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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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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雜想/일상의 소소함

택배유감

푸른새벽* 2010. 9. 2. 12:58

"저는 그 택배 받고 싶지 않습니다.안 받을래요"

"네~ 잘 알겠습니다"

 

이틀 전 강원도 인제답사중 한계사지 입구에 도착했을 때 받았던 전화에 난 분명하게 말했었다.

집으로 배달된 택배물건을 받지 않겠노라고.그 때가 8월 31일 오후 1시 50분 경.

전화통화를 끝내고 5분이나 지났을까 다시 택배기사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 강진에서 택배를 보낸 분과 통화를 했는데 냉장고에 보관하였던 것이라 괜찮으니 받으시라구요"

 

무슨 이런 일이 있나 싶었고,그 택배를 받으라는 언니가 조금 이상하긴했지만 어쩌랴 택배를 보낸 야무진 언니가 괜찮으니 받으라는데.

그렇더라도 내가 다시 언니에게 전화를 해서 그런 상황을 반드시 확인했어야 했는데, 날씨도 덥고 아직 찾아봐야 답사처가 두어곳 더 있으니

바쁘기도 하고, 또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니 어련하려구하는 안이함에, 받지 않겠다고 작정한 택배물건을 배달온 기사에게 앞집에 맡겨두라고 했다.그런데 언니에게 확인전화 하지 않았던 결과가 집으로 돌아와 낭패감과 불쾌함에 펄펄 뛰게 뒬 줄 누가 알았으랴.

 

사연인즉슨...

지난 목요일,그러니까 8월 26일 강진으로 귀농한지 일년이 조금 지난 작은언니(딸 셋 중 둘째딸.내가 막내)가 언니네 텃밭에 심은 여러가지 쌈채소가 너무 좋아 도시에선 비쌀것이나 사 먹지 말라며 이것저것 챙겨서 택배로 보냈다는 연락을 받았었다.목요일 아침에 보냈으니 금요일엔 도착을 할 것이니 외출하지 말라는 당부도 함께.

 

금요일 아침 9시경 전화를 받았다.택배기사로부터.

그런데 택배기사는 택배보낸 사람이 주소를 정확하게 적지 않았다며 주소를 물어보길래 우리집 주소를 말했더니 맙소사~!

경기도 평택이란다.

하지만 난 하남시에 배달되어야하는 물건이 평택으로 가 있다는 말이 뜬금없지는 않았다.

평택시에도 하남시와 같은 명칭의 洞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통상 우편번호를 검색하다보면 보다 빠르니 평택시가 먼저 나온다.그러니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당연히 평택市로 안다.

언니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택배 한두번 보낸것도 아니면서 어째 주소를 그렇게 썼냐고 물으니

"어이구 야야~ 내가 바빠서 우리 과장에게 부탁을 했더니 그런 실수를 했구나.내가 다시 택배회사에 전화할게 기다려봐~"

이 십여분 뒤 다시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우리가 거래하는 택배회사인데 내가 평택담장자에게 연락을 했더니 알았다고 걱정말라고 하더라.야채라고 했더니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월요일에 일찍감치 보내준단다.그렇게 알고 월요일에 받거라~"

 

뭐 어쩌랴.

일단 실수는 주소를 잘못적은 언니쪽에 있으니 그나마 택배회사에서 월요일까지 냉장고에 잘 보관하였다가 보내준다니 또 기다릴 수 밖에.

월요일에 답사나서려 작정하고 있었는데 누구와 약속한 것도 아닌 답사걸음이라 화요일로 미루고 택배를 기다렸다.월요일 하루종일을.

하루종일 기다린 월요일엔 택배가 오질않았고 택배회사로부터 그 어떤 전화연락도 없었다.

 

화요일 딸아이와 인제로 답사떠나며 속으로 다짐을 하였다.

어차피 언니가 택배비 착불로 하였다고 하니 택배는 받지 않으리라고.아니 선불로 하였더라도 받지 않으려했다.

언니가 보낸 물건은 밭에서 따낸 채소들이라 날 더운 요즘 하루가 지나면 신선도는 바라지도 않고, 상하기 마련인데 하물며 6일이 지났으니.

택배회사에서 아무리 냉장보관을 잘 했다손 치더라도.

택배회사에서 냉장보관하겠다던 말도 믿을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월요일에 보내주겠다고 철석같이 약속을 해놓고 그 약속 우습게 여기는 택배회사라면 냉장보관하겠다는 약속은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집에 사람은 없고 택배기사는 물건을 어떻게하느냐 채근하고...

하는 수없이 집 앞의 부동산사장님에게 전화를 했다.택배비 지불하고 물건 받아서 보관해달라고.

부동산사장님은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다가 내 전화를 받고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택배비 지불해야 하니까) 부랴부랴 사무실로 돌아와 택배를 받아놓았던 것이다.

 

오후 다섯시가 조금 넘은 시간 답사에서 돌아와 옷도 갈아입기전 택배상자부터 풀었다.

냄새...

야채가 썩었을 때 나는 냄새...

택배상자에선 물이 흐르고 있었다.

상자아래쪽의 늙은 오이 세개는 물러터져 있었고 언니가 신문지에 고이 싸서 보냈다는 쌈채소는 어떤 종류인지 형체도 알 수 없는 지경이었다.

이걸 어쩌나~

우선 음식물쓰레기봉투부터 찾아야했다.

 

답사즐겁게 마치고 돌아왔는데 이 무슨 난감하고 화나는 일이있단 말인가.

돌아와 상자부터 풀어보느라 씻지도 못하고 화를 내니 더 덥고 짜증은 극에 달하고...

당장 전화를 걸어 죄없는 언니에게 펄펄뛰며 화를 냈다.이럴 줄 뻔히 알고 안받으려 했는데 왜 택배 받으라고 했냐고.

"얘~ 듣고보니 우습네.내가 무슨 택배를 받으라고 했단 말이니? 난 그런 전화 한적도 받은 적도 없다."

"이걸 어떡해~ 여긴 거기와는 달라 음식물쓰레기 버리기도 번거로운데.이렇게 다 썩은걸 어떡해~"

소리소리지르는 나에게 언니는 다음날 어찌된 것인지 알아볼 터이니 진정하고 그 상자와 내용물을 사진으로 찍어 놓으라고 하면서

택배상자는 어떠냐고 물었다.분명히 상자에서 꺼내 냉장고에 넣었다고 했으니 상자를 봉함한 테이프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전화기를 든 채 상자를 살펴보니 언니가 붙였다던 투명테이프 그대로였다.

상자를 개봉하였다가 다시 봉하려면 뜯어낸 테이프는 접착이 되질 않으니 상자를 개봉했다면 테이프는 다른 것이어야 맞다.

그리고 신문지에 싼 야채는 냉장보관 잘 하면 열흘은 거뜬하게 견디는데 야채의 상태로보아 냉장고에 보관했던 것이 아니다.

그건 살림하는 주부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사진 여섯장을 찍고 내용물을 음식물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렸다.10리터 들이 봉투에 꼭꼭 눌러담아 꽉차게.

 

열시간이 넘는  운전에 몹시 피곤했던가 아니면 내 흥분지수가 극에 달했던가 증거자료로 찍어놓은 사진이...흔들려 엉망이었다.

나 원참~! 여지껏 40만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었는데 이렇게 흔들려 알아볼 수 없는 사진은 첨 일세.

이것이 증거자료가 되려나.

 

다음날.그러니까 9월 1일 오전에 택배회사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언니가 택배회사의 홈페이지게시판에 그런 사정을 낱낱이 썼던 모양이다.

"게시판에 글이 있어 확인전화 드렸습니다."고 이야기하는 담당자는 무척이나 사무적으로 이것저것 물었다.

"혹 증거자료로 필요할지 모르니 언제라도 그 사진 필요하면 전화드리겠습니다" 뭐 대충 이랬다.

 

내가 화를 내는 이유는

언니가 몸 아픈데도 불구하고 정성스레 준비해서 보낸 야채를 버릴 수 밖에 없어서도 아니고 택배회사에서 배달을 늦게해서도 아니다.

약속을 어긴것과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지금껏 나를 불쾌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사건의 시발은 도착지의 주소를 잘못 기입한 언니에게 있다.그래서 배달 늦어도,야채를 버릴 수 밖에 없어도 이해했다.

그 모든 것을 이해한다고해도 분명 월요일에 배달하겠다고 약속하고 배달약속 지키지 못한데대한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는 것과

언니와 분명 통화를 했으니 받으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택배기사의 거짓말은 경우가 아니다.그러면 안된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또 택배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제 전화한 담당자보다는 보드랍다.

"저는 이렇게 번거롭게 매일 전화받는 것 원치 않습니다.사실확인해서 배상 어쩌구하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다만 금요일아침에 배달될 물건이 설사 잘 못 도착하였더라도 월요일까지 냉장보관하는 번거로움 말고 그 즉시 재배달해 토요일에 받았으면 이런 일 없었을 것이고,월요일에 배달하겠다고 약속했으면 그 약속 지켜야 마땅하며 화요일에 배달을 했던 배달 기사의 황당한 거짓말에 사과를 받고 싶을 뿐입니다.변명이 아닌 정말 고객의 입장에서 진정으로 우러난 사과 말입니다."

알았노라고 정말 죄송하다고 평택쪽의 담당자에게 그리 전하겠노라는 담당자의 말을 들었다.

죄송하단 말을 하려고,진정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고 전화가 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오늘도 언니가 반찬용 김을 몇 박스 보내준다고했다.

난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로젠택배로 부치지 말라고.로젠택배로 보내면 받지 않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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