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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불쌍한 당간지주. 본문

답사.여행 후기

아주 불쌍한 당간지주.

푸른새벽* 2010. 8. 27. 14:19

낡은 잡지에서 보았던 절집 꽃살문의 사진에 반해 답사의 걸음을 시작한 지도 십 여년 가까이 된 것 같다.

답사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기 전 꽃살문을 보러 찾았던 절집에서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던 당간지주.

무엇에 홀리듯 그때부터 당간지주는 내 답사걸음의 처음이고 마지막이 될 만큼 크게 자리하게 되었다.

답사처를 정할 때도 당간지주가 있는 고장이 우선인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몇 번이나 서산이란 고장을 찾았더랬는데도 다음의 답사처로 점찍어둔 고장들을 접어두고 다시 서산을 찾게 된 것은 살펴보지 못했던 유적들이 많기도 했지만 그곳엔 미처 찾아보지 못한 당간지주가 있기 때문.

 

 

 

 충남 서산시 동문동엔 당간지주와 친구하고 있는 오층탑도 있다. 

 

 





오월의 한 낮에 나와 맞닥뜨린 당간지주가 이런 모양새일 줄은 꿈에도 생각질 못했다.

답사자료를 챙기며 익히 사진으로 만나기는 했었어도 문화재청의 자료는 오래된 것이 많기에 그 후  당간지주의 형편이 나아졌을 거라 믿었다. 

 

 





옷 모두 벗긴채 철망에 묶인채 갇혀 있는 사람의 몰골이 이럴까. 

갑자기 단장의 미아리고개라는 유행가의 노랫말이 생각났다.

철사줄에 꽁꽁 묶여...

 

 




 

철사줄에 꽁꽁 묶이고 불록담에 붙잡힌... 

 

  





문화재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은 아니겠지.

 

인류 문화활동의 소산으로서 예술·과학·종교·도덕·법률·경제·민속·생활양식 등에서 문화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며 문화를 인간 고도의 정신활동의 산물로만 보느냐, 아니면 인간정신의 소산의 일반으로 폭넓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문화의 개념은 달라지며 그에 따라 문화재의 정의와 그 대상 역시 달라진다. 구체적으로 각 나라나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에서 보호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특수 재산들을 말한다는 사전적의미는 차치하더라도, 시도유형문화재 제196호라고 쓰인 안내판을 버젓이 앞세우고 있는 당간지주의 바로 코 앞에서 푸른색의 도료를 분사해 지붕을 단장하는 사람.

 

 





문화재의 의미를,문화재가 왜 소중한지 모르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바람부는 날 분명 푸른색의 도료입자가 날려 당간지주에 영향을 줄 것임을 알텐데 신문지 몇장이면 당간지주에 페인트의 입자가 날아와 앉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텐데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지붕수리에만 신경을 쓰는.

문화재의 문 자도 모르는 사람이 분명하다.

 

물론 자신의 텃밭에,혹은 자신의 마당에 또 자신의 집 근처에 문화재가 있어 그 때문에 개인의 재산행사를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불편하고 번잡한 여러가지 사연들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나라에서 지정한 문화재 바로 코 앞에서 아무런 조치도 없이 페인트작업을 하는 것은 해도 너무했다.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작업이었다면 신문지 몇장으로 당간지주 윗부분이라도 덮는 배려는 있어야 했다.

서산시청 문화재담당자에게 전화로 물어봤었다.

문화재근처에서 작업을 할 때 아무런 보고없이 아무런 조치없이 행하여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담당자는 그런일이 있었는 줄은 몰랐다는 대답만 했다.그리고 한번 가서 살펴보겠노라고.

 

50여 기가 넘는 나라안의 당간지주를 만나며 안쓰러운 모습이지만 의연하게 자리를 지켜 그곳이 예전 절집이 있었음을 말없이 알려주는 당간지주에 다행스러워했고, 제 있던 자리 떠났어도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몇 글자  명문이 있어 절집의 내력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당간지주가 있어 고맙고 또 고마웠었다.

 

부러졌다고,짝이 없이 홀로 서 있다고 불쌍한 당간지주는 아니다.

제 몸의 반 이상이 부러져나간 포항법광사터의 당간지주,아이들 소리 사라진 피폐한 운동장에 홀로 누워있는 거돈사터당간지주, 이것이 과연 당간지주였단 말인가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달랑 네모난 돌조각으로 남아있는 황복사지당간지주,주택가 골목길 얼기설기 쌓아놓은 각종 석재들 사이에 섞여 방치되어 있는 경주 전 주전지당간지주,문화재로 지정된 고택의 뒷편 담장에 그냥 돌기둥으로만 채곡채곡 쌓인 경주동천동당간지주,당간지주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조차 아는 사람 별로 없이 잘 가꾸어진 왕릉의 한켠에 묻혀 있는 담엄사지당간지주,외짝으로 부근의 주택에서 기르는 강아지들의 놀이터로 시멘트바닥에 묶여 있는 양평옥천리당간지주를 대할때도 마음은 아팠지만 이렇지는 않았다.

부러져 형태 알 수 없으면 없는대로 ,홀로 누워 있으면 누워있는대로,땅 속에 묻혀있으면 그런대로 체념 혹은 시대나 주변의 상황이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 이해를 했었다.

 

서산동문동당간지주...

차라리 땅 속에 묻혀 있거나 누워 있는 것이 나을뻔 했다.유형문화재라는 안내판이 오히려 욕이 되는.

생각하면 할 수록 보고싶고 그리운 괴산외사리당간지주처럼 생각하면 할 수록 불쌍하고 불쌍한 서산 동문동당간지주.

(서산을 답사한 것이 2010년 5월 13일 이었고 서산을 다녀와서 써 놓은 글을 이제서야 정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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