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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 금지하는 절집에 묻고 싶다. 본문

☆~ 雜想/일상의 소소함

사진촬영 금지하는 절집에 묻고 싶다.

푸른새벽* 2010. 8. 28. 13:30

가고 또 가고싶은 곳이라는 절집 부석사.

가고 또 가보았던 절집 부석사.

일곱번이나 다녀온 절집 부석사지만 난 아직 부석사 무량수전안에 모셔진 불상을 내 사진기에 담아 본 적이 없다.

무량수전 정면 계단옆에 근엄하게 자리하고 있는 '사진촬영금지'라는 붉은 팻말에 지레 주눅들어 감히 법당안으로 들어가지 못했지만

무엇보다 사진기 가지고 있는 나를 법당안에 있는 보살들이나 무량수전 근처를 지나치는 보살들이 엄하게 견제하였기 때문이다.

안된다고 매몰차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꼭 집어서 말해야 알아들을 만큼 나는 둔하지 않으니까.

말하는 입보다 말없는 눈빛에서 느껴지는 단호함은 한겨울 칼바람보다 더하다.

 

어느때인가 한 번은 법당에서 나오는 보살에게 물어보았다.

법당안에 계시는 부처님의 사진을 찍으면 왜 안되느냐고.

그냥 안된다고.부처님을 사진찍으면 안된다는데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하냐고.

 

부석사 뿐만이 아니었다.불국사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수덕사에선 절마당에서 사진기렌즈를 힘껏 당겨 대웅전안에 모셔진 불상을 사진기에 담으려는데

법당안에 있던 보살이 벽력같이 튀어나오더니 있는대로 눈을 흘기며 나를 떠밀다시피 했다.사진은 절대 안된다고.

고창의 문수사에서 당한 봉변-그랬다.분명 봉변이었다-은 또 어찌 글로 다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모기장쳐진 법당안을 그냥 들여다보는데 어디선가 문수산이 울리듯한 고함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스님이었다.

어찌나 험상궂게 소리를 지르던지 참 민망하고 불쾌하고...

고창 문수사는 법당외부의 사진도 절대 찍으면 안된다고 했다.

부여의 무량사에선 아예 불상을 사진기에 담는다는 것은 포기하고 법당내부 공포만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마침 스님 세분이 예불 중이라 예불이 끝나길 기다렸었다.

한 시간 가량 기다리니 예불을 끝낸 스님들이 법당밖으로 나오기에 정중히 합장의 예를 드리고 청을 드렸는데 일거에 거절이었다.

"부처님은 사진찍는 것을 싫어하십니다"

부처님을 사진찍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법당내부천정의 공포만 찍고 싶다고 말해도 "그것도 싫어하십니다" 였다.

하나하나 쓰자면 끝도한도 없는지라 몇몇 절집을 예로 들었지만

정말 고개숙여 감사의 맘을 가지게 하는 사근사근 친절한 절집도 많은 반면 고약한 절집이 또 그만큼이다.

 

십여년 가까이 답사를 다니며 받았던 절집의 냉대와 내침은 이루 말 할수도 없다.

그런 멸시와 냉대를 받고 돌아나서며 생각하는 것은

"그래,답사라는 명목으로 모여든 사람들에게 절집과 절집사람들이 얼마나 시달렸으면 저럴까"하거나

"아직은 나와 인연이 아닌가보다" 였다.

언제나 그렇게 생각한다.그건 고약한 절집인심을 이해해서라기보다는 그래야 내 맘이 편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절집의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거나 법당안에 있는 불상의 사진촬영을 그렇게 목숨걸고 말리는 이유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백번천번 이해하려고해도, 불상은 절대 사진촬영하면 안된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불가인 것은...

그렇게 매몰차게 불상이나 절집촬영을 금지하는 절집이 모든 사람들에게,

누구에게나 한결같이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더란 것이다.

그래,명성 자자하게 나랏일 보는 관리나

혹은 문화재 연구에 목숨바칠 각오가 단단한 연구원들이나 학계관계자들에게 사진촬영을 허락하는 것은 좋다.

그건 그렇게해야 당연한 것이므로 이해한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내가 절집에서 받았던 대접(?)처럼

다른 답사객들이나 참배객들에게도 당연히 사진촬영은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넓고 넓은 것이 사이버세상이라 답사자료를 검색하다보면 나로서는 먼 길 애써 찾아가서도 언감생심 마음 먹지못했거나

법당근처에서 제지를 당했던 절집의 불상이나 유물들의 사진이 버젓이 개인블로그나 까페에 게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까페나 블로그를 샅샅이 살펴보면

결코 나랏일 보는 사람도 아니고 승려도 아니며 그렇다고 문화재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닌데

그 사람들은 매몰차고 냉랭하게 사진촬영 금지하는 절집에서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가 있었단 말인가.

부석사 무량수전에 모셔진 불상의 사진도 에지간히 많다.에지간히 여러사람의 사진기에 담겨와 떠돈다.

가끔은 금지하는 절집에서도 기어이 사진을 찍은 사람이나

혹은 운 좋게도(?) 지키고 있는 사람없을 때 급하게 몇 컷 사진기애 담아 온 사람도 분명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그건 지극히 미미한 일부의 경우이고...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절집의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왜 불상이나 절집 또 절집의 유물들을 사진촬영하면 안되는지.

그렇게 목숨걸고 사진촬영 말려야 되는 것이라면 나라안의 모든 절집에서 사진촬영을 금지해야 맞는 것 아니냐고.

 

답사객에게 번거로움 마다않고 일부러 법당내부의 조명까지 밝혀주며 사진촬영 배려해 주었던 충주의 단호사,

법당문 앞에서 내부를 들여다보는 나에게 안으로 들어가 찬찬히 살펴보라며 사진촬영 개의치 않던  도피안사의 보살,

법당문 열고 사진촬영하는 나에게 그저 목례만 보내던 보림사의 스님,

미륵전안의 불상을 사진찍고 싶다는 나에게 참배공간이니 플레시 사용만 하지 말라며 허락했던 금산사의 보살,

하안거중인데도 일반인 금지구역인 달마전 우물을 보고싶다는 청을 기꺼이 들어주신 선암사의 스님도 계시니

사진촬영 막는 절집은 도대체 어떤 이유로 그러는지 더더욱 궁금하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어떤이는 말했다.사진기 플레시 때문이라고.

그건 말이 안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답사는 거의 밝은 대낮에 하게되니 플레시는 쓰지 않을 것이고

또 요즘은 사진기의 성능이 좋아 굳이 플레시를 쓸 필요가 없는데?

또 어떤이들은 말한다.

지극하고 숭고한 신앙의 대상이니 그럴 것이라고.

지극한 신앙의 대상이 불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이슬람이나 가톨릭도 있다.

가톨릭성당에 가보면 그 지극한 신앙의 대상인 예수나 성모님을 모셔놓은 성당내부나 성물들의 사진촬영 절대 막지 않는다.

지극하고 거룩한 신앙의 대상인 것은 부처님이나 예수님이나 동격인데 성당에선 되는 것이 절집에선 왜 안된다는 것인가.

 

나는 몹시 궁금하다.

절집의 법당이나 불상 또는 절집의 유물들을 사진찍으면 왜 안되는지 그 확실한 이유가.

또 누구는 편하게 사진촬영이 가능하고  누구는 간곡한 청을 해도 안되는 이유가.

 

이런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 내가 밝게 이해하고 고개 끄덕이도록 이야기해 줄 사람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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