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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의 찻집 본문

☆~ 여행과 인연/자연.사람.음식

그 겨울의 찻집

푸른새벽* 2016. 1. 12. 16:10

 

 

비와 눈이 섞여 내려 춥고 축축하고 을씨년 스런 날씨에 우리 옛님을 찾아보고 돌아나오며

"아~따끈하고 진한 커피가 생각난다 " 했을 때 맞닥뜨리게 된 커피가게 간판.

 

백련동 커피 가게라니 아쉬운대로 미지근한 캔커피라도 마실수 있으려나...

 

 

 

 

커피가게?

문도 없이 대강 다듬은 듯한 세 개의 굵은 나무기둥은 슬레이트 지붕을 얹고 있었고 궂은 날씨탓에 주말의 번잡함은 찾아볼 수 없이 날씨만큼 스산한 가게엔 각양각색의 낡은 의자들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커피가게의 가운데 기둥에 걸린 커피메뉴이다.

나름대로 골라서 마실 수 있을것 같다.핸드드립 커피도 있고,달달한 커피도 있고 천연발효차나 주스도 있나보다.

메뉴판대로라면.

 

 

 

 

이런 메뉴판도 하나 더 붙어 있다.

 

그런데,아무도 없으니 어떻게 커피를 주문하나?

 

 

 

 

한여름이나 사람북적이는 가을에만 운영하나보다 하고 돌아서려다가 그래도 아쉬워 하얀색이 선명한 건물의 문을 두드려보았다.커피 마실수 있냐면서 서너번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네~들어오세요."

 

 

 

 

아~

진눈깨비 내리는 스산한 겨울추위를 잊을 만큼 넉넉하고 푸근한 인상의 여인네.주문한 커피를 준비하는 동안 고슬하게 쪄낸 고구마와 옥수수를 건네주며 자신은 윤두서 가문의 며느리라는 말과 더불어 혹시라도 공개된 공간에 글을 쓰게되면 사진을 공개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상관없다고 쾌히 승락했다.

 

 

 

 

뜨겁고 진한 커피 한잔으로 스산한 겨울추위를 잠시나마 잊었던 찻집을 나와 주차장으로 가려면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깃들여 있을것 같은 정감 푸근한 길을 지나야 하는데 겨울이라고 마냥 앙상한 풍경만은 아니다.

 

 

 

 

소박한 찻집을 떠나 주차장에 도착하기 전에 만났던 또 한곳의 찻집.

찻집이라는 명칭보다는 카페라는 단어가 훨씬 더 잘 어울릴것 같은 생각이 드는것은 다름아닌 저 선명한 빨강의 의자 때문일게다.

 

막돌담장에 기대어 놓여진 빨간의자는 금방 진한 커피를 마셨는데도 다시 저곳에 앉아 진한 커피 한잔 더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할 만큼 강렬했다.

 

언제가 될지는,또 그런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지만 ,하늘 푸르고 투명한 날 혹시라도 나에게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닿아 가슴속에만 담아두었던 그 아릿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저 빨강 의자에 같이 앉아 커피를 마시며 슬며시 그에게 어깨를 기대고 싶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했던 그 겨울의 찻집~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