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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운제산 오어사(雲梯山 吾漁寺).경북 포항 본문

☆~ 절집.절터/경 북

포항 운제산 오어사(雲梯山 吾漁寺).경북 포항

푸른새벽* 2006. 6. 8. 21:38

 

 





 





 





 









 





 





 

 









 





 





 

 









 





 

 









 

 





 
운제산 오어사(雲梯山 吾漁寺)

 

포항시 오천읍 항사리


오어사가 언제 처음 세워졌는지는 밝힐 길이 없으나 진평왕대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온다.처음의 이름은 항사사(恒沙寺).'항사'란 말을 글자 그대로 풀면 '갠지스 강의 모래알'이라는 뜻이 되지만 불전에서는 흔히 그 모래알처럼 무한한 수를 가리키는 비유로 쓰인다.일연스님은 『삼국유사』에서 "전하는 말에 항하수의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이 세속을 벗어났으므로 항사동(恒沙洞)이라 부른다"고 절 이름에 담긴 뜻을 각주로 풀이했다.


항사사가 오어사로 이름이 바뀐 경위는 물론 혜공스님의 일화에서 유래하지만 '판본'에 따라 그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사적」에 소개된 것 말고 또 다른 판본 하나 원효와 혜공 스님이 물고기를 잡아먹고 똥으로 배설된 물고기를 되살리는 시합을 벌였다.불행히 한마리는 살지 못하고 다른 한 마리만 살아서 힘차게 헤엄쳐나갔다.이를 본 두 사람은 서로 자기가 살린 고기라고 우기며 "내(吾)고기(魚)"라고 했다는 것이다.그러나 이 일화의 정본(定本)은 『삼국유사』이다.어느 날 원효와 혜공 두 스님이 개울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은 뒤 바위 위에 똥을 누었다.혜공이 그것을 가리키며 "그대의 똥은 내(吾)고기(魚)일게요"하고 놀려댔다.이 일로 말미암아 오어사라 부르게 되었다는 내용이 앞의 책 권4 「이해동진(二惠同塵)」에 실려 있다.다시 말해 오어사에 얽힌 혜공 스님의 일화는『삼국유사』에 바탕을 두고 조금씩 살을 붙이고 각색하여 몇 가지로 갈래를 친 것이다.


「사적」에서는 절의 풍광이 예와 같다 했지만 절을 감싼 오늘의 경관은 뽕밭이 푸른 바다로 바뀐 만큼이나 판이하게 달라졌다.1961년 정부에서 오어사 아래쪽 계곡을 막아 저수지를 만든 탓에 맑은 물 쟁쟁거리던 계류는 하루아침에 드넓은 인공호수로 변해버렸고 오어사는 물이 느는 장마철이면 절 마당 아랫자락까지 물이 넘실대는 호반(湖畔)의 절이 되어버렸다.덕분에 원효.혜공 스님이 노닐던 광석대는 물속에 잠겼고 그 대신 질펀한 호수가 생겼으니 득실이 반반씩이라 할는지.


절 모습이 달라진 것도 작은 변화는 아니리라 단 한 채,대웅전을 제외하곤 모든 건물이 불과 기십 년 사이에 새로 지어진 것들이라 사적기를 쓸 무렵의 옛모습은 상상 속에 접어두는 수밖에 없다.조선 영조 17년(1741)에 중건한 대웅전도 감흥을 자아낼 만큼 대단치는 않다.단지 연꽃봉오리로 끝은 마감한 내부의 공포가 불꽃처럼 화려하고 국화와 모란을 새김질한 정면의 꽃창살이 조촐하게 두드러질 따름이다.정면 가운데 칸,곧 어간에 달린 세 짝 문은 구조가 특이하다.오른쪽 문짝은 밖여닫이,가운데 문짝은 안여닫이.왼쪽 문짝은 붙박이이다.대충 이런 정도이지만 대웅전 기단 위를 좌우로 거닐며 잡목 가득한 호수 건너편 앞산과 추녀 끝에 아아하게 걸린 바위 벼랑을 처다보노라면 한 줄기 맑은 바람이 가슴을 훑고 지나간다.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지음 '답사여행의 길잡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