는데 철불인지 목불인지 소조불인지 모를 만큼 으리번쩍하게 하고 계셨다.

손에 약합을 들고 계시니 약사불이지 싶다.

모셔진 전각도 약사전이다.





쌍계사 마당 아래쪽.길 옆에 자리한 부도군.

쌍계사가 위치한 곳이 서곡리사지라고 하니 이 부도군의 정확한 명칭은 '서곡리사지부도'이다.






홍천답사의 마지막으로 찾은 물걸리절터.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가 2007년.

두 번째로 온 것이 2008년.

세 번째 발걸음했을 때가 2014년.

그리고 오늘...

물걸리절터는 소소하게 주변환경이 변하였지만 이 집은 정말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삼층탑보다 먼저 눈길을 준 곳.

그런데 어쩐지 뭔가 없어진 것 같이 허전하다.




왼쪽의 사진은 2007년.

오른쪽의 사진은 2014년의 것이다.


팔각대좌...




물걸리절터 삼층탑 뒤편에 정리 해 놓은 각종 석재유구들을 보며 이상하게 허전했던 의문이 풀렸다.

팔각대좌는 흰 천에 싸여 이렇게 보관이 되어 있었다.




하 많은 석조부재들 중에서 팔각대좌만 따로 싸서 보관한 이유가 뭘까.




10월 20일 옛님방에 올라온 회원이 게시한 '돌아않은 부처님'이라는 사진과 글을 보고

2007년 순전히 이 돌아앉은 부처님을 보려고 물걸리절터를 찾았을 때가 생각났다.

그리고 얼마 후 기억은 없지만 옛님방에서 '이 부처님이 정말  돌아앉은 것인가,아닌가'하는 논쟁들이 있었고

그 당시엔 '돌아앉은 부처님은 아니다'라는 의견들이 많았던걸로 기억한다.


"돌아앉은 부처님이 아니라면 양 팔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저렇게 절묘하게 훼손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후 나에게 이 '돌아앉은 부처님'은 내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지금까지 남아 있었는데

답사카페 회원의 사진으로 다시 '돌아앉은 부처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니 그것 참...




물걸리절터 주변을 장식하고 있던 가을꽃들.




날이 좋아서,날이 적당해서,꼭 그날이어야만해서 나섰던 홍천답사.

만나면 마음 편하고 좋은 사람과 함께 한 홍천답사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