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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다

2018년 옛님방 단체 답사의 순간들. 본문

답사.여행 후기

2018년 옛님방 단체 답사의 순간들.

푸른새벽* 2018. 12. 26. 11:23

2018년도 고이 접어 기억의 창고에 갈무리 해 두어야 할 때가 된것 같다.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맘때는 매년 그랬듯 오만가지가 다 부족했고 아쉽다는 생각뿐이지만그래도 우리 옛님들을 찾아봤던 그 순간들은 즐겁고 흐뭇했던 때가 있었던가 보다.문득문득 떠오르는 장면들이 많은걸 보면~

 

 

 

2018년의 첫 답사처였던 경남 진주

 

답사 첫 날 찾아봤던 청곡사의 부도전.

달넘새님의 열정적인 설명에 모두 집중하고 있는 모습들.

하기사 집중하는 모습들은 비단 이곳에서 뿐만은 아니지만.

 

 

 

 

진주답사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옛님이었다.

첫날, 네비양의 친절해도 너무 친절한 안내 덕분에 삼천포까지 가는 수고를 했음에도 결국 만나지 못했던 당간지주.

(고속도로 바로 아래쪽에 있어 네비양은 고속도로상의 위치점으로 안내 해 몇 번의 시도에도 찾지 못했음을 나중에 알았지만)

아쉬운 마음이야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만 그럴때마다 제가 위안삼아 주문처럼 되뇌이는 말.

"먼 길 찾아왔지만 아직 나하고는 인연이 아닌가보다"

 

그런데

"무슨 소리? 인연은 스스로 만들면 되는거"라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해장거리 답사를 포기하고 성산리까지 저의 인연을 만들어 주려고 추운 새벽길 동행해주신 분들.

너른 들녘 한켠에 온전치 못한 모습으로  편치않게 서 있던 성산리 당간지주와

서리로 하얗게 뒤덮인 논둑에 누군가가 피워놓은 화톳불과 종이컵 커피.

 

더 이상 깔끔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고 편안했던 숙소와 풍성하고 화려한 먹거리도 진주답사의 좋은 기억이지만

겨울 새벽 들녘 한가운데서 만났던 당간지주와 화톳불 그리고 더 할 수 없이 따끈했던 종이컵 커피와 두 남정네.

옛님방의 회원인 풀빛님과 세종아빠님의 따뜻한 배려가 진주라는 고장을 두고두고 추억할 수 있게 한 의미.

 

 

 

 

 

 

옛님방 3월의 답사지 경북문경

 

반곡리미륵불을 찾아뵙고 돌아오는 길.

우리 옛님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는것은 당연한 즐거움이지만 

재미난 이야기가 들리는 듯한 이런 순간포착이야말로 어느 피사체보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모습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맞긴 맞다.

지금은 그냥 그립고 애잔해진 사람도 보이고...

 

 

 

 

봉암사.

절집경내의 화려하고  명성높은 옛님보다 저는 이 마애불에서의 기억이 더 새롭고 좋다.

3월 흐린날의 차디찬 개울을 맨발로 건넌 것도 멋진 추억이 되었고 렌즈를 직시하는 딱딱한 모습보다는

이런 자유분방한 우리님들의 모습도 기억의 한페이지에 남을것이다.

 

 

 

 

10여 년전 6월,망초꽃 만발한 곳에서 만났던 관음리반가사유상.

석불.마애불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던 내게 정신이 혼미할 만큼의 충격을 준 아름다움.

첫눈에 반해버린 님.

이 후 처음으로 느꼈던 전율과 감흥을 백분의 일도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오래토록 계속되었다.

한 번 더 찾아볼 기회가 된다면 그런 감흥까지도 느낄 수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모양이다.

사진기도,사진솜씨도 십여년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자부했었는데...

저의 그런 오만함에 지금까지 낯이 뜨겁다.

 

 

 

 

 

 

옛님방 5월의 답사지 강원 강릉

 

두고두고 낯뜨거운 기억으로 남은 보현사.

 

 

 

 

음식을 앞에 두고 사진기를 들이대기가 쑥스러워 음식사진은 가급적 찍지 않는 편인데

유독 강릉답사에서 저녁식사 상차림은 사진이 남아 있다.

정갈하고 맛도 훌륭해 만족스러웠는데 나중에 누군가 귀띔을 한 말은

음식명인이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제 지인들중에 누군가 강릉여행을 계획한다면

잠은 선교장에서 자고 저녁은 꼭 명인이 운영한다는 식당을 찾으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거라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저녁식사 후 숙소인 선교장에 보따리 던져놓고 가볍게 산책삼아 들렀던 경포대.

무거운 사진기보다 간단하게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의 색감이 훨씬 좋다고 느껴지니 거참...

 

 

 

 

신복사지도 부끄러움으로 기억되는 곳.

강릉 답사에 참석했던 모두가 그렇게 느끼는건 아니겠지만...

 

 

 

 

멋진 장면을 담아내고야 말겠다고 은근한 욕심을 품고 찾아간 곳.

굴산사지.

망했다.

푸른 하늘아래 가지런하게 모내기 끝나 투명한 논물 찰랑거리는 바탕에 드리워진 거대한 당간지주.

제가 그렸던 그런 풍경은 전혀 아니었다.

흐린 하늘과 모내기를 하기 전 논바닥 뒤집어진 듯한 황톳빛 논물.

하기사 고수라면 날씨와 풍경과 주변을 탓하진 않겠지만.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었던 것은 이쁜 꼬맹이 숙녀 둘의 천진한 모습.

 

 

 

 

 

 

 

옛님방 7월의 답사지 경기 이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더위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2018년 7월의 지긋지긋한 폭염을.

그래도 누구하나 열사병.일사병 증세없이 꿋꿋하게 옛님을 만나고 다녔다.

만약에 누군가 그런 염천의 땡볕에 하루종일 돌아다니라 강제로 시켰다면 그 사람은 평생의 원수로 남았을 것.

 

땡볕에서 장암리마애불을 설명하는 흔별님을 위하여 고운 양산을 받쳐준 여인네.

답사는 배려와 情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천 자석리석불입상.

숨이 턱턱 막힐듯한 더위가 사진으로 표현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곳에서도 그저 그늘을 찾아다니기 바빴는데

모자아래로 수건을 늘어뜨린 남정네는 아랍의 왕족같기도 하다.

 

 

 

 

 

 

옛님방 10월의 답사지 충남 논산

 

올해의 답사 중 제 선입견을 바꾼 곳.

석등이나 석탑의 근처에서 쳐다보거나 아니면 가까이 다가가서 높이 올려다보게 되는 관촉사관음보살입상.

거대석불의 대표라 일컬어 질 만큼 그 크기가 타의 추종을 불허 한다.

유명세 대단한 이 보살입상을 이번에 다시 보게 되었다.

관촉사 법당의 위쪽 언덕에 자리한 삼성각으로 올라 삼성각 옆쪽 큰바위에 기대어 석불을 살피는 것도 의미가 있을거라는 

옛님방 한 회원의 권유.

평지에서 올려다보던 석불과는 그 느낌이 상당히 달랐다.

괴체화된 고려석불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다 느꼈으니까.

 

 

 

 

 

논산답사에선 꾀를 많이 부렸다.

좀 높은 곳을 올라야 뵐 수 있는 마애불은 무조건 생략했으니까.

무리하지 말자는 이유와 발목을 다친 회원을 핑계삼아.

 

송불암미륵불도 송정리마애불도 상도리마애불에 신풍리마애불까지 ㅋ

탑정리에서 신풍리마애불로 이동하면서 타고온 자동차는 휴정서원 앞 쪽에 주차를 했었다.

신풍리마애불은 그 근동에 있다고했으니까.

 

휴정서원 담장 왼쪽엔 이쁜 의자가 놓인 잘 가꾸어진 작은 마당이 있는 카페가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소헌님과 나 그리고 또 한명의 여인네.

셋은 그윽한 카푸치노의 거품과 멀리 보이는 탑정호의 경치와 시월의 햇살과 아슴한 바람도 느긋하게 즐겼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논산 휴정서원 옆 카페의 부드럽고 달달한 카푸치노 한잔 생각이 간절하다.

 

 

 

 

논산답사의 거의 마지막이었던 윤증고택.

이곳을 돌아보고 나오면서, 또 돌아와 사진과 자료를 정리하면서 다짐했다.

 제 주변의 지인들이 혹여라도 고택에 관심을 가진다면 다른 곳은 몰라도 논산 윤증고택은 절대 가면 안된다고 할 것이다.

이 사진을 찍을 때 옆에서 셔터를 계속 눌러대는 어떤 남정네가 나에게 한 말.

"이 집 종부가 대단합니다.관람객이 많고 분잡할 때는 고래고래 소리지르는것은 당연하고 욕도 서슴치 않아요.

여기 사진찍으러 자주 오는 사람들은 다 알아요"

 

나는 어느때부터인가 답사처를 정할 때 고택은 제외하게 되었다.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고택은 문이 잠겨있고 살림집으로 사용되는 고택은 살펴보기가 상당히 불편하기 때문에.

불편하다는 것은 답사객이나 고택에 살고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지요.물론 예외인 곳도 있지만.

그래서 나는

윤증고택같이 유명한 곳은,더우기 후손이 살면서 관리하는 고택들은 그들이 거절하지 못할 뜨르르한 분들에게만 공개하던지

아니면 아예 공개를 말던지 나라에서 주는 여러가지 혜택을 받아야 할 사정이 있어 부득이 공개해야 할 처지라면

낯선 방문객을 위한 공개는 날짜를 정해놓고 하면 좋겠다 싶다.한달에 두 번이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렇게 결정이 되면 공개하는 날엔 후손들도 불편함을 참고 비록 무례한 방문객이 있다 해도 도끼눈 하지 말았으면. 

윤증고택을 대충 보고 나오면서 대단히 불쾌했던 것은 비단 나 혼자 뿐이었을까.

 

 

 

 

 

 

옛님방 11월 답사지 전남 장흥

 

11월도 나무의 계절.

보림사로 들어오는 길가의 가로수들이나 보림사 경내의 나무들이 참 좋았다.

아니,나무가 이루어내는 풍경들이 좋았다.

 

 

 

 

윤곽 뚜렷하고 서글서글하게 생긴 석불처럼 장흥 용화사에 계신 보살님도 석불처럼 인상도 인심도 후덕했다.

오래된 나무 아래의 거친 평상에 놓였던 주전자와 종이컵.

소박한 주전자에 담긴 따뜻함은 11월의 쌀쌀함을 덜어내기에 충분했다.

(사진에 주전자와 컵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진은 용화사에 들어서면서 바로 찍은 것이고.

따뜻한 차주전자는 법당에서 석불을 보고 나오니 놓여져 있었기에)

 

 

 

 

장흥답사 첫날의 마지막 답사처인 옥룡사지로 가는 길 초입.

어쩌면 음산하기까지 한 이 풍경이 저는 참 좋았다.

자료에 의하면 이곳은 수원 백씨 재각인 영모재라고 하며 석탑의 지대석과 면석이 재각의 계단석과 기단석으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그 날 확인하지 못했으니 내가 가진 자료가 정확한 건지 알 수 없다.

 

 

 

 

장흥 덕암리 암각매향명

지금 생각해도 얼떨떨 하다.

沈香이라는 닉네임을 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매향에 대한 설명을 강제 당했으니까.

뭐 아는게 있어야지.

 

하긴 내가 내 발등을 찧은 꼴이니 뭐 할 말은 없다.

 沈香이라는 고귀한 이름을 겁없이 내것으로 만든 벌을 톡톡히 받은거라 생각했다~ㅋ

 

 

 

 

천관사.

정말 많이 변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실감.

하기사 눈깜빡 할 동안에도 180도 변하는 것이 많은 요즘세상에 십년이면 아주 긴 세월인데 변하지 않은 것이 비정상일지도 모른다.

 

극락보전 앞의 석등과 일직선상에 있었던 삼층탑은 보얗게 목욕하고 새로 지은 법당 앞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 가장 큰 변화.

 

 

 

 

늦가을 나무가 만들어내는 풍경이 그리도 황홀한 것인줄 미처 몰랐었다.

장천재로 향하는 길은 황홀 그 자체였다.

동승한 여인네들 셋의 큰소리 감탄연발에 운전하는 이의 고막에 약간의 손상이 있었을지도~

탄성을 지르느라 사진기 셔터를 누를 생각도 못했지만

돌아오는길에 꼭 그 황홀함을 담아내리라 작정했었는데 돌아오는 길은 드는 길만큼 황홀하지 않았으니 그참 이상타~

 

장천재에서 돌아오는 길,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찍은 사진이라 흔들림이 약간.

 

 

 

 

왕비사당 가는 길.

풍경이 좋았다.

봄.여름.가을.겨울 나름대로 나무가 이뤄내는 풍경은 모두 아름답다.

초록의 색감이 풍성한 여름도 좋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나뭇잎 거의 떨어져 가지만 남은 이런 나무의 모습도 사랑한다.

코 끝이 매워지며 묵직한 통증임은 분명한 사람을 향한 가슴앓이 같은 풍경.

 

 

 

 

싸아한 한줄기 바람이 가슴을 훑고 지나갈 때

문득 위안이 되어주는 풍경.

나무라서 그럴 수 있다.

 

 

 

 

잠두리 양면장승을 찾아보는 것이 장흥의 ,2018년의 마지막 답사였다.

오랜세월 우리를 기다려준 옛님이 고맙고

옛님을 찾아가는 길에 동행했던 옛님방의 님들은 더 고마웠던 2018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