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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다
증평 탑선이마을의 사람들 본문
봄볕 아름아름 한 날 증평답사의 첫 목적지로 삼층탑이 있다는 자료를 들고 찾아갔던 충북 증평군 증평읍 연탄2리
속칭 탑선이마을이라 불리는 곳엔 삼층탑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모양새 너무 허술한 탑이 있긴 있었다.
나라안의 비지정문화재를 수없이 많이 보아 왔지만 이런 경우는 그리 흔치 않았다.지붕돌 여러개 포개어 얹혀 있는 것도,지붕돌 달랑 하나만 남은 것도 아니고 지붕돌.몸돌이 뒤섞여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탑신임을 짐작할 수 있는 몸돌만 덩그러니 남은 것도 아니며 인적드문 산골짜기 풀섶에 묻혀 있는 것도 아닌,분명 쌍탑은 아니었을텐데 두어개 남은 탑의 부재를 이리저리 섞어 무늬만 탑 인것 같은 두 개의 돌무지(?)같은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탑.모양새는 그렇지만 탑선리마을의 삼층탑은 마을사람들에게 홀대는 당하지 않는듯 해보였다.
그것은 마을입구에서 이 탑을 찾으려고 두리번거리던 중 만난 아주머니에게 들은 이야기 때문이다.
"아주머니~ 이 마을에 탑이 있다는데 어디쯤인지요?"
"저기 저 언덕배기에 있는 것이 탑이유~"
"아~ 저곳에 서 있는 것이 탑이군요.저거 말고 다른 탑은 없나요?"
"저기 저것 밖에 없슈~ 저것 때문에 이마을이 탑선이마을 아니유~"
"탑이라고 하기에는 모양이 좀 그렇네요."
"원래는 번듯하니 괜찮은 모양이었는디 난리통에 다 부서져서 저렇게 된거유. 꼴상 사나워서 집어다 버릴려고 했더니
우리집 양반이 저 탑은 그대로 그자리에 둬야지 돌 하나라도 건드리거나 옮기면 절대 안된다고 얼마나 화를 내던지
그래서 나 뿐이 아니라 마을사람 아무도 건드리거나 옮길 생각을 안혀유~"
유명세를 타는 것도 아니고 찾는 사람 발길 잦은 것도 아닌 탑을 찾아 온 외지사람이 이리저리 사진기를 들이대는 것이
탑아래서 밭을 손질하던 마을사람들은 신기하기도하고 이상스럽기도 했었으리라.
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 보이는 이가 말을 걸어왔다.
"보아하니 멀리서 온 듯한데 이 탑 찾아 일부러 온거유?"
"네~"
"그렇게 사진을 찍어서 어따 쓰려구 그러슈?"
"네~ 그냥 탑이 좋아서 찾아다닙니다.찾아왔으니 사진이라도 찍어야하지 않겠습니까~ㅎ"
"이 탑이 이래뵈도 상당히 오래된 것이유.
지금이야 난리통에 다 부셔져 이런 꼴을 하고 있지만 우리 할머니 이야기로는 난리가 나기 전에는 탑이 좋았다드구먼요.
난리통에 산산조각이 나서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것을 겨우겨우 조각을 찾아서 저나마 모양을 갖춰 놓았구먼유~
모양은 저래도 탑의 내력을 알고 있는 마을사람들은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 줄 몰라유"
함께 밭을 손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맞어.맞어~" 하는 소리가 들렸다.
"네~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어쨌거나 이꺼정 왔으니까 부디 탑 사진 근사하게 잘 찍어주고 우리도 사진 한장 박아주쇼~"
낯선 외지인에게 스스럼없이 말을 거는 것을 보니 성정이 유쾌한 사람인가 보다.
답사처에서 사람들을 만날 일은 거의 없는 편이지만 유물이나 유적의 주소가 잘 못되었거나 아니면 아예 번지수가 없이 무슨무슨 마을이라고만 표기 되어 있을 경우 근처 마을의 대문이 열린 집이 있으면 들어가 물어보는데 증평 답사때는 밭갈이 시작할 즈음의 계절이라 들에서도 사람을 만날 수가 있었다.뜻하지 않게 만난 사람들로 인하여 별스런 이야기가 아닌데도 많이 웃었다.
충북 증평군 증평읍 연탄리2구에는 밭 둔덕에 서 있는 모양새 온전치 못한 탑이지만 그 탑을 끔찍하게 위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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