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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여행 후기

울산 청송사지(靑松寺址) 돌아보기.울산광역시

푸른새벽* 2016. 2. 13. 10:30

솔직히 말해서 청송사지(靑松寺址)에 대해선 머리속이나 가슴속에 특별하게 각인된게 없어

이번 울산의 네 군데 폐사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사기 중 가장 난감할 것 같다.

 

좋으면 좋으니까, 불편하면 불편하니까 이러저러한 느낌을 쓸 수가 있는데

볼거리 많았던 청송사지에 대한 내 느낌은 그도저도 아니니...

 

사실 혼자였다면 청송사지 부도 앞에 느긋이 앉아 장식이 많이 베풀어진 큼직한 부도에 정신을 빼앗겼을꺼고

널려 있는 여러 석조부재들을 샅샅이 살피느라 여느 폐사지에서처럼 시간 가는 줄 몰랐을거다.

그런데 이번 단체답사에선 생각지도 못했던 어떤 이벤트가 있어 거기에 정신을 홀딱 빼앗기는 바람에

허전하기는 커녕,여유롭기는 커녕,왁자한 웃음소리와 요란한 박수소리로 폐사지가 비좁을 지경이었다.

그 이벤트라는건 아래에서 천천히 밝히기로하고.

 

 

울주군 청량면 율리.

폐사지라고 둘러 쳐 놓은 철책의 울타리가는 비좁기만한데

그래도 여기가 청송사지라고 알리는 듯 큼직한 석종형 부도가 수문장같이 자리잡고 있어 그나마 괜찮다.

 

 

 

 

청송사지의 사역이 얼마나 넓었는지는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데

옹기종기 붙어 앉은 민가와 좁은 터에 왜 이렇게 자동차가 많은지는 이해불가지만

미루어 짐작컨데 이 근동이 아마도 모두 청송사가 자리잡고 있었을거라 짐작만 했다.

 

청송사지 삼층석탑이 있는 곳에서 시선을 들어보면 날렵한 사모지붕의 범종각과 법당이 보이는데

청송사라는 절집이다.

 

 

 

 

보물 제382호로 지정돼 있는 청송사지 삼층석탑

신라시대에 조성된 탑으로 상륜부에는 노반만 남아 있다.

그냥 척 봐도 탑의 크기에 비해 기단석이 좀 빈약해 보이지만 그래도 비교적 온전해 보여 고맙다.

 

 

 

 

청송사라는 절 이름과 삼층석탑과 이곳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석종형 부도 몇 기 말고는 달리 절의 내력을 증명하는 자료가 없으니

삼층석탑의 양식과 석종형 부도의 조성수법으로 보아 통일신라시대때 창건된 절이 조선시대까지 이어져오다가

어느 시기엔가 폐사됐으리라는 단편적인 내력만 추정해 볼 따름이다.

 

청송사탑이 있는 이 근처가 옛 청송사 자리일텐데

지금은 탑이 있는 주변으로 철책이 둘러쳐져 있으니 옹색하기 그지 없지만

금당 앞에 서 있었을 삼층탑의 규모가 작지 않은걸로 보아 청송사도 꽤 큰 절이었을것으로 짐작된다.

 

 

 

 

청송사지 삼층석탑이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청송사지 부도가 있다.

 

 

 

 

삼층탑이 있는 곳보다 부도가 있다는 곳으로 가는 길이 오히려 절터의 초입 같은 느낌.

 

 

 

 

큼직한 석종형 부도 두 기와 동글동글 귀여운 부도가 나란히 줄 맞춰 자리하고 있다.

 

 

 

 

부도밭에는 나란한 석종형 부도 외에도 각종 부재들이 널려 있고

부도를 배치 해 놓은 철책 너머로 무슨 공사를 하려는지 봉분같은 것과 바닥에 깔아 놓은 비닐로 인해 매우 어지러운데

청송사와 관련된 것인지는 몰라도 그로인해 답답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청송사지 석종형 부도 3기 중 가운데 자리한 신흡대사(愼洽大師)부도.

 

 

 

 

부도의 몸돌 정면 가운데에 '瑞應堂 愼恰大師'(서응당 신흡대사)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이 답사기를 쓰면서 신흡대사에 대해 자료를 찾아 보았으나 대사의 생몰연대나 행적에 대해 알려진 것이 전무하니

짐작컨대 신흡대사는 어느 시기에 청송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거나 청송사를 크게 알리는데 일조를 한 스님은 분명한것 같다.

 

 

 

 

부도의 기단부 면석 각 면에 꽃송이가 네 개씩 조각되었고,몸돌을 받치기 위한 앙련석과 복련석의 조각이 아직도 선명한데

기단부 면석에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이 베풀어져 있는 것도 상당히 특별하다.

 

 

 

 

신흡대사 부도 왼편에 자리한,신흡대사부도 보다 그 크기가 훨씬 큰 부도.

나라안에 있는 석종형 부도 중에서 크기로는 몇번째 손가락에 꼽힐 정도 일것 같은데 부도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부도의 상륜부엔 빙 돌아가며 조각이 베풀어져 있는데 익히 많이 봐 왔던 연꽃잎과는 많이 다른것이

연꽃이파리는 갸름하며 육감적으로 통통한데 이 문양은 조금 넓적한것이 옆으로 퍼져있고 약간의 리듬감까지 느껴진다. 

 

 

 

 

석종형 부도의  몸돌 아랫부분에 범어를 돌려 새겨넣은것도 특이하다.

 

 

 

 

앙련과 복련의 꽃잎을 표현한 솜씨는 아주 단순하여 이것 역시도 여러곳의 석조물에서 보았던 연꽃잎과는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높직한 방형의 기단석 위에 석종형 몸돌을 받치기 위한 연꽃받침을 놓았는데,이 연꽃받침은 복련석과 앙련석 두 돌로 되어 있다.

높직한 기단면석 앞면과 뒷면에는 각각 신장상이 하나씩 조각돼 있고,좌우 옆면에는 큼직한 꽃 한송이씩이 조각돼 있어

부도의 기단석치고는 매우 공을 많이 들인것이 위의 신흡대사 부도도 그렇고 이곳 청송사지 부도의 특징같기도 하다.

 

 

 

 

세 기의 부도 중 오른쪽 석종형 부도는 기단이나 받침대 없이 몸돌만 남은 조그만 부도인데,

일반적으로 보는 석종형 부도와 크기와 모양새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옆에 놓여진 원형의 지대석부재와 한쌍이었다면 이 석종형부도 역시 지금은 작아 보이지만 완전체라면 작지는 않았을 것 같다.

 

 

 

 

청송사지 부도밭에는 석종형의 부도 3기 이외에도 사리공이 분명한 부도의 일부 부재,꽃무늬가 조각된 석재,비석받침 등이 여럿 있다.

 

 

 

 

위에서 말했던 이벤트란 것은

우리 일행중에서 딱 청송사지를 찾은 그날이 생일인 분이 있었다.

답사카페에서도 나이가 많은 어르신 중의 한 분인데 답사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들 못지 않고

거주지가 우리집에서 그닥 멀지 않은지라 이번 울산처럼 장거리 단체답사 때는 종종 내가 카풀로 신세를 지며

그 부인도 답사카페 일원이니 부부가 단체답사엔 항상 동행하곤 한다.

전날 새벽 울산 답사길 나서서 얼마되지 않은 때 맞닥뜨린 로드킬의 경우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대처했던 그 분.

그래도 난 몰랐었다.청송사지에 도착해서도.

 

생각보다 장식이 많고 크기가 큰 부도를 살펴보고 사진찍느라 주변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 울산답사를 주관한 회원이 케잌상자를 펼쳐 놓으며 모두 모여보라고 했을 때에야 무슨일? 했을 정도니까.

 

이런 뜻 깊은 장소에서 생일축하를 받으니 이보다 더 한 축복은 없다며 파안대소하는 그 부부가 더 없이 행복해 보였고

답사에 참가한 서른명 남짓의 일행들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를 해 주는 그런 분위기,참 좋았다.

그 이후엔 생일축하의 왁자한 분위기탓에 더 이상 차분하게 돌아보고 생각해 볼 수 없었다.

 

 

 

 

왁자하게 청송사지를 돌아본 후 다음 답사장소로 이동하기 전 청송사지 삼층탑에서 보았던 절집이 궁금해졌다.

누군가 "한번 가보자" 하는 소리에 나도 덩달아서~

 

 

 

 

멀리서 볼 때와는 다른 느낌의 자그마한 절집인 청송사.

 

 

 

 

사실은 "한번 가보자" 고 했던 일행은 나라안의 탑이나 탑재는 훤하게 꿰고 있다시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청송사의 탑재가 이곳에 있다는걸 분명히 알았던 것 같다.

 

청송사에선 이 탑의 지붕돌 두 개만 달랑남은게 안쓰러워 그랬는지 요상하게 생긴 석조물을 얹어 놓았는데

아무래도 부도의 상륜부인거 같다.

 

탑재를 더 살펴보고 근래에 지은 절집이나마 좀 돌아보려고 했지만 일행 중 몇몇만 청송사에 들렀던지라

단체로 이동하는데 먼저 주차장으로 간 다른 일행들께 폐를 끼치게 될까봐서 금방 돌아나왔다.

 

 

 

 

길지 않은 골목길을 지나야 주차장에 닿는다.

정리되지 않은 잡다함과 얼기설기 정리되지 않은 돌담이 있는 풍경.

항상 이런 풍경 앞에선 가슴이 저릿하니 아직도 그 이유는 모른다.

 

내게 청송사지는 잘 생긴 탑보다 거대한 부도보다는 이런 골목길 풍경으로 각인되었다.

 

 

 

 

나에게 누가 무슨꽃을 가장 좋아하냐 묻는다면 서슴없이 대답할 수 있다.

탱자꽃이라고.

나는 탱자꽃을 참 좋아한다.

탱자꽃이라면 충주 창동탑과 나란히 서 있는 탱자나무의 꽃을 잊지 못한다.

장마철 한 가운데 찾았던 창동탑보다 그 곁에 물방울 조로롱 매달고 있던 파란 탱자열매...

그리고

먼저 살던 동네의 어느 봄,산책길에서 허름한 담장 너머로 보았던 연두빛 탱자꽃.

그래서 나는 꽃이 없어도, 열매도 없이 오로지 험상궂은 가시만 남은 탱자나무도 좋아한다.

 

청송사지...

정리되지 않은 담장의 골목길과 탱자나무 그리고 생일축하.

삼층탑과 부도는  그 다음이었다.