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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중에 만난 사람,영암사터 가는길 본문

☆~ 여행과 인연/자연.사람.음식

여행중에 만난 사람,영암사터 가는길

푸른새벽* 2006. 11. 26. 00:10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분명 지도를 잘 살폈고 절터를 안내하는 책에서 가는 길을 찾아 메모도 했건만...애초에 길을 잘 못 들었던가 보다

합천으로 갔으면 아주 수월하게 갔을 것을 산청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 부터가 고생의 시작이었으니 가야산 해인사를 거쳐서 영암사터를 가야했었는데 나에게 해인사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기에 영암사터가 있는 곳을 먼저 살펴본 것이 그만 돌아돌아 험하게 고생하며 가야 했던 것...

 

황매산 군립공원만 찾으면 쉬이 갈 수 있는지 알았는데 그 황매산 군립공원 표지판이 안보이는 것이다.황매산 영화촬영소표지판은  잘도 눈에 뜨이더만...아무려나 황매산으로 가면 되겠지 하고 영화촬영소길로 들어서는데 할아버지 한분을 만났다

 

"일로 가믄 안되고 쪼매 내려가서 밑으로 가야된다"

 

왔던 길로 되돌아 나와 할아버지가 가르쳐준 방향으로 한참을 달렸다.한참을 달려도 돌아들어가는 길이 없다 그 쪼매가 얼마만큼의 거리란 말인가.

 

멀리 주유소가 보인다.옳거니 저기서 다시 물어보면 되겠다

 

주유소에 도착하니 화장을 곱게한 아주머니가 얼른 문을 열고 나온다.나보다 조금 어려보이기는 한데...열린 차창으로 어깨를 들이밀며 반가운 기색을 한다

 

"황매산군립공원으로 가야하는데 방향을 좀..."

"아이고~ 이리로 가면 안되고 다시 반대방향으로 가야 되는데."

"지금 그곳에서 오는데 이리로 가야한다고 하던데... 가회면을 가야하거든요~"

"아~ 가회면 갑니까? 그라믄 일로 쭉 가다가 좌회전 해서 다시 한참을 가면 가회가 나옵니다"

"네~감사합니다 "

"그런데 가회에는 왜 가는데요?"

"거기 절터를 보러가거든요"

"아~ 절 지을라꼬 예~?"

"아니요 그냥 보러다니는데요."

"얄궂기도해라~ 

절을 지을라꼬 절터를 보러가는 것도 아이고 자동차 번호를 보니 먼데서 왔그마는 우예 절도 아니고 절터를 그냥 보러다니노  참 이상타"

"......"

"혼자 무신일인교"

"저기.........답사..."

"아~ 답사~ 답사  다니시는구나~"

 

언젠가 부터 우리는 답사라는 말을 참 즐겨쓰게 되었다.그러나 나는 그 말을 잘 안쓴다.아니 못쓴다.나는 감히 답사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그런데도 절집구경을 다닌다하면 못 알아듣고 이해도 못하는 사람들이 답사라는 표현을 쓰면 금새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혼자 다니는것도 좋아보입니다 그리고 부럽고요...안 바쁘면 이리와서 커피한잔 하고 가소" 이쁘게 웃으며 손을 잡아 끈다.그런데 이 곳은 분명 경상도 인데 경상도 사투리를 흉내만 냈지 토박이 사투리를 쓰는 것은 아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서울이요"

(굳이 경기도라 하지 않는 것은 경기도라 하면 또 경기도 어디냐고 묻는것이 성가셔서 그냥 서울이라고 하면 더 이상 묻지를 않기에...)

"나도 고향이 서울인데...마포가 친정인데 일로 시집을 왔습니다"

 

그랬구나...그래서 쓰고있는 경상도 말씨가 어설펐구나.부득부득 차 한잔 마시고 가라는데도 바쁜 마음에 사양을 했더니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손인사를 한다

 

"천천히 조심해서 잘 댕기가이소"

 

내 이번 여행에서 제일 처음 오랫동안 이야기 한  사람이다.경황중에 그냥 돌아나온 것이 후회가 된다.주유소 이름이라도 알아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