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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雜想/일상의 소소함

내 아이패드 이야기

푸른새벽* 2011. 2. 7. 11:47

 

"어머니~ 왜 아이패드 안써요?" 아들아이가 묻는다.

"내가 어디 집에서 쓰려고 샀냐? 답사갈 때 들고 가려고 샀지"

머리아프게 생각하고 또 생각한 후 내 형편으로는 거금인 돈을 망설임없이 지불하고 아이패드를 손에 넣었던 이유는 물론 답사때문이다.

 

얼마전 경북 구미를 답사하였는데...

돌아와 얼마나 내 머리를 쥐어박았는지 모른다.

 

생각지도 않은 사정이 생겨 계획했던 시간보다는 두어시간 늦게 출발하였기에 몇몇 곳은 과감하게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구미답사였다.

하루동안의 답사에서 시간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곳은 아쉬워도 어쩔 수 없었다고 치지만  기껏 찾아간 곳에서 놓치고 온 옛님은...

내 머리를 쥐어박을 수 밖에 없다.

 

구미 대원사.

대원사에는 석불이 두 기가 있다는 사실을 답사를 마치고 돌아온 뒤 사진을 정리하면서,다른 자료들을 찾아보다가 알았다.

대원사에는 내가 본 담장 밖에 있는 비지정 석불과 법당 뒤쪽에 있는 문화재로 지정된 석불이 있다는 것을.

담장밖에 있는 석불을 보고 "얼씨구나~ 바로 이거구나~" 하며 법당뒤쪽은 살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딱 바보다.바보라는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 때 자동차 안에서라도 다른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었으면 이런 바보같은 후회는 하지 않을텐데.

사진으로라도 보았더라면 결코 놓치진 않았을텐데.

 

그런그런 후회를 하고 있던 중.아이패드를 알게 되었다.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한 곳이면 어디서든지 사용할 수 있다니 딱 좋았다.

노트북보다 훨씬 사용하기 수월하지 싶었다. 그래 내가 원하던 것이야. 하여 가격이 만만찮았지만 큰 맘 먹고 아이패드를 사러 갔는데...

아이패드란 것이 국내제품이 아니어서 그런가  돈만 지불하면 금방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맹랑함은 고사하고

뭐가 그리 복잡한 절차가 많은지.사용요금제야 내가 원하는 만큼,사용하는 만큼 지불하면 된다치더라도 와이파이가 어떻고 3G가 어떻고

안드로이드체계는 뭐고 ios 체계는 또 뭐란 말인가.

난 그저 크기나 무게 상관없이 내가 답사를 다니며 답사처에서 필요한 자료들을 찾아보는 것만 편리하면 되는데...

 

돈을 들고도 2주일 넘게 기다렸는데 대리점에서 기껏 하는 말이란 것이 "와이파이 모델은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고객님이 원하시는 3G 모델은 저희가 취급하지 않습니다.꼭 3G 모델을 구입하려면 압구정에 있는 저희 본점에 가셔야 할 것 같네요."

우산 모양으로 도르르륵 움직이는 표시가 있는 와이파이존에서만 사용가능한 모델은 나와는 상관이 없다.

난 휴대전화 통화가 가능한 곳이라면 어디서건 사용할 수 있다는 3G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어차피 미용실을 신사동쪽으로 다니니 미용실 가면서 압구정점에 가볼까 하다가 휴대전화 몇 번 바꾸면서 안면을 튼 동네의 휴대전화 대리점에 가서 물어보았다. 휴대전화대리점 사장은 아이폰이나 갤럭시탭은 많이 판매를 해봤지만 아이패드는 처음이라면서 알아봐 주겠노라했다.

알아봐주겠노라던 대리점 사장의 전화를 받은 것은 그 뒤로도 일주일이 더 지난 뒤였다.

 

대리점사장은 갤럭시탭과 아이패드를 알아듣기 쉽게 간단하게 비교해 설명을 해주었다.

아이패드는 크기가 A4용지 크기와 거의 비슷하고 갤럭시탭은 아이패드 반 만했다.

갤럭시탭은 안드로이드체계이며 아이패드는 ios 체계란다.난 안드로이드도 ios도 뭔지 모르지만 여기저기 들은 바로는 한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안드로이드체계가 훨씬 쉽고 편하며  AS도 갤럭시탭이 국내제품이라,그것도 삼성제품이니 말 할것도 없단다.

그런데도 내가 굳이 아이패드를 원했던 것은 딱 두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갤럭시탭보다 화면이 넓다는 것이 좋았다.어차피 자동차에 싣고 다닐 횟수가 많으니 크다고 불편할 것은 없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는 배터리의 사용시간이었다.갤럭시탭은 꽉 채워 충전해도 서너시간 밖에는 쓸 수 없다는데 아이패드는 거의 열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우선 박스를 뜯어서 실물을 한 번 보자고 했더니 "아이패드는 박스 포장을 뜯으면 반드시 구입해야 합니다.구입하겠다는 결심이 확고하시면 제가 박스 포장을 뜯겠습니다.그렇지 않으면 실물을 보여 드릴 수 없습니다.포장이 뜯어진 것은 반품이 절대 안되니까요."

이런 뭣 같은 경우가 있나.아니 아무리 그래도 실물을 보거나 만져봐야 할 것 아닌가베.하여튼 미국넘들,애플사 넘들은 알아줘야 해.

 

박스를 뜯어보고 또 놀랐던 것은,박스 안에는 딱 아이패드와 충전케이블 뿐이었다.참 황송하게도 애플사의 로고인 사과모양의 스티커가 두개.

다른 예를 들 것도 없이 휴대전화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브랜드는 기본으로 충전기와 화면보호용 필름과 이어폰,뭐 그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따라오는데 아이패드는 이어폰은 고사하고 그 흔하다는 화면보호용 필름도 없었다.

들은 이야기로는 애플사는 주변기기나 악세서리 샆이 발달하여 모두 따로 구입해야 한단다. 사과모양이 붙은 그 악세서리나 주변기기들의 가격이 만만찮은 것은 말 할 필요도 없고.

몇 해전부터 친분이 있는 대리점사장이 서비스라고 해 준것은 화면보호용 필름을 붙여 주는 것이 모두였다.

"사모님도 알아 보셨겠지만 애플사의 것이 모두 비싸요.화면보호용 필름도 몇 만원씩 하니까요~"

 

엄마가 아이패드를 구입했다는 것이 아이들에겐 화잿거리였던가 보다.

아직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딸내미가 아이패드의 여러가지 기능이 생소했던가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여기저기서 문자가 빗발치듯했다.

우선 구글에 계정을 만들어야 한단다.

여지껏 한메일 외에는 다른것을 써 본 적이 없는지라 새것을 만드려니 그것도 불편하고 번거로웠지만 어쩌랴.그렇게 해야 한다는데.

계정을 만드려고 하니 내 정보를 모두 영문으로 작성하란다.참 거지같네.아무리 미국제품이라지만 우리나라에 물건을 팔아먹었으면 당연히 한글로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글이라면 드드득 금방 작성이 됐을 것을 영문으로 하라니 그저 자판을 내려다보며 한자한자 독수리타법으로 할 수 밖에.

 "이렇게 복잡하고 번거로우니 내가 아직 스마트폰 살 생각이 없어요" 딸내미 말이다.(그랬던 딸내미가 이틀 전 아이폰4를 샀다)

 

"어머니~ 이것 요령있게 잘 쓰셔야 할 것 같아요.주위사람들이 그러는데 아이패드 요금이 폭탄이래요."

"그러면 집에서도 오래 사용하면 요금이 폭탄인거야?"

"그건 아니네요.다행히도 우리집엔 무선랜이 들어와 있으니까 와이파이는 무제한으로 사용해도 괜찮아요."

 

그런 번잡하고 요란한 과정을 겪고서도 내 품에 온전하게 들어온 것 같지는 않은 아이패드.

아이패드를 손에 넣은지 이십여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확실하게 아이패드의 기능을 다 익히진 못했다.

문화재청과 내 답사자료 그리고 네비게이션과 지하철노선도 샤이니의 노래를 저장한 것 외에는 별 달리 한 것이 없고 또 필요한 것도 없는데

딸아이는 이것저것 어마마마께서 필요할 것이라며 바탕화면 가득히 무언가 자꾸 만들어 놓는다.

 

아이패드는 플레시 지원이 되질 않는다. 그래서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나 국립문화재연구소를 검색할 수 없다.

또 키보드가 너무 작고 섬세해서 정상적인 타이핑이 어렵다.독수리타법이 더 어려운 나는  한참을 헤매야 한다.

3G모델이라 속도가 많이 느리다.

 

거금들여 손에 넣었지만 아직은 편리함과 불편함이 반반인 아이패드.

첫화면에 비밀번호를 입력해 놓았지만 답사를 떠나지 않는 한 내 아이패드는 아이들 장난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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