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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다

강릉 굴산사터에서 본문

☆~ 여행과 인연/자연.사람.음식

강릉 굴산사터에서

푸른새벽* 2009. 7. 5. 13:40

 

 

2008년 5월 26일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

굴산사터

 

몇 년 동안을 그리워만 했던 굴산사터 당간지주를 보러 갔던 날 오월 한낮의 볕이 몹시 뜨거웠던 걸로 기억한다

당간지주가 있는 주변의 너른 들판은 온통 연두빛 천지였다

논물을 살피는 농부의 모습도 연둣빛으로 물들어 있을 만큼

 

당간지주와 근처에 있는 석불을 돌아보고 예전 굴산사라는 큰 절이 있었음직한 곳에 근래에 들어선

이름만 굴산사라는 작은 절집에 들러 그 절집 법당에 있다는 석불을 보러 갔었는데

절집마당에 들어서서 석불을 보러왔노라 말하는 나에게 법당 앞에서 무엇인가 살피던 절집식구인 듯한 노파에게

 "부처님을 그렇게 함부로 볼 수 있는 법은 없다"라는 말과 함께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데...

 

굴산사터당간지주 근처에 세워둔 자동차로 터덜터덜 걸어오는 나에게

조근조근 웃으며 이야기 해주셨던 농부아저씨와 그 친구분,

이러저러한 일로 굴산사에 있던 할머니에게 면박만 당하고 나오는 길이라 말하니

"먼 곳에서 우리동네까지 찾아와 준 손님에게 그럴수는 없지

들에 있던 부처님을 맘대로 법당에 가둬놓고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것도 우습고 찾아온 손님을 문전박대하는 것도 우습고...

왜 그런지 몰라.

이렇게 먼길 일부러 오셨다가 불쾌해서 돌아가게 되면 강릉을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입니다.

그렇지만 여기 강릉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니까 너무 언짢아 하지 마세요~"

 

더운데 면박당하고 돌아오는 길이라 몹시 언짢았었던 마음이 금새 순해졌던 말이고 미소였다

"그런데 강릉에 당간지주가 몇 개나 있는지 알고는 오셨습니까?"

굴산사터 당간지주 말고도 수문리.대창리에 있는 당간지주를 돌아볼 거라 말했더니

"고맙고 고마운 일입니다

굴산사터 당간지주의 크고 웅장한 모습처럼 강릉의 사람들도 멋진 사람들이 더 많으니 언짢은 맘 접고

부디 알차게 돌아보시고 조심해서 돌아가시라" 는 말을 했던 농부아저씨

그러면서 범일국사의 부도가 있는 마을로 들어가는 길도 친절하게 알려주셨었다

 

내 블로그에 ☆~사람들.음식 이라는 게시판을 새로 만들었다

나는 여행중에 사람들은 거의 만나지 않는다

아니 사람들 만나는 것을 피하는 편이다

빡빡한 일정에 사람들을 만날 일은 거의 없지만 혹 만난다해도 예의갖춰 인사하고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격식이 번잡해서 싫었기 때문인데

하지만 답사는 情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을 제외한 답사나 여행은 의미가 없음을 근래에 깨달았다.

찬란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나 유적도 모두 사람이 있었음에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말이다.

하여 나의 답사여행 중 말한마디로라도 내가 인연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그것이 좋은 인연이든 아니든...

 

사람에 대한 글을 쓰려고 게시판을 만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강릉 굴산사터 당간지주를 보러갔을 때 만났던 농부아저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