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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마곡사동종(麻谷寺銅鐘)은... 본문

☆~ 雜想/일상의 소소함

지금 마곡사동종(麻谷寺銅鐘)은...

푸른새벽* 2011. 4. 26. 12:06

춘마곡春麻谷 추갑사秋甲寺라는 말은 답사의 고수가 아니더라도 흔히 들을 수 있고 말하기도 한다.

2011년 4월 15일.

봄바람의 아른함이 어디든 자꾸 떠나보라기에 쉬엄쉬엄 느긋하게 봄꽃이나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어딜까 이리저리 짚어보다가

春麻谷 이란 말이 생각났다.

마곡사는 2004년 6월에 한 번 다녀오긴했었다.

그러나 내게 남은 사진이 몇 장되지 않아 도대체 마곡사에서 내가 보고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에 언젠가는 다시 한번 더 찬찬히

마곡사를 돌아보리라 작정하고 있었었기에 이번 마곡사로의 답사는 일견 설레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도착한 마곡사는 경내에 가득 장식된 알록달록한 연등이 해탈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눈을 부시게했다.

두어 시간 가량  영산전을 비롯하여 대광보전.대웅전 그리고 오층탑과 응진전을 차분히 그리고 느긋하게 돌아보았다.

준비해간 답사목록에 가장 마지막 순서로 적혀 있는 마곡사동종과 심검당.

 

4년전 내가 처음 마곡사를 찾았을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심검당은 대광보전의 오른쪽에 세로로 앉아 있는 아주 오래된 건물이었고 해강의 글씨로 씌여진 편액이 있었고 반들반들 윤이나는 툇마루 한쪽엔 자그마한 동종이 있었었다.

 

 

전체적인 심검당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군가 석가탄신일이 가까운 시일에는 답사를 하지 않는다던 말이 생각났다.

佛心으로 절집을 찾는 이들에게는 뚱딴지 같은 말일 수 있지만 절집의 문화유산을 찾아보려는 이들에게는 알록달록 걸린 연등들이 사진을 찍으려면 거추장 스러울 수 있기에 그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된다.

 

 

어렵사리 해강의 글씨로 된 마곡사현판은 사진기에 담을 수 있었다.

7년전에 보았던 그대로다.

 

 

내 기억이 잘 못 된 것일까.

7년전의 기억을 되짚어 보면 분명 심검당은 툇마루가 있었던 것 같고 그 툇마루 한켠에 얌전하게 자리잡은 동종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마곡사 심검당은 툇마루가 없다.

정말 내 기억이 형편없이 되어 버렸나...

 

 

심검당건물엔 분명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공간이 생겼다.

문화재감시초소...

안을 들여다보니 관리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한창 연등주문을 받느라 열심인 보살에게 물어보았다.

" 심검당 마루에 동종이 있다고 해서 보러 왔는데 동종이 보이질 않네요.언젠가 마곡사에 왔을 때 봤던 것 같은데요..."

"지금 여기에 없어요."

"그럼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있겠습니까?"

"몰라요.그리고 한 번 봤으면 그만이지 뭘 또 보겠다고 합니까?"

사진속에 앉아 계시는 보살이 안보이면 그런가보다할 것 이지 물어보기까지 하느냐는 투로 말했다.

 

할 수없다.

이번 마곡사답사에서 동종은 만나지 못하나보다.

7년 전 내가 마곡사에 와서 찍은 사진 중에 동종이 있는지 모르겠네.

 

 

동종은 없다고하니 심검당과 함께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고방이라도 살펴봐야겠다 싶어 작은 문턱을 넘어 들어가려는데 '일반인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섬뜩했다.그냥 들어갈까 하다가 주위를 살피니  대광보전 앞에 두 어명의 보살들이 있어 물어보았다.들어가보는 것 상관없다는 말을 듣고 고방을 살펴 볼 수 있었다.

 

 

고방건물을 살펴보고 그 앞에 있는 심검당의 뒷편도 궁금해 발길을 옮겼는데...

 

 

심검당뒷편의 깊숙한 곳에서 번쩍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동종같다.

그리고 심검당 뒷편은 툇마루가 있다.언뜻 그동안 심검당 건물을 앞뒤 바꿔서 다시 앉힌 것이 아닐까 하는 되도 않은 생각도 들었다.

내 기억속에 남은,내가 7년 전 보았던 대광보전 오른쪽에서 보았던 심검당의 툇마루와 동종이 위치한 자리가 이랬으니까.

 

 

금지구역이라 호통치는 사람이 있을까봐 발걸음이 조심 스러웠다.나라에서 지정한 문화재를 만나는 발걸음이 이러니 우습기도 하고.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가보니 동종이 맞는것 같다.

시도유형문화재 제62호로 지정된 마곡사동종...

 

 

왼쪽은 내가 심검당 뒷편 으슥한 곳에서 만났던 동종이고 오른쪽은 문화재청에서 가져온 자료이다.

내 사진솜씨가 형편없어 그렇지 세부적으로 찍은 사진을 보니 분명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마곡사동종이 맞았다.

 

 

2011년 4월 현재 마곡사동종이 자리하고 있는 주변의 분위기는 이렇다.

그리고 마곡사동종은 이렇게 조심스레 심검당 뒷편 으슥하게 들어가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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