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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후기

지금 월출산 무위사는...

푸른새벽* 2014. 12. 29. 19:43

강진 월출산 무위사는 대여섯번 다녀온 절집이다.

 

처음의 발걸음은 2000년 우연한 기회에 월남사지와 함께 돌아보게 되었는데 그 때는 답사에 대한 생각도 다져지지 않았던 때였고 더우기 디지털카메라는 고사하고 필름카메라조차 챙겨가지 않았기에 지금 내게 그 자료는 간단한 메모로만 남아있으며 무위사에 대한 기억조차 희미하다. 

 

하긴 그렇게 돌아본 나는 월남사지 삼층탑을 다시 찾아가기 전까지 내내 분홍빛이 도는 탑이라고 기억하고 있었으니까.유독 까무잡잡한 월남사지 삼층탑을 왜 그렇게 분홍빛으로 기억했을까가 지금까지 미스테리로 남아있긴하다.

 

무위사를 작정하고 다시 찾아간 것은 3년 후인 2003년 한 여름 배롱나무꽃이 만발할 때였다.

 

 

 

2003년 다시 찾아간 무위사는 일주문이 없는,'월출산 무위사라는 편액이 걸린 천왕문만 덜렁 나앉아 있다는 인상을 받았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때가 좋았다.

 

어느 답사책에는 무위사를 가려면 성전면초입 찻길에서 40분간 논두렁 밭두렁길을 걸어야만 닿을 수 있는 절집이라고했지만 2003년에는 잘 포장된 자동찻길로 천왕문앞까지 다다를 수 있는 그런 절집이었다.

 

 

 

찾아간 시기가 한 여름이어서 천왕문을 지나 일직선으로 빤히 보이는 극락보전으로 오르는 길은 막돌로 쌓은 낮으막한 계단이 있었으며 계단 양옆으로는 배롱나무가 도열하듯 자리하고 있었는데 남도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배롱나무지만 무위사의 배롱나무는 귀하디 귀한 보라색꽃을 달고있는 배롱나무였다.

 

컴퓨터 초보였던 때 애써 걸음한 곳에서 힘들게 담아온 사진들을 얼마나 많이 잃어버렸는지 모른다.그 와중에도 이런 사진이 몇장이라도 남아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지금 생각해보니 이때 무위사에는 성보박물관이라고 이름지어진 건물이 없었고 극락보전으로 오르기 전 왼편으로 나무 잔가지를 엮어 만든 담장으로 빙둘러 쳐진 허름하게 지어진 건물안에 극락보전에서 떼어낸  벽화를 전시를 해 놓고 있었던것 같다.한바퀴 돌아 구경했던 기억은 생생하니까.

 

 

 

2009년 다시 무위사를 찾았을 때는 주차장 앞으로 생뚱맞게 단청도 하지 않은 이런 일주문이 서 있었다.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불길한 예감은 틀린적이 없다는 말을 2014년 11월에 확인했다.

 

 

 

 

2009년 2월,낯설고 생뚱맞은 일주문이 들어섰지만 이때의 무위사도 좋았었다.

 

한여름 화려하게 보랏빛과 분홍빛 꽃을 매달고 있던 배롱나무는 앙상하지만 매끈한 자태로 그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으며 막돌계단역시 그대로였다.그래서 지금까지 내내 그리웠고,남도땅 강진으로 발걸음할 때면 언제나 찾아보고 싶었고 또 찾아 갔던 절집이었다.

 

 

 

그 후,5년 뒤 2014년 11월 마지막날 찾아갔던 무위사.

 

내가 그리워했던 무위사는 없었다.그냥 여기가 무위사였지 하는 생각만...

 

 

 

단청 으리번쩍한 일주문을 지나면 황토색 시멘트로 곱게(?) 포장된 진입로가 나오고 그 진입로 중간엔 잘 다듬어진 계단으로 높여졌음에도 다시 이층으로 지어진 거대한 보제루가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어서 천왕문을 들어서면 오롯한 돌계단 위로 보였던 극락보전의 자태는 볼 수가 없다.

 

아...이건 아닌데.

 

 

 

 

이렇다...

 

 

 

당당한 이층누각인 보제루 밑을 통과해야 비로소 시야에 들어오는 극락보전.

 

원래부터 그랬다는데 왜 이렇게 극락보전 앞마당이 휑뎅그레 넓어보이는것일까?

 

 

 

절집 진입로야 다 망가졌다고해도 극락보전은 그렇게 곱게 예전의 자태로 있어야 했다.그런데 극락보전이 예사롭지 않다. 극락보전의 오른쪽 대들보와 창방이 한껏 기울어져 있다.사진으로는 그리 심각해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극락보전 앞에서서 보면 그냥 지나칠 심각성이 아닌것이다.

 

망연자실 바라보고 있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명찰을 단 해설사가 계셨다.짐작컨데 무위사에 상주하고 계신듯해 물어보았다.도대체 극락보전에 무슨 짓을 한거냐고."근래에들어 극락보전 지붕을 손봤는데 왼쪽은 괜찮아서 오른쪽만 기와불사를했더니 그 무게감때문에 그런것 같습니다."

 

아~

나는 대한민국의 모든 절집이 좀 가난했으면 좋겠다.대한민국의 모든 절집의 주지스님들은 더 가난했으면 좋겠다.

 

지금의 무위사는 더 이상 마음속 내내 그리워할,다시 찾아가고 싶은 절집이 아니다.이웃의 도갑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