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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사입구의 식당에서 본문

☆~ 여행과 인연/자연.사람.음식

청룡사입구의 식당에서

푸른새벽* 2008. 1. 12. 20:23

경기 안성시 서운면 청룡리.가뭄타는 일 없이 매양 물이 찰랑찰랑 넘칠 듯한 청룡저수지 입구를 지나 청룡사에 드는 길.답사길은 언제나 마음 바쁘고 시간에 쫓기는 터라 끼니 거르는 것은 다반사인데 새해 첫 답사길은 거리상으로 가까운 곳 이었고  들러볼 곳도 두어군데 뿐이기는 했지만,무엇보다 답사길 동행한 딸아이를 생각해 점심식사는 충실히 하기로 했다

 

 

 

 

 

*청룡저수지를 지나니 길 양 옆으로 음식점들이 즐비한 것이 아마도 서운동산이라는 유원지가 있어 그렇지 싶었다 .점심식사를 할 만한 집을 찾으러 서행하며 이리저리 돌아보다 만났던 솟대.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역할을 한다고 믿아져 장승과 더불어 마을 어귀에 많이 세워지며 솟대 끝부분엔 오리나 새를 만들어 붙여 다산과 풍요를 기원했다고 알고 있는...솟대가 서 있는 곳은 다름아닌 밥집.물기 마르지 않은 나뭇결과 솟대를 깎은 칼 맛이 아직은 거친것이 만들어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았나보다

 

 

 

 

 

 

*무릇 식당은 잘 알고 있는 집이아니면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야 실패(?)가 없다  했는데 이곳 안성도 그렇지만 더더욱 서운면엔 처음인지라 주차된 자동차가 많은 집을 찾았던 것이 솟대가 세워진 꾸민지 얼마되지 않은 듯한 집.'풍물기행' .상호처럼 여러가지 예전에 쓰였음직한 물건들이 많기도 하다

 

 

 

 

 

*와~~ 솟대가 많네.좋아하는 솟대가 이리도 많으니  한참을 올려다 보았다

 

 

 

 

 

*이곳은 분명 경기 안성.그런데 출입문의 표지가 충청도 스타일이네~ 안성,그중에도 서운면은 경기도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곳이라 충북 진천이나 천안에 가깝다..그래서 경기와 충북의 정서가 함께하는지,아니면 쥔장이 충청사람인지...시킨대로 밀었다~ㅎ

 

 

 

 

 

*식당안은 흙벽으로 장식되어 있었으며 역시나 잡다한 물건들이 많았고 신발을 벗고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곳과 그냥 의자에 앉아서 식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 .품 넉넉한 황토색 생활한복에 꽁지머리를 한 이가 주인장인 듯 했다.등산화 끈을 풀기 번거로워 딸아이와 나는 창가의 식탁에 자리 잡았다.식탁위를 장식한 등이 괜찮아서 사진기 셔터를 눌렀더니 메뉴판 들고온 종업원이 웃으며 말한다."이런 분위기를 좋아하시나봐요" 대답을 못했다. 한지로 대충 둘러 묶은 등의 모양새와 불빛이 마음에 들었을 뿐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보리밥정식이 10000원.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메뉴란다.어차피 점심 한끼 때우려(?) 들어온 곳 보리밥을 썩 좋아하지 않지만 그냥 "그걸로 주세요" 반찬이야 뭐 특별할 것이 없었지만 밥이 뚜껑 덮인 뿌연 알루미늄 도시락에 담겨 나왔다.떼글떼글한 보리밥이... 그리고 쭈글쭈글한 양푼에 비벼 먹으란다

 

나는 식당에서 파는 떼글떼글한 보리밥을 좋아하지 않는다.그것은 보리밥이 아니라 보리삶은 것에 지나지 않으니까.평소에 여러가지 잡곡과 현미로 조금은 거친 밥을 짓는 나는 식당의 보리밥은 좋아하지 않는다.보리밥은 부드러워야 한다.예전 어머니는 커다란 옹기에 보리쌀을 힘주어 몇번이고 박박 씻은 뒤 삶아 뚜껑있는 대소쿠리에 담아  걸어 두었다가 매끼마다 보리삶은 것을 덜어내 쌀과 함께 밥을 지었는데 쌀의 양이 보리의 양보다 적을 때는 보리밥의 까칠함을 없애려 감자 서너개를 두어 밥을 지었었다 .감자를 으깨 섞은 보리밥은 그렇게 부드러울 수가 없었다.보리밥은 그래야 한다.내 기억속 알루미늄 도시락에 대한 추억도 있다.쭈글쭈글한 양푼에 대한 추억도 남다르지만...이건 아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옛날 생각나  푸근해서 좋다는데  까탈 부릴 것은 또 뭣이냐고 성격 사납고 유별나서 그런거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딸아이가 시장했나보다. 하긴 점심시간이 두어시간 늦었으니...도시락에 담긴 보리밥을 양푼에 덜어내는 딸아이의 손이 백설같이 이~쁘다~ .보리알갱이 같이 우둘투둘했던 마음이 어느새 보드라워진다

 

  

 

 

 

*점심이 충실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허기는 면하고 나오는데 식당마당 한 켠에 장작불을 지펴 놓은 것이 보였다.아마도 밤 이슥해 오는 손님들을 위하여 마련해 놓은 장소같았다.그런데 지금은 사람도 없고 불 위에 무얼 얹어 놓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불을 지펴 놓았을까.아무려나 장작불도 좋지만 장작이 타는 냄새와 장작타는 소리가 좋아 종이컵커피 한 잔을 다 마시도록 불 곁에 서 있었다

 

 

 

 

 

*신발 고쳐 신는 딸아이를 기다리다 화장실 곁 잡다한 물건들에 시선이...생각없이 살펴보다 눈길이 멈춘 곳,오랜 세월의 무게가 실린 나무의 색감과 둥글둥글한 모서리 나무로 깎은 사람의 형상인데 예사롭지가 않다.언뜻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아코디언이 아닌가 했지만 나무조각의 전체적인 모습으로 보아 아코디언은 아닌 것 같다.왼쪽 발은 살짜기 들려 있어 마치 박자를 맞추는 듯이...다시 머리모양 부터 찬찬히 살펴보았다.평범한 머리모양은 아니다.머리모양을 다시 찬찬히 살피다 문득 떠오른 생각.아하~이곳 서운면 청룡리는 남사당의 본고장이며 서운면 청룡리 청룡마을은 남사당패들이 모여 살던 고장이었으니  그렇다면 혹 이 나무조각은 남사당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생각지도 않게 만난 빛나는 보물. 비로소 밥값 2만원이 아깝지 않았다.아무리생각해도 이 나무조각이 허술하게 이런 대접을 받으며 이곳에 있어서는 안될 것 같았다.갈길은 바쁜데 발걸음은 떨어지질 않고...

 

 

 

 

 

*남사당 형상의 조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섰다가 아쉬운 맘 접고 돌아서려는데 딸아이가 가르킨다

닭장.

싸리나무로 얼기설기 엮어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짚으로 이엉을 얹은 지붕하며 모이통까지 딸아이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한 닭장.그 속에 닭 두마리.닭장안의 닭이 그리 편안해보이지는 않았지만 오로지 알을 얻기 위해 사육되는 비좁은 우리안 양계장의 닭들에 비하면 이 곳의 닭은 천국에 사는 것과 같으리라

"가끔 닭장에서 나와 이곳 마당을 돌아다니기도 할 거예요" 딸아이의 말이다  .아무렴 그렇겠지...

 

점심식사와 눈에 밟히는 나무조각 때문에 생각지도 않게 시간을 허비했으니 서둘러야 했다

겨울의 해는 짧으니까

그리고 하늘이 찌뿌둥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