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바람처럼 떠나다

청주 보살사에서 만난 어르신 본문

☆~ 여행과 인연/자연.사람.음식

청주 보살사에서 만난 어르신

푸른새벽* 2009. 7. 19. 13:40

누구는 편안해서,여유가 있어 세월좋아 다니는 것이 답사라고 하지만 답사의 발걸음이 매양 편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어마마마,저는 답사를 다니는 것이 그저 주소대로만 찾아가면 되는 줄 알았어요.이렇게 헤매고 또 헤매서 찾는 줄은 정말 몰랐어요

참 어렵고 힘든일네요"

보성으로의 답사에 함께 했던 딸내미의 말이다

 

예전에는 주소대로 찾아다니는 것도 매우 힘이들었었지만 이젠 네비게이션이라는 편리한 기기의 도움으로 일일이 찾아다니며 물어야 하는 불편함은 덜하다.

하지만 그 네비란 녀석이 고약을 떨때면 그야말로 황당 그 자체이니 현대의 기술이 낳은 첨단기기가 늘상 편리한 것만은 아니다

 

충북 청주에서 보살사를 찾아 가는 길도 네비가 엉뚱한 방향으로 안내를 해서 보살사입구 까지 갈 수 있는 길을 놔 두고 김수녕양궁장이 있는 공원에서 힘들게 걸어 산으로 올랐다가 능선을 타고 다시 내려와서야 보살사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엄연한 자동찻길을 두고 산길로 걸어왔으니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려면 왔던 산길을 다시 올라서 가야한다

 

 

 

막돌담장이 절집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청주의 보살사 경내로 들기전 담장에 연결된 약수터엔 약수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산길을 걸어내려 온 터라 어르신께 양해를 구하고 물 한바가지를 들이켰다

"이 절의 물이 참 좋아요 그런데 어디서 오셨는데 저 산으로 내려오슈?"

물바가지를 건네 받은 어르신은 초행인 듯 싶은 나에게 말을 건넸다

"네 경기도 하남에서 왔는데 이렇게 절 입구까지 자동차가 들어올 수 있는지 모르고 산을 넘어 걸어 왔어요"

"아이구 저런~다시 산너머까지 가려면 대간할텐데 절 구경 다 하고 나올 때까지 물을 받아야 할 것 같으니께 댁네 자동차 있는 곳까지 내차로 가쥬~"

처음 보는 어르신의 친절에 나는 그저 고마워서 빨리 돌아보고 나오겠노라 약속했다

 

생각보다 볼 것이 많은 보살사였지만 혹 어르신이 기다리기라도 할까봐서 절집 구석구석을 맘껏 돌아보지는 못했다

 

허둥지둥 다시 약수터로 왔더니 아직 어르신은 가지고 온 물통을 모두 채우지는 못하셨다

어르신이 물통을 다 채울 때까지 하릴없이 이리저리 서성이다가

문득

그때,내가 보살사를 찾았을 그 때 한창 뉴스거리가 되었던 연쇄살인사건이 생각났다

이름하여 강호순 연쇄살인사건...

 

아~ 갑자기 머리가 지끈지끈해진다

옴마야 괜히 자동차를 타고 가겠다고 했나부다.이 험한 세상에,아는이 하나없는 낯선고장에서 믿기는 누굴 믿어 .다리 좀 아프면 어때서 자동차를 얻어 타겠다고 했을꼬 .

에이~나이많은 노인네가 무슨 험한 일을 저지를 수 있으려구

아니야 전라도 어느 바닷가 마을에선  놀러온 젊은 남.녀 한쌍을 물에 빠트려 죽인 사람도 칠십이 넘은 노인네 였다잖아

그럼 어째? 그냥 가겠다고 할까? 여태 기다리다가 갑자기 그냥 가겠다고 하면 이상한 여자로 보진 않을까?

어떻게 하나...

옳지 만약을 모르니까 이 자동차 번호를 내 휴대전화에 입력시켜 놓는거야. 갑자기 맘이 조급해졌다

행여 어르신이 볼까봐 딴 짓하는 척하고 휴대전화를 꺼내어 <청주 보살사에서 얻어 탄 자동차 번호>라고 입력한 뒤

자동차 번호를 영구메시지로 기록했다

 

내 그런 불안감을 알 턱이 없는 어르신은 물을 다 받아 자동차 뒷자석에 실은 뒤

"자~갑시다.자동차가 있는 곳까지~"

운전석에 올라탄 어르신은 얼른 카세트테이프를 틀었고 쿵짝쿵짝거리는 소리에 장단이라도 맞추는 양 출발했다

자동차는 족히 이십년은 더 되었음직해 보였고 난 잘 알지도 못하는 산비탈 사잇길로 덜컹거리며 자동차는 부릉대며 허위허위 올랐다

어르신은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듯 운전을 하였고 난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보살사약수터에서 한 오분 쯤이나 그렇게 산비탈을 올라갔을까 거짓말처럼 금새 내가 자동차를 주차해 놓은 곳에 도착했다

 

"어르신 여기까지 일부러 태워주셨는데 시원한 음료수라도 대접하고 싶어요"

"아이구~ 원 별말씀을 우리 청주를 이렇게 찾아오신 것만도 고맙지요 부디 우리 청주를 즐겁게 돌아보시고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의심에 가득차 안절부절 못했던 내가 한심하기도하고 미안스럽기도 해서 시원한 음류수라도 대접하고자 했으나 한사코 거절하셨던 어르신

 

지금까지도 청주를 생각하면,보살사를 생각하면 그리고 그 어르신을 생각하면 죄송함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좋은 마음으로,자기가 사는 고장을 찾아 준 외지의 사람에게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질 수 있는 인정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이 험한 세상을 탓하는 것은 진정 나의 이기적인 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