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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떠나다

경춘선전철을 타고 춘천을 다녀오다. 본문

답사.여행 후기

경춘선전철을 타고 춘천을 다녀오다.

푸른새벽* 2011. 1. 10. 13:11
작년 12월 21일 경춘선전철이 개통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자동차,기차와는 다른 전철을 이용해 춘천에 가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춘천은 답사가 아니어도 몇 번씩이나 다녀온 고장이고,답사목적으로도 서너번은 발걸음 하였지만 어찌된셈인지 그 유명한 한송사석조보살이 모셔진 춘천박물관은 바쁜 답사일정 탓으로 언제나 뒤로 밀렸었기에 이 참에 가보고 싶었다.
전철을 타 보는 것과 박물관에 간다는 목적,이 두가지가 그리 번잡하지 않으니 바삐 서두르지 않아도 느긋함을 즐길 수 있을거라 싶었다.





 

사진기와 물 한병과 간단한 소지품으로 꾸린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내가 사는 곳에서 경춘선전철을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하남시에서 팔당역까지도 마찬가지다.
눈이 말끔하게 치워지지 않아 길 미끄러울 같기에 자동차를 움직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고,집에서 팔당역까지 운행하는 버스노선에 대한 정보도 없으니 택시를 이용하는 수 밖에.


팔당역에서 여덟개의 정거장을 거슬러와서 도착한 곳.
망우역.
이곳에서 춘천가는 전철로 갈아타야 한다.

 

 

 

 

망우역에서 10여분 남짓하게 기다렸을까
드디어 춘천가는 전철에 오를 수 있었다.


아~! 앉는 다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겠구나.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복잡할 줄은.
1월 4일은 주말이나 휴일도 아닌 평일이고
내가 전철에 오른 시간도 복잡한 러시아워가 아닌
오전 11시 20분.


의자에 앉아서 느긋하게 창밖의 풍경을 보며 겨울강변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 어리석은 기대가 객차실내를 꽉 채운  소란함과 퀴퀴하고 야릇한 냄새에섞여 산산히 부서지고 있었다. 





 

춘천가는 전철 객차 의자색감이 독특하다.
어쩌다 이용하게되는 수도권전철 의자색감과는 다른
초록바탕에 붉고 푸른 무늬가 섞인.
내 정서로는 푸른색감의 의자가 더 좋다. 


경춘선전철의 녹색의자에 앉아 춘천까지 가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역에서 탔을까.이 시간 어느 역에서 탑승하면 춘천까지 앉아서 갈 수 있을까.이렇게 빽빽하게 숨도 쉴 틈없이 들어찬 이 많은 사람들은 춘천에 무슨 볼 일이 있을까...


베낭을 메고 서 있으니 다리가 아프다.
앞으로 몇 정거장을 더 가야하나...



 

 

 





내가 서 있는 자리도 비좁을 만큼 빽빽한 전동차 안에선 시선처리가 몹시 곤란하다.


창밖을내다 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춘천가는 길에서 만난 겨울풍경.
산이 보이고 다리가 있고 얼음낀 강이 있는 풍경. 









 

자꾸 자동찻길과 혼동이 된다.


지금이사 고속도로가 생겨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춘천으로 가는 사람이 많다지만 예전엔 경춘국도 하나밖에 없었다.수도권에서 춘천으로 가는 길이.


경춘국도를 이용해 춘천으로 가려면 언제나 들리게 되던 강촌휴게소.
난 강촌휴게소가 있는 부근이 강촌역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넓직하게 잘 만들어진 강촌휴게소가 있는 곳은
백양리역이다. 
강촌휴게소가 빤히 건너다 보이는 백양리역.

 

 

 

 

 





전철은
각 정거장마다 문의 개폐시간이 아주 짧다.
기차와는 다르다.


전동차 문의 개폐에 맞춰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전동차의 출입문 유리에 사진기렌즈를 대고 셔터를 누른다.
전동차 출입문유리의 색감이 사진에 묻어나왔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인데
전철을 타고서도 만난다.




눈 덮이 마을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거침없이 쭉 뻗은,포장이 잘 된 저 도로는 서울.춘천간 고속도로인가.
지난번 삼악산 자락에 기댄 두 절집,흥국사와 상원사의 탑을 보러 가면서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이용했었는데 그 때 이 나들목으로 나갔던 것 같다.


수도권에서 삼악산이나 등선폭포에 가려면 서울춘천고속도로 보다는 경춘국도가 낫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10킬로가 넘는 거리를 다시 되짚어 가야하니까. 









 





경춘선전철을 타고 내내 창밖을 바라보면서 만났던 풍경 중에서 으뜸이다.
백양리역에서 강촌역 사이의 풍경.


겨울이 주는,경춘선전철이 주는 보너스... 

 

 

 

 

 

 


망우역에서 춘천까지 18개의 정거장 중에서
16번째 정거장인 김유정역.


바짝 붙어서 걸어가는 남녀의 모습이 어쩐지 김유정역 이름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춘천까지는 두 정거장인데.
춘천박물관을 가려면 남춘천역에서 내리는 것이 빠른가 춘천역에서 내리는 것이 빠른가 가물가물하다.
어제 분명히 찾아봤는데...




춘천박물관은 남춘천역에서 가깝다.
感 이라는 것이 실종되었는지 멍청하게도 난 경춘선전철의 종점인 춘천역까지 갔었다.
춘천역에서 춘천박물관까지는 남춘천역에서 박물관까지 가는 거리의 딱 곱절이었다.물론 택시요금도.


지방의 소도시에 있는 박물관치고는 꽤 잘 가꾸어진 춘천박물관.
거기서 나는 매번 벼르기만했던 한송사석조보살좌상을 만났고 불에타 녹아버린 선림원지동종의 잔해도 만났다.
친절하고 따뜻한 춘천박물관 근무자들과의 잠시 나누었던 이야기들도 흐뭇했다.
와 보길 참 잘했다.


두어시간 남짓 박물관을 돌아본 후 다시 전철역으로 향했다.
춘천으로 올 때처럼 춘천역으로 가지않고 남춘천역으로 갔다.그것이 멍청했음을 전철을 타고서야 깨달았다.





 







전철역사치고는 꽤나 거하다는 생각이 드는
남춘천역.



 

 

 

 

 

 





2시 40분에 출발한다는 전철을 기다리면서
십여분 남짓 플랫홈을 서성였다.


눈이 덮인 선로와 전선들이 이루어 내는 풍경이 그리 살벌하지만은 않다.


여고시절 방학이 되어 귀향하려면 항시 기차를 타야했다.
그 때의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풍경도 달라졌고 사람도 달라졌고...
풍경보다 사람이 더 많이 변한 것 같다.









 








남춘천역에서 화살표 방향이라면 춘천역인데 서울방향으로 가려면 다음은 김유정역이다.내가 거꾸로 서 있는가보다. 

 

 

 

 

 

 





역시 춘천으로 올 때처럼 망우역까지 내내 서서 왔다.또 그렇게 사람이 많았다.춘천에서 망우역까지 1시간 20분. 


저기 푸른 유리창이 보이는 곳에 도착하여 긴 복도를 지나 팔당역으로 가는 전철을 타는 곳으로 넘어왔다.










 


바람이 많이 불었다.
귀도,뺨도 얼얼하고 다리도 많이 아프다.점심도 굶었네~


춘천까지의 도로사정이 괜찮았는데
괜히 전철을 타 본다고했던 것이 후회가 되었다.
이제 망우역에서 일곱정거장만 가면 팔당이다.


망우역에서 또 십여분을 기다렸다. 

 

 

 

팔당역에서 망우역까지.망우역에서 춘천까지 춘천에서 망우역까지 다시 망우역에서 팔당역까지...

고생했다는 표현이 맞다

 

누가 경춘선전철을 이용해서 춘천을 간다고 하면 난 한사코 말릴 것 같다.

춘천가는 전철은 앉을 자리가 없다.그래서 내내 서서 가야한다.무려 1시간이상을.(용산에서 타지 않으면)

평일에도 춘천가는 전철엔 할아버지들로 꽉 차서 발 디딜틈이 없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으며 전동차내부의 공기 또한 매우 탁하다.

춘천역사엔 엘리베이터 하나와 좁고 긴 에스컬레이터 하나 뿐인데 평일의 한가한 시간에도 그 에스컬레이터는 서울 러시아워의 환승역에 버금갈만큼 할아버지.할머니들로 몸살을 앓는다.

 

춘천가는 기차의 로망으로 춘천가는 전철을 타면 절대안된다.

서울의 어느 혼잡한 환승역 쯤으로 생각해야 한다.그래야 피곤하지도 않고 실망하지도 않는다.

 

참고로 춘천의 택시기사에게 들은 이야기를 옮겨보면...

"전철이 춘천인심을 버려놓았어요.

흔히들 춘천닭갈비 먹으러 서울에서부터 전철타고 온다는데 닭갈비도 전철이 개통되면서부터 1인분에 7000원 하던것이 12000원까지 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