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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다

밀양답사에서 만난 잔치국수 본문

☆~ 여행과 인연/자연.사람.음식

밀양답사에서 만난 잔치국수

푸른새벽* 2010. 7. 12. 13:46

2박 3일 간의 답사여행 중 하루 반나절을 창녕의 옛님들을 찾아보는데 할애했었다.낮 열 두시가 조금 넘은 시간 다음의 답사처인 밀양으로 향했고 가장 먼저 밀양시 청도면의 소태리탑을 찾아보고 무안면의 표충비와 부북면의 예림서원,밀양시내의 영남루와 무봉사를 돌아보고 숭진리탑과 만어사를 찾아보려 밀양시 삼랑진읍으로 향했던 것은 오후 3시가 훌쩍 넘어서였다.

 

끼니를 대신할 수 있다는 과자 한개와 커피 한잔 그리고 방울 토마토 서너개로 아침을 대신한지라 몹시 배가고팠지만 후텁지근한 날씨에다 이리저리 옮겨다니면서 연신 들이킨 음료수와 커피로 인하여 입안은 몹시 깔깔하였고 무엇보다 작정하고 음식점에 들어가기가 쉽지가 않았다.밥도 때가 지나면 배는 고프지만 뭘 먹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진다.

 

오후 4시 만어사로 향하면서 작은 삼거리에서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국수집을 보았다.만어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러봐야지.갑자기 멸치국물 시원한 잔치국수가 먹고싶어졌다.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 만어사로 가는 길목에서 보았던 허름한 국숫집.국수집을 중심으로 만어사를 가려면 왼쪽으로,표충사를 가려면 오른쪽으로 가야한다.국숫집이 보이는 건너편에 차를 세웠다.

 

 

 

 

 

뭐 도로변에 있는 포장마차급(?)의 비닐하우스식당이 다 그렇지.실내엔 신발을 벗고 앉을 공간과 의자에 앉을 공간이 있었다.난 신발을 벗기가 귀찮아서 그냥 의자에 앉으며 잔치국수를 주문했다.이곳에선 다른 메뉴는 없고 오로지 잔치국수만 먹을 수 있단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나에게 어서오시라며 함빡 웃었던 아주머니의 인상이 맑고 후덕해보였다.마흔 중반쯤이나 되었을까.영남루에서,소태리에서 만나보았던 밀양사람들에게 느꼈던 다감함이 국숫집 아주머니에게서도 느껴진다.창녕사람들에게는 느껴보지 못했던 차분하고 보들보들한 느낌.국숫집 아주머니도 역시 차분하고 후덕하니 부드러웠다.

 

 

 

 

 

국수는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국수를 기다리며 내다 본 창 너머의 풍경이 너무 눈부셔 잠시 눈을 감았는데 "이거 좀 잡숴보이소~" 하는 소리가 들렸다.눈을 떠보니 탁자에 물기 가시지 않은 작은 복숭아 세 개가 담긴 접시가 있다."친구의 과수원에서 가져 온 것인데 꼬라지는 그래도 맛이 괜찮습니더"아주머니의 말대로 복숭아는 달고 맛있었다.훌륭한 전채(Appetizer) 다.

 

 

 

 

 

기다리던 국수가 드디어~

 

따끈하고 소박한 잔치국수.우선 국수그릇을 들고 국물을 마셨고 순간 너무 놀래서 아주머니께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국수 국물은 어떻게 만들었길래~! 너무 훌륭한데요?"

"그냥 멸치로만 국물을 내도 되는데 우리집은 좀 여러가지가 들어가지요~" 

"저도 음식을,특히 잔치국수는 잘한다는 소릴 심심찮게 듣는편인데 이 국수에는 할 말이 없네요. 와~ 정말 국물이 시원하고 맛있어요"

 

국수는 특별한 고명없이 단무지 잘게 채 썬 것과 오이채를 얹은 것 뿐이었고 국물을 내기위해 여러가지를 넣는다고 했지만국물은 화학조미료 냄새 전혀 없이 아주 깔끔하고 시원했다.단무지를 국수고명으로 쓰는 것도 처음 알았다.국수를 담아낸 양푼도 도시의 일부 식당에서 향수를 자극하려 일부러 우그러뜨린 것이 아니어서 좋았다.잔치국수는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았다.맛있는 국수를 남기기가 아까웠고,아주머니에게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국수값 3000원을 지불하고 나오면서 내가 다시 한번 더 밀양에 올 수 있기를,이 국숫집이 그 때까지 있어주길 기원하며

이제부터 잔치국수라면 밀양 삼랑진읍 용전리 자동찻길의 허름한 국숫집의 잔치국수가 최고라고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